김근영 / 산업경제학과 박사과정


충남 보령에서 농사를 지으며 농민회 활동을 하던 전용철씨는 지난달 15일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 참가도중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인해 머리를 다쳐 결국 사망하였다. 또한 금년 가을들어 네 명의 농민이 농약을 마시고 운명하거나, 독재정권에서 있을 법한 폭력적인 살인진압으로 길을 달리했다. 그리고 병원에서는 농민대회 당시 부상을 당한 많은 농민들이 사경을 헤매고 있다.
올해 초가을부터 쌀값이 폭락했다. 수입쌀이 식용으로 판매되기도 전에 산지에서 쌀값이 20%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는 수십 년 동안 시행된 추곡수매제가 폐지되고 공공비축제가 도입되면서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WTO 협정에 의해 더 이상 수매제와 같이 가격을 지지하는 정책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쌀값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또한 공공비축제를 도입하고 목표가격 대비 하락분의 차액 85%를 보전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쌀값은 당초 정부의 예상치인 5%를 훨씬 넘어 하락하였고, 소득보전 직불제는 50%이상이 부재지주가 수령하여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월 21일, 화성시청에서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는 ‘WTO 쌀협상 국회비준 반대, 추곡수매제 부활’이 요구됐다. 그리고 28일부터는 쌀가마 추가적재가 시행됐고 농민들은 농성에 들어갔다. 여기서 다수의 국민들이 ‘생명산업인 농업을 지켜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어서 11월 15일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서는 WTO 쌀협상이 국회에서 비준되는 것을 온몸으로 막기 위해 농민들이 국회로 모였다. 그러던 중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으로 많은 농민들이 부상을 입는 일이 참여정부에 의해 자행되었다. 3백 50만 농민의 피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쌀협상은 결국 같은 달 23일 국회본회의에서 신속히 통과되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연정이 이룬 결과였다.

쌀협상 비준안이 통과된 지금이지만, 필자는 그것을 막기 위해 온몸으로 투쟁한 농민들의 피와 땀을 생각하면서 정부가 추후 해야 할 몇 가지를 제안해 보고 싶다. 우선 전용철씨 사인에 대해 진상규명을 위해 정부는 합동조사단을 구성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농업회생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언발에 오줌누기식으로는 위기의 농업을 살릴 수가 없다. 대통령이 확고한 농정개혁에 대한 의지를 갖고 실효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또한 국회에서는 비준의 전제조건으로 명시한 후속대책을 차질없이 마련해야 할 것이다. 농민이 바라는 것은 노동의 대가인 농업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농민단체와 국회 그리고 정부가 협의기구를 구성하여 농업농촌기본법을 전면 개정하고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법제화하며 쌀소득 보전 직불금 목표가격을 인상하는 방법도 생각해 봐야 한다. 그리고 대북 쌀지원을 확대하며 지자체에서 학교급식 조례를 재개정하는 등 종합적인 대책이 수립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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