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혜 / 브레멘대학교 독문학 박사과정


지난해 6월, 이라크 무장세력에게 잔인하게 참수당했던 故 김선일씨. 그의 ‘참수동영상’을 지독한 무력감 가운데 본 이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역사의 트라우마다. 하지만 그를  추모와 추억의 자리에만 붙들어 두기보다 이제는 그 끔찍한 사건을 ‘이해’해야 할 때이다.

더 이상 ‘디지털 지하드’라는 용어는 낯설지 않다. 이 ‘인터넷 성전’과 관련해 최근 H주간지 편집장은 특별기고를 통해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하이테크형 테러인 인터넷 테러의 양상으로 정리한 몇몇 대목은 이스라엘 하이파 대학교수이자 커뮤니케이션 학자인 가브리엘 바이만의 ‘사이버테러’에 대한 출처없는 인용이다. 디지털 지하드와 관련해 최근 빠짐없이 인용되는 바이만은 수년 전부터 인터넷의 테러목적 활용양태를 연구해 왔다. 그의 연구는 “인터넷이 전지구적인 갈등의 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연구는 미국의 입장에서 편향적으로 수행되고 있다. 현재 디지털 지하드와 관련한 자료는 미국을 통해 내부구조가 감시되며, 대개 미국 국가안보청을 통해 가공 및 유포된다. 이러한 미국식 디지털 지하드 접근법에 대해 독일 내 언론 및 학계는 매우 조심스러운 반응과 함께 이의 및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독일 역시 9·11 테러 이래 독일극동연구소 등지에서 인터넷에서의 이슬람정치세력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이들은 최근 다양한 지면을 이슬람의 정치적 종교와 인터넷에 관한 논의에 할애하고 있다. 해킹과 같은 하드웨어적 인터넷 테러에 집중되어 있던 디지털 지하드에 관한 2천년 초반의 연구도 이제 ‘소프트웨어’에 집중되고 있으며, 그에 대한 현실적인 영향력과 대처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먼저 독일 학계는 인터넷이 전지구적 테러의 온상이라는 바이만의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난 4년간 디지털 지하드와 관련한 아랍어 인터넷 웹사이트 증가 가운데 테러로 의심되는 사이트를 폐쇄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바이만 식의 논리는 의문에 부쳐진다. 인터넷은 테러리스트들 뿐만 아니라 억압적 상황에 있는 소수집단에게 그들의 다종·다양한 목적을 관철시키는데 적합한 미디어라는 것이다.

최근 독일에서는 이슬람 세력의 인터넷를 비롯한 대중미디어를 통한 활동을 파악하고,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문화적 언어로 만들어 줄 전문가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카이 하페즈는 독일 저널리스트들이 “주로 매스컴에서 자주 회자되는 굵직한 인물의 이름이나 단체에 그들의 관심을 한정 짓고 있다”며 그들의 편향된 이해방법을 비판한다. 함부르크의 정치학자 한스 클라인스토이버 역시 학계의 ‘게으름’을 탓한다. 그들은 CNN등의 테러현장 중계방송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들’에 압도당해 자기 스스로 머리를 회전시킬 생각은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일의 연구 사례에서도 보듯 앵무새처럼 미국의 통계자료 및 접근방법을 따라 우왕좌왕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를 양성해 우리의 시각으로 문제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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