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도심 습격사건

  요즘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멧돼지의 출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가에 간간이 나타나던 멧돼지가 창경궁이나 아파트 단지 등 도심에까지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포획팀을 구성하거나 농가에 총기 소지를 허용하는 등 나름대로 대책을 세우고 있다. 또한 멧돼지와 마주쳤을 시 우산을 펼쳐들거나 침착하게 눈싸움만 하며 슬그머니 도망치라는 방어법도 들려온다. 멧돼지가 도심까지 모습을 드러내게 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일부에서는 주요원인으로 개체수의 증가로 인한 먹이확보, 경쟁에서 밀려 도망, 암컷을 차지하지 못해 도태 되었다는 분석 등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보다 큰 이유는 자신의 삶의 터전을 빼앗겨 방황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인간은 도심지역을 확장하기 위해 각종 개발사업으로 자연을 파괴했고, 편리하자고 여기저기 도로를 만들어서 야생동물들의 이동통로를 막았다. 또한 과도한 개발로 멧돼지의 주식인 도토리와 활엽수를 제한해서 먹이사슬까지 파괴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멧돼지는 서식공간이나 먹이를 찾아 도로를 넘어왔다 길을 잃고 헤매 도심에까지 오게 된 것이 아닐까.
필자가 보기엔 도심에 나타난 멧돼지들이 자기들의 목소리를 내려고 나름대로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강에 뛰어들어 익사하고, 도로를 점거하다가 차에 치여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공포감을 조성했다는 이유로 멧돼지로 교육용 박제를 만들거나 도살해서 음식으로 먹는 일을 서슴치 않았다. 
외국에서는 야생동물의 출현이 잦은 도로에 표지판을 만들어 주의하게 하고 야생동물 보호구역을 지정해서 마구잡이식 개발을 제한하고 있다. 우리들만 편리하고 잘 살자고 남의 소중한 터전을 함부로 망가뜨려서는 안된다. 개발에 앞서 야생동물의 이동통로 등 생태계 문제에 대해서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것이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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