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사르트르 탄생 100주년’을 맞는 해이다. 20세기 세계의 지성으로서 손꼽히는 그는 “인간은 자유로운 선택과 자발적인 결단에 의해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존재”라고 말하면서 실존이 모든 것에 앞선다는 자신의 철학적 사유를 소설 <구토>와 <자유의 길> 등 뛰어난 문학 작품속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국내에서는 사르트르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이달 9일 오후 3시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샤르트르연구회에서 초청한 샤르트르 전문연구가 미셜 시카르교수의 강연이 예정되어 있다. 시카르 교수는 ‘사르트르와 예술(Sarte en art)’라는 제하의 강연을 한다. 그리고 지난 6월, 경북대에서 열린 학계 학술회의 전체회의에서는 ‘사르트르와 현대의 지성’이란 주제를 통해 그에 대한 세계적인 연구흐름에 발맞춰 사르트르의 철학이 지닌 현대성을 재발견하는 학술대회를 가졌다. 현재 일본 동경대에서는 ‘사르트르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으며 한국외국어대학교 변광배 교수가 논문을 발표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05년을 ‘라네 사르트르(L’annee Sartre, 사르트르의 해)’로 지정한 프랑스에서는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프랑스 국립 도서관 마테랑관에서 3월 9일부터 8월 21일까지 특별 전시회 ‘사르트르와 그의 시대’를 열었다. 이 전시회에서는 사진과 기록으로 사르트르의 일대를 볼 수 있는 자료가 전시되어 열려 주목을 끌었다. 여기에서는 사르르트의 사진, 동시대의 화가들이 그린 초상화가 전시되었고, 그의 생애와 20세기 주요사건을 엮은 영화도 상영되었다. 또한 실존주의적 휴머니즘의 시대를 주도했던 사르트르의 육필 원고와 저서들의 초판본으로 꾸며진 전시실에는 석 달 만에 1만 2천여 명의 관람객들이 찾아왔다.
사르트르 탄생 100주년을 맞아 프랑스를 비롯한 독일, 일본, 영국 등 각국에서 열리는 학술대회는 다양하다. 하지만 이런 사르트르의 기념일과 그와 관련된 행사들이 국내 독자들과  연구동향에 주는 의미는 사뭇 달라 보인다. 본교 불어불문학과의 장근삼 교수는 “사르트르가 한국에 소개된 지 반 세기가 지나도록 그의 기념일 정도에 천편일률적으로 그를 실존주의 철학자라고 하는 새삼스런 소개를 매번 거듭하는게 안타깝다”며 유명인에 대한 한국에서의 깊이 없는 연구태도를 지적했다. 사르트르의 생각과 실존주의의 사상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사르트르 탄생 100주년을 맞는 것은 아닌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이런 가운데 현재 ‘사르트르연구회’에서는 사르트르의 책과 그의 연구논문을 통한 학술활동을 꾸준히 벌리고 있다. 2000년에 출간한 <사르트르와 20세기>와 같은 책을 출판하기 위해 정진하고 있으며, 그의 마지막 사상서인 <변증법적 이성비판>을 공동번역 중에 있다. 사르트르 탄생 100주년과 관련 행사가 국내에 왜 필요한가에 대한 인식이 부재한 가운데 그의 정신활동의 흔적인 ‘나’와 ‘외부’ 혹은 ‘타자’를 보는 시각을 되새기는 일이 더욱 뜻있는 일이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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