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1.4.7 수 01:33
기획과학
[고전의 재발견] 우리에게 진정한 '열림'이란 무엇인가김유경 / 과학학과 석사과정
김성욱 편집위원  |  barrierfr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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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호]
승인 2005.10.31  1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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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은 이미 고전으로 여겨지는 책이다. 여기서 포퍼는 맑시즘이 ‘닫힌’ 사회 이념의 대표적 예라고 주장한다. 닫힌 사회는 특정 권위를 사회의 다른 가치보다 우위에 두는데, 우리는 이 권위를 전통이나 지적 문화 유산 등의 이름으로 부른다. 권위가 지배하는 사회는 분명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는데, 플라톤 등의 철학자들이 이러한 사회 통제방식을 선호했다. 이들 철학자들은 사회가 특정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적론적 인식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포퍼는 이 관점을 역사주의라고 이름붙이고 강하게 비판한다. 포퍼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열린’ 사회라고 단정한다.

반증자 앞에 솔직한 자세요구


포퍼에게 인간의 모든 지식은 현재의 이론이 문제에 직면했을 때 여러 대안 중 가장 정합한 이론을 선택해 가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식 이론이 엄격한 시험대에서 공정한 선택을 겪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이론과 맞지 않는 사례 ― 이것을 반증자라고 라고 하며, 포퍼가 주장하는 이론 변화 과정의 핵심이 된다 ― 가 드러나면 학자들은 기존 이론을 버리고 대안 이론을 모색한다. 그런데 이때 기존 이론을 보호하기 위한 보수적 자세가 취해질 가능성이 있다. 포퍼는 특히, 반대되는 사례(반증자)가 제시되더라도 임시변통(ad-hoc)법을 사용해 빠져나가는 경우가 아주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인간이 진실에 접근하고 지식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이론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을 때 임시 변통법을 사용해 기존 이론을 보호할 것이 아니라, 반증자를 솔직히 받아들이고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서 포퍼는 문제가 있음을 솔직히 받아들이는 자세, 즉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지식 이론에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대안 이론들 중 더 나은 것을 공정하게 선택함을 의미한다. 문제 해결 과정에 영향을 주는 권위가 존재해 대안이론 선택 과정에 영향을 준다면 엄정한 이론 선택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권위는 적을수록 좋다고 말할 수 있다. 맑시즘의 경우 사회주의 이상사회라는 특정 목적을 이루어 가기 위한 과정으로 역사를 파악하기 때문에 그 분명한 목적을 제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실행 과정에서 모든 상황에 우선하는 목적은 권위로 돌변하여 대안 선택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포퍼는  권위주의적 혹은 전체주의적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그런 사회는 변화에 ‘닫히게’ 된다고 단언한다. 특히 모든 것에 앞서는 권위를 제시하면서 엄격한 사회 통제를 주장한 플라톤과 맑스를 ‘열린 사회의 적들’로 규정한다.

권위를 제거한 열린 사회를 지향


포퍼의 지식 이론은  어떤 사회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인가를 지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학철학적 의미 이상의 강한 사회적 함의를 지닌다. 진보나 보수가 개방적 자세의 유무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하면 우리에게 있어 ‘열린’ 이라는 말과 ‘닫힌’ 이라는 말은 즉각 ‘보수’와 ‘진보’의 오래된 논쟁을 연상시키는데, 포퍼에게 있어서는 ‘열린’ 사회가 유일한 긍정적 사회임을 떠올리면 일방적으로 ‘진보’의 손을 들어야 한다는 섣부른 결론이 나올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포퍼의 ‘열림’은 흔히 말하는 ‘진보’, 즉 정치적 자유주의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개방성을 이야기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포퍼의 사회 이론을 간단하게 생각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포퍼에게 있어 바람직한 사회는 ‘열린’ 사회이고, 열린 사회는 문제 제기에 관대한, 비판에 개방적인 사회이다. 우리는 세계 어디서나 진보와 보수가 대립 구도로 굳어져 서로를 비판하는 정치적 상황을 흔히 볼 수 있다. 포퍼는 이런 상황 하에서는 진보나 보수라는 이름을 내 건 어느 쪽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 이런 상황 하에서의 진보는 또 다른 권위가 된다. 이 때 진보와 보수는 시대를 보는 관점과 문제를 다루는 태도 이상의 차이는 없다. 정치적 입장이 어떻든 문제 제기에 마음을 열고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태도를 택할 수 있다면 포퍼는 우리가 ‘열린’ 태도를 가졌다고 평가할 것이다.
포퍼의 지식 이론은 실제 사례와 정확하게 맞지 않는다는 등의 비판을 받고 수정을 거쳤으나, 문제 제기에 개방적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기본적 내용은 유지되고 있다. 지식 이론이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문제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이며, 마찬가지로 사회도 열려있어야 더 나은 형태로 발전해 갈 수 있다는 것이 포퍼가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바다. 그리고 이것이 현재 우리가 명심해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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