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김영삼 정부 시절 하루가 멀다하고 터진 대형사고로 ‘사고 공화국’, ‘참사공화국’, ‘부실공화국’이라는 말이 회자되었다. 당시 아현동 가스폭발사고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후 박재동 화백은 한겨레신문 만평에서 ‘무너지는 것만 생각했지?’라며 정부의 단세포적인 안전감각을 조롱했다. 이제는 먹거리가 바통을 이어받은 듯하다. ‘쓰레기만두파동’이 지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납덩이를 한껏 품은 조기가 다음 주자로 나섰고, 이에 뒤질세라 농약 허용기준치를 초과한 유기농채소가 발각되었다. 시리즈는 계속된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고추에서 다량의 농약이 나오기가 무섭게 이제는 양식민물고기, 그리고 한류식품, 장수식품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김치가 말썽이다. 건강염려라면 세계 1등이라고 자부하는 한국민들이 이를 가만둘리 만무하다. 연일 납 김치 파동이 보도되고 국민들은 불안해하지만,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정부는 ‘문제없다’고 해명하기에만 바쁘다.
문제는 이 사태가 두 가지 사회현상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하나는 소득격차가 심화되고 사회가 양극화되는 현재,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심하게 염려한 나머지 불량먹거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인구 또한 판이하게 갈린다는 점이다. 이번 납김치 파동으로 집에서 김장을 담그겠다는 가정이 늘었다는 보도도, 김치냉장고 업계가 호황이라는 경제면 기사도 ‘그들만의 호들갑’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가격우위라는 메리트를 너무나 쉽게 선택한 나머지 국산 농산물을 ‘정책적으로’ 배제한 결과, 국내 농업은 점점 피폐화되고 불량 중국산 농산물은 별다른 제재없이 유통되어 우리네 건강마저 황폐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갈수록 민중의 삶은 ‘젖과 꿀이 흐르는’ 낙원과는 멀어지고 있다.
갈 데까지 가는 걸 지켜봐야 하나. 노무현 정부 초기에 한 신문 논설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 국민들은 절대 심심하지 않다.  지겨울만 하면 새로운 사건이 충격을 주지 않는가.”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자. 한국의 민중은 심심할 겨를조차 없다. 이런 식의 엔터테인먼트가 없어도 충분히 안 심심할테니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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