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교계에도 노조화 바람이 불고 있다. 얼마 전 부산의 한 대규모 사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노조를 만들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절에서 약 10년 동안 경비와 운전, 주방일 등을 맡아하던 처사와 보살들이 지난 8월 근로개선을 요구하며 민주노총 일반 노조에 가입했다. 이에 대해 사찰측과 근로자들 사이에서 자원봉사자로 볼 것인가 노동자로 볼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사찰에는 50여명이 자원봉사 형태로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있었으며 최근 사찰측이 장기근무자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서자 이 가운데 30여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그러나 사찰측의 설득과 회유로 대부분이 탈퇴해 지금은 조합원이 8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잦은 연장근무, 공휴일 근무를 하고 있지만 사찰측과 고용관계를 맺지 않아 노동법에 보장된 근무 외 수당, 고용 및 산재보험 등 각종 복지관련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찰측은 처사와 보살들은 사찰과 고용관계가 없을 뿐 아니라 자원 봉사자로 일하기 때문에 근로의 대가도 임금형태가 아닌 보시금으로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법적 위치에 있지도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한 문제가 있다면 종교 고유의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노조의 형태가 아닌 협의체 등을 통한 대화의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종교계의 노조화 문제는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불교계에서는 불교방송과 불교신문 등 교계언론사를 제외하고는 이번 사태가 최초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기독교회에 근무하는 재직자들로 구성된 ‘기독교회노조’가 탄생해 활동해 오고 있다. 또한 일본 불교계에서는 예전부터 노조의 존재에 대해 인정해오고 있다. ‘직업적 제사노동자’라고 할 수 있는 부전 스님들이 사찰 재정의 상당부분을 감당하면서 자연히 사찰의 재정에 대한 ‘발언권’이 커짐에 따라 자신들의 권익을 지키겠다고 나선 것이 일본 스님들의 노조인 것이다.
이번 불교계의 노조가입 사태를 두고 종교의 세속화나 정치행위도 보아선 안된다. 오히려 종교의 세속화를 막고 종단의 발전과 개혁을 위해서도 노조가 한몫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사찰 측은 즉각 교섭에 나서 그동안 희생해 온 이들의 요구에 대해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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