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쟁점] 시간강사문제 진단

 로스쿨, 대학종합평가 등 최근 초미의 관심사는 무엇보다도 학교발전이라는 테마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높은 평가, 보다 양질의 시설, 새로운 비젼의 제시는 이런 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크다고 하겠다. 그러나 누구나 인정하듯이 중앙대학교의 발전은 시설의 증설이나 외자유치뿐 아니라, 양질의 연구인력 확보, 중앙대학교만의 독특하고 견고한 후속세대 양성, 그리고 이들에 대한 지원제도 마련 등 외적 성장을 더욱 견실하고 지속가능한 형태로 만들어줄 요소가 필요하다.
질적발전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시간강사 문제이다. 현재 학내 강의인력 현황을 보면, 교원은 849명(1캠퍼스 : 571명, 2캠퍼스 : 278명)인 반면, 시간강사는 1389명(1캠퍼스 : 709명, 2캠퍼스 : 680명)으로 시간강사비율이 62%에 해당한다. 그러나 학내 강의인력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시간강사들의 처우는 대내외적인 문제가 가시화될 때만 일시적으로 관심을 받을 뿐 획기적인 진전을 보이지 않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시간강사문제가 강의노동의 대가로 일정액의 현금을 지원하면 끝나는 문제가 아닌 것은 학내 제주체들이 부정할 수 없는 사안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관점은 시간강사가 단순히 지출감소 목적의 사안이 아니라, 그들을 중앙대 학문후속세대를 이끌어가는 연구인력이자 학내외를 연결하는 거점으로써 장기적 학교발전의 주요소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허울뿐인 연구자, 시간강사
그러나 현실은 늘 냉정하고 예상을 빗나가기 마련인가. 얼마 전 대학원신문사는 지난 학기까지 지급되던 시간강사에 대한 식사지원이 중지되었다는 제보를 받았다. 사실확인결과 행정착오로 결말이 났고 즉각 시정되었지만, 2학기가 시작하고 지금까지 식당 앞에서 멋쩍어 했던 시간강사들의 마음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설명될 수 없는 사안이다. 문제는 시간강사와 관련한 대학행정의 관심결여, 타 학교에 비해 낮은 급여와 근로조건, 미래의 불확실성을 감소시켜 줄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의 부족 등으로 인해 곪을대로 곪은 것이 터지지도 못하고 당사자의 자괴감만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후속연구자로서 시간강사에 대한 관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연구교수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시간강의와 프로젝트 연구를 병행하는 연구자들은 마땅한 연구공간도, 역할에 맞는 직함도 가지지 못한 채 일반연구원이나 연구보조원으로 남아있다. 외부 연구프로젝트를 학내로 유치하는 사안이 이들에게는 실질적인 메리트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는 앞서 말한 학교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자명하다. 또한 이번 학기부터 실시한다고 공지한 강의평가도 시간강사들의 현실적 지원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1캠퍼스 교양학부는 시간강사들의 강의를 평가한 후 평균 이하의 점수가 나올 경우 강의배정을 보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방침은 절반에 가까운 시간강사들을 새로운 인력으로 대체해야 하는 문제와 결부되어 실현가능성이 의심될 뿐 아니라 피해강사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예상이 충분히 가능하다.

집합적 해결을 모색해야
시간강사들마다 상이한 개인적인 조건들을 모두 충족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강의노동에 대한 처우를 현실적으로 개선하고, 근시안적 대책들을 간헐적으로 제시할 것이 아니라 중앙대학교 학문공동체 형성과 학풍조성을 위한 장기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그럴 때에만 강의노동자들이 학교에 대한 애정을 가질 수 있으며, ‘더 이상 발전기금을 내고 싶지 않다’며 한숨짓지 않을 것이다.
학교발전을 외치는 이면에는 정식교원이 아닌 경우 더욱 가속화되는 비정규 강사에 대한 유연한 태도가 존재한다. 유연함은 관대함이 아니라 언제라도 노동자의 생계수단을 박탈할 수 있거나 자신의 규율하에 노동자를 철저히 종속시키는 자본의 쇠망치와도 같다. 이는 현재까지도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비정규노동자 문제와도 연결된다고 하겠다. 오히려 대학 내 강의노동자들의 문제는 끝도 없이 추락하는 작금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보다 오랜 역사를 갖는다. 그러나 대학과 자본이 쳐놓은 이 고질적인 노동구조를 개선하기에 시간강사라는 존재는 미약하기만 하다. 학내 양심있는 정규직 연구자들과의 집합적 연대가 요구되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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