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학술동향


박소연/ 버지니아텍 과학기술학과 박사과정


올해로 출판 10주년을 맞게 되는 과학사학자 테오도어 포터의 <Trust in Numbers: The Pursuit of Objectivity in Science and Public Life>는 출간되었을 당시부터 역사학을 비롯한 과학학계 전반에서 적잖은 주목 받은 저작이다.
출판 이후 쏟아진 이 책에 대한 서평들이라든지, 과학기술학 분야의 최고 저작에게 주어지는 Ludwik Fleck Prize의 수상(97년) 등은 확실히 Trust in Numbers를 대하는 학계의 뜨거운 관심을 반증한다고 하겠다. 이 책에서 포터는 계량화 및 수학화가 학문 분야를 가로질러 객관성의 보증으로 자리 잡게 된 다양한 과정을 탐색한다.
포터의 핵심 논증을 조금 확대시켜보면, 오늘의 연구자들에게 여전히 유효하고 중요한 의제를 발견할 수 있다. 각 학문들의 발전과정을 통해 학문공동체가 수용하는 방법론의 ‘분과학문 객관성’이나 특수한 계량화를 통해 객관성을 주장하게 되는 ‘기계적 객관성’이 ‘객관적이고 따라서 과학적임’이라고 생각하는 실재론적 객관성과는 거리가 있지 않을까한다.
그렇다면 계량적 학문 방법론의 역사에 대한 포터식의 성찰을 사회과학의 계량적 연구로 돌려본다면, 이는 곧바로 “사회과학은 과학적인가, 그렇다면 어떤 의미에서 과학적인갚하는 사회과학 철학의 핵심질문과 만난다.
계량화 혹은 통계적 방법론과 객관성 간의 관계를 파고드는 사회과학, 보건의료 등에 관한 역사학, 철학 논의들은 포터 자신의 다른 저술과 다른 학자들의 작업에서도 흥미롭게 개진되고 있다.
가령, 로서 매튜는 통계학을 경계물(boundary object)로서 이해한다. 원래 사회과학적 연구방법론이었다고 해야 할 통계학이 자연과학의 방법론으로 채택되었던 이후, 자연과학은 결정론에 대한 믿음을 어느 정도 폐기했지만 다시 사회과학·보건의료 정책에서 사용될 때는 과학적이라는 수사가 덧붙었다는 것이다. 이는 피터 갤리슨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예를 들어, 어떻게 학문간의 교역이 이루어지는 경계지역에 위치한 경계물이 각 분과에서 각기 다른 효과를 주며 상호작용하는지를 이야기했던 논의와도 연결된다. 또한 수학적·기계적 정밀과학의 이미지에 신뢰할 만한 것이라는 과학의 권위가 덧씌워지면서 사회과학의 방법론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를 고찰했던 포터의 다른 저작에서의 고찰과도  닮아있다.
학문 방법론을 이야기하는 근래의 인문학적 접근 속에 방법론과 객관성에 대한, 학문들이 관계맺는 방식과 각각의 진화 메커니즘에 대한 “덜 형이상학적인” 갖가지 수다가 현재 진행 중이라는 것인데, 어쨌거나 이런 종류의 수다는 계속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계량적 방법론에 대한 믿음은 객관성 신화의 한 단면일 뿐이라는 다소 무책임한 결론을 내리기 위함이 아니라, 당신의 학문 방법론은 어떠한 환경 덕에 적자(the fittest)로 선택되는지를 한번쯤 돌아보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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