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마다 동물을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단연 애견관련 코너이다. 주인의 사랑을 받으며 온갖 재롱을 부리는 애견들의 모습과 함께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더해주는 앙증맞은 대사까지, 시청자들로 하여금 ‘애견인’이 되고 싶은 생각을 갖도록 하기에 충분하다. 88올림픽과 2002월드컵을 치르면서 문제시 되던 ‘한국의 보신문화’는 매체를 통한 연예인들의 애견사랑이 방송되면서 그 이미지를 변화시키고자 했다.
 
  그 결과 일어난 ‘애견붐’은 2005년 애견인구 천만, 애견 수 4백만 마리에 이르게 되었다. 이제 애견은 생일, 크리스마스, 연인들의 기념일에 가장 받고 싶은 선물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아무 준비 없이 주고받을 수 있는 선물 아이템이 되어버리면서, 연간 수십만 마리의 개들이 버려지는 끔찍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살아있는 강아지를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는, 그야말로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충동구매로 인해 준비 없는 무책임한 주인들은 2004년 경기침체와 함께 그 수가 한계에 달했다. 곳곳에 버려진 개들은 차에 치이고, 쓰레기 음식물로 인한 질병으로 죽고 있다. 운이 좋은 유기견들은 관할 보호소에 수용된다. 그러나 보호소 또한 최선책이 아니다. 늘어나는 유기견들 때문에 약 한달 정도의 기한 안에 새로운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모조리 안락사를 당하고 마는 것이 이들의 운명이다.
 
  지난 1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05 반려동물 복지 국제 컨퍼런스’에서는 미국 수의사 협회(AWMA)에서 공식 채택한 ‘동물의 5대 자유’를 소개했다. 그것은 동물들의 영양과 건강, 심지어 동물들의 정신적 불안에 대한 보호 규정 또한 포함한다. 우리나라에도 물론 유기견들을 위한 보호단체나 여러 동호회의 활동이 있다. 그러나 일부 단체의 활동 이전에, 이와 같이 동물을 우리 ‘인간’이 속한 ‘자연’의 또 다른 반려자로 보고 함께 논의 하는 의식이 필요하다. ‘애견사랑’이란 이름으로 가리려고 했던 ‘보신’은 적어도 떳떳히 ‘문화’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한 셀 수 없는 ‘애견 유기’야말로 우리가 세계적으로 부끄러워해야 할 야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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