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학과 허동성-

  대학로 근처 아담한 연습실에 들어서자, 연습이라고 하기에는 한번 흐트러짐도 없이 진지한 시간이 이어진다. 무대 의상인 듯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는 소녀와 한 소년의 나지막한 대화가 계속된다. 삼십분 이상의 시간이 흘러가고 나서야 한번의 연습을 마쳤다. 우연치 않게 보게 된 이 연습장면이 이제 막 예정에 있는 ‘극단 노릇바캄의 단막극 페스티벌의 한 작품이니 행운이 아닐 수 없다. 허동성(연극학과 박사) 씨는 9월 30일부터 10월 6일까지 대학로 청아 소극장에서 진행되는 단막극 페스티벌 ‘가면이 꿈꾸는 사랑’에서 한 단막극의 연출을 맡는다.

Q. 공연의 소개를 하자면 단막극의 이름은 ‘몰수’입니다. 우리에게도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영화 ‘뜨거운 양철지붕위의 고양이’등으로 잘 알려진 미국의 극작가 테네시윌리엄즈의 작품입니다. 공식적으로는 국내에 초연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요. 제가 속한 극단 ‘노릇바캄에서 이번에 ‘사랑과 가면’이라는 주제로 단막극 페스티발을 하게 되었고, 그 중의 한 작품으로 올리면서 제가 번역하게 되었습니다.

Q. 이 작품이 다루고 있는 내용은 몰수된 집으로 해체된 가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녀의 아버지는 술 주정뱅이였고, 어머니는 한 철도원과 눈이 맞아 집을 나가게 됩니다. 시골의 간이역 근처에서 여관을 운영하던 중, 언니마저도 그들에게 매춘부 같은 역할을 하다가 폐병으로 죽고 맙니다. 몰수당한 집에 홀로 남은 소녀는 한 소년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입니다. 이 작품은 어떤 큰 액션은 없습니다. 주인공에 대립하는 반대인물도 없고, 작품 전체가 마치 어떤 하나의 상황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듯합니다. 소녀가 맨발로 드레스를 입고 철로를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는 사진 한 장면에서도 연상되는 상황이 있을 겁니다. 초겨울에 맨발로 철로를 걸으면서 언니의 화려한 드레스와 팔찌를 달고 있는 소녀의 모습은 표피적으로나마 화려했던 과거의 삶에 집착하고 있는 것을 상징합니다. 철로는 또한 위태로운 삶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Q. 이 작품이 보여주는 주제는 해체된 가정 그리고 그 속의 피해자를 가장 어린 소녀로 그리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현대인의 부조리한 삶을 특히 여성의 억압, 소외문제를 통해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단막극 페스티벌의 주제가 ‘사랑과 가면’인데요. 원작에는 없던 ‘가면’을 주제에 맞게 첨가하여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냈습니다. 화려했던 과거를 상징하는 언니의 가면은 또 한편으로는 사회적 위선, 현대인의 허위의식을 표현하는데 아주 적합한 상징적 의미가 되지요. 그리고 소녀는 해체된 가정에 대한 애착을 이런 과거의 언니에 대한 집착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Q. 작품을 만드는데 추구하는 방향은 아직 소개 되지 않은 작품들을 번역하고 상연하는 데에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현장이나 학문 연구 분야에서도 연극은 너무 서구 편향적입니다. 외국의 아직 소개되지 않은 작가들이 많습니다. 특히 동양의 많은 작품들을 연구 할수록 일본, 중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의 연구 다양성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때문에 새로운 인식지평을 열어줄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하는 것에 나름대로의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윌리엄포크너의 노벨상 수상 연설처럼, 주변의 같은 인간에 대한 동정, 연민을 가지고 공동체 의식을 깨워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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