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영/뮤지컬 매니아

  팬덤 문화에 대해서 논의할 때 주로 가요계의 ‘부지런하고 극성스러운 10대’들이 가장 많이 논의의 대상이 되는데, 이것은 ‘팬’이라는 개념을 상당히 축소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가요계에 국한되어 ‘팬덤문화’가 논의되는 경향은 역시 하나의 편견이다.
사실 팬덤문화는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러한 문화현상’이다. 지금 무엇인가를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팬’이며, ‘팬덤문화’에 대한 논의는  그것들을 모두 공평하게 다루어야 한다. 그렇다면 가요계 외의 분야에서는 어떠한지, 뮤지컬을 좋아하는 한 여성을 통해 살펴보자.

20대 후반의 A양, 그녀는 직장 여성으로 문화생활에 투자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오늘도 인터넷에 접속해서 가입한 뮤지컬 팬모임에 들어간다. 요즘 공연되는 작품들의 단체관극 신청게시판을 쭉 훑어본다. 그녀는 관심이 가는 공연을 2-3가지를 고른다. 요즘처럼 티켓 값이 비싼 때에는 할인율에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그녀는 자신이 보려고 계획한 작품들의 단체관극 시 할인율을 기억해두고, 이미 관극한 사람들이 쓴 관극평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읽기 시작한다. 뮤지컬에 대한 신문기사와 잡지의 기사들은 대부분 칭찬 일색이지만, 여기에서 보는 관극평은 상당히 비판적이다. 뮤지컬 팬들 중에는 날카로운 비평이 다음에 더 좋은 작품을 만드는 기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공연의 질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에는 엄청난 혹평을 하기도 한다. 이 글들은 뮤지컬 배우들이나 기획, 연출들도 들어와서 읽고, 참고로 하기 때문이다.
단체 관극을 하면 공연 후에는 뒷풀이를 한다. 이 자리는 관객들만 모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배우나 스탭들도 참여해서, 일상적인 이야기나 공연에 대한 감상을 나누기도 한다.

  위에 소개된 A양은 보편적인 뮤지컬 팬의 모습이다. 이미 웬만한 뮤지컬에서 주·조연급 배우들은 팬모임을 하나씩 가지고 있으며, 뮤지컬 극단이나 뮤지컬 전체 장르의 팬모임들도  인터넷을 중심으로 활동 하고 있다. 그 구성원들은 대개 팬클럽 활동을 통해서 뮤지컬에 대한 이해를 더 깊이 하며, 좋은 뮤지컬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함께 관극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자연히 이런 모임을 통해서 팬층은 새롭게 생산되고 확대된다.
  이들 모임 내에서는 활발한 작품 비평과 뮤지컬에 대한 논의, 배우와의 만남 등을 게시판이나 웹진 등에 담아 2차적 컨텐츠 형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뮤지컬의 경우, 이런 작품 비평과 논의는 오래전부터 맹목적인 추종의 모습을 벗어나서 성숙한 비평정신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작업들은 뮤지컬에 처음 입문한 이들에게 뮤지컬 작품 감상에 대한 눈을 넓혀주고 작품 감상하는 폭이 더 깊어지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하기도 하며, 뮤지컬을 제작하는 측에 신선한 자극이 되기도 한다.
  이미 확보된 팬층은 자본에 의해서 움직이는 문화 산업에서 자본 재창조를 보장하는 힘이다. 이들이 있기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발하게 대형 뮤지컬이나 신작 뮤지컬의 공연과 기획이 이루어지고 있다. 나아가 뮤지컬에서의 팬은 수동적인 소비의 역할에서 벗어나 인터넷을 통해서  비평, 논의, 그리고 기획과 투자까지 활발한 문화 재창조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뮤지컬의 경우, 팬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인 ‘팬덤문화’는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팬덤문화’를 더 활발하게 할 수 있을까. 다양한 팬 모임의 양성 팬 모임에 대한 혜택을 늘리는 것, 게시판 등을 통한 다양한 피드백 통로의 확보와 다양한 이벤트 진행등 이런 것들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먼저 보장되어야하는 것은 바로 ‘1차적으로 제시되는 문화의 질적인 면에서의 우수성 확보’이다.
  문화적인 생산물에 대한 팬들의 충성심은 항상 똑같지 않다. 팬들도 사실상 하나의 ‘소비자’ 집단이다. 그들이 해당 인물, 해당 작품에 애정을 가질 때 그들은 적극적인 소비계층, 새로운 문화 컨텐츠 생산층으로 변해간다. 반대로 이것은 그들의 애정이 사라지고 관심이 적어지면 대상으로부터 얼마든지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것은 문화를 생산하는 측에서 문화적인 질을 높이는 것에 힘써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개인의 경우라면, 자신의 분야에서 자신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음을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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