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누가 인정하건 그렇지 않건, 많은 대학원우들의 삶은 매일이 전쟁같은 일상의 연속이다. 학업과 연구, 그 외 과외활동 등 우리들에게 주어진 일의 종류와 범위에는 제한이 없다. 문제는 이것들을 해낼 수 있는 개인의 ‘처지’인데, 기혼학생의 경우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여건 간의 괴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늘 따라다니는 문제이다.
이번 숨바꼭질에서는 결혼과 학업의 병행이 가진 수많은 상식적인 제한들을 온몸으로 느끼면서도 왕성한 연구활동을 수행하는 기혼학생들 중 눈에 띠는 이가 있어 만나보고자 한다. 현재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안현미씨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인터뷰에 앞서 본 편집위원 입을 간질이는 질문이 있었으니 말하자면 ‘남편의 지지’와 관련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돌아온 반응은 “그런 질문은 나와 같은 사람들을 참 불편하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즉 이와 같은 질문은 한 기혼여성이 학업을 지속한다는 것이 남편의 배려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미를 함축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남편과 시부모님 등의 전폭적인 지지가 지금의 모습을 가능하게 만든 요인인 것은 확실하지만, 대화를 통해 가사, 양육 등을 상호합의하고 적절하게 분배한 과정이 더 주목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혼여성이자 학생으로 살아가는 어려움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힘들죠. 경제적으로 풍요롭기 때문에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절대 아니었어요.” 하지만 기혼이라는 이유로 학생으로서의 역할과 기대가 ‘배려’받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말 속에서, ‘사회적 배제’를 탐구하는 연구자로서의 당당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현재 다양한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고 토론에 참석하는가 하면, 강의와 외부 세미나, 프로젝트 등을 왕성하게 병행하고 있는 그녀는 말투와 행동만이 아니라 삶 그 자체에 힘이 넘쳐 보인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을 적절히 미화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모든 며느리, 아내, 엄마, 학생으로 사는 사람들은 나름의 관점과 삶의 목적이 있으며, 어쩔 수 없는 각자의 상황이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너무 힘들어 울고 싶은 적도 많았지만 노력만이 유일한 돌파구라고 말하는 그녀의 말투에는, 삶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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