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가 특이한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는 김민정의 첫 시집이다. 시 한편에서 시인은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독자는 늘 궁금해 한다. 하지만 그녀는 끊임없이 자신의 얘기를 풀어놓기만 한다. 때론 중얼거리고, 장황하게 설명하기도 하고, 욕지거리를 해대기도 한다. 그래서 자꾸만 궁금해지는 그녀의 얘기를 따라 책장을 넘기지 않을 수 없다.
시집의 첫 번째 시 ‘내가 그린 기린 그림 기림’을 보면 그녀가 할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계란이 터졌는데 안 닦이는 창문 속에 네가 서 있어/ 언제까지나 거기, 뒤집어쓴 팬티의 녹물로 흐느끼는/ 내 천사/ 은총의 고문으로 얼룩진 겹겹의 거울 속 빌어먹을 나야”라고 말한다. “안 닦이는 창문 속엽 서있는 ‘너’는 다름아닌 세상 속에 서 있는 ‘나’이다. 도망치지 못하고 “언제까지나 거기” 있는 ‘나’는 창문에 얼룩진 모습인 것이다. 이런 자신에 대해 불만이 많은 ‘나’는 얘기할 준비를 한다.
그녀의 시들은 한 편의 동화처럼 유쾌하고 발랄한 어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해피엔딩의 결말이나 아름다운 풍경을 상상할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두 눈알을 뽑거나” 화장대에 앉은 엄마가 “다리미로 주름살을 펴는” 모습들을 그려낸다. 그녀가 보아왔던 세상은 끔찍했던 것이다. 어릴적 부터 들어왔던 동화나 어른들이 말하는 이야기가 아닌 자신이 본 것들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녀는 ‘陰毛 한 터럭 속에 세상 모든 陰謀가 다 숨어 있듯이’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가장 뻔한 이야기, 그것은 우리들 누구나의 이야기. 내가 슬픈 건, 언젠가 내가 족집게였을 때 미처 다 안 뽑혀버린 이야기. 엄마는 그때 또 나를 낳고 있었지”라고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뽑아내지 못하는 사랑니처럼 아파하며 사는지 모른다. 그녀는 이런 속사정을 알고 있듯이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를 통해 앓던 이를 시원하게 뽑아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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