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빈 / 전략브랜드커뮤니케이션전공 석사과정

 

Connecting the Dots


조수빈 / 전략브랜드커뮤니케이션전공 석사과정

  힘들다고 생각한 시기에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다”라는 말은 나름대로 위로가 된 한마디였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결국, 좋았던 추억과 나빴던 경험은 지금의 단단한 내가 되는 데에 일조했다.
  이런저런 꿈들이 내 인생을 거쳐 갔지만 대학 입학 후에는 현실적인 진로가 두 갈래로 좁혀졌다. 중학생 때부터 꿈꿔온 기자와 대외활동을 하며 새롭게 꿈꾸게 된 기획자의 길이었다. 사명감 넘치는 기자가 되고 싶었기에 커뮤니케이션학부에 진학했다. 그런데 광고 전공 수업을 들어보니 어떤 일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책임지고 결과를 만들어가는 기획자도 흥미롭게 느껴졌다. 두 가지 모두 포기할 수 없었던 나는 두 배의 시간을 들여가며 두 배의 대외활동과 공부를 해나갔다. 남들이 보기에 나는 ‘갓생’사는 성숙한 사람이었을지 몰라도 사실은 선택과 집중은 온데간데없는 비효율적인 사람이었다. 나 자신을 비효율적이라고 정의했음에도 바꾸려는 노력 없이 지속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내가 하고자 결심한 일이 눈앞의 취업만이 아니라,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일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물두 살의 영어 학원 아르바이트는 홍보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지금과 동떨어진 경험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며 학부모를 응대했던 일은 대화로 해결할 일투성이인 지금의 회사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 또 학부 학술제의 디자인팀 활동 또한 현재 직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경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디자인 툴을 다루게 되며 디자이너에게 정확한 디렉팅을 할 수 있었고, 이는 디자이너분들과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됐다. 이렇게 직무와 상관없어 보이는 일도 언제 어디서 힘이 발휘될지 모른다는 것을 차차 깨달았다.
  올해 봄에는 대학원에 입학했는데, 직장과 병행하는 것이었기에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했다. 이는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입학한 것은 현재 직무에 당장 큰 도움이 되진 않더라도 이곳에서 습득하는 지식과 네트워크가 빛나는 날이 언젠가 올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달이 지난 지금 다시 돌이켜봐도 대학원 입학은 값지고 멋진 선택이었다.
  사실 쉬고 나면 죄책감에 시달리는 나에게 휴식은 참 어려운 과제였다. 그랬던 내가 잠시 쉬는 것도 인생에서 중요한 ‘점’이 될 수 있다는 걸 느끼게 된 순간이 있었다. 바쁜 일상을 지내다 본래의 내 모습을 잃고 초점 없이 컴퓨터를 바라보던 나를 인지했을 때가 그렇다.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에너지를 얻고, 혼자 산책하면서 기분 좋은 상상을 하던 원래의 내가 아득해지는 게 느껴질 때 영원히 그 모습을 잃어버릴까 무서워진다. 그래서 소소한 행복을 찾아 나선다. 여행을 가거나 긴 잠에 빠져들기도, 달달한 향수를 뿌리거나 카페에서 좋아하는 라떼를 마시면서 말이다. 이렇게 숨을 고르고 나면 신기하게도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긴다. 그러니까 쉬는 건 시간 낭비가 아니라 두 발 나아가기 위한 일 보 후퇴이다. 여유도 내 인생의 하나의 ‘점’이 될 수 있고, 그런 점들이 이어져서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 같다. 자신이 하는 생각과 행동에 자신감이 없다면 오늘의 제목을 떠올리길 바란다. 무언가를 위해 고심하는 순간과 행동 모두, 당신에게 추억과 경험이 될 거다. 인생에 쓸모없는 일은 없고, 결국 행복한 당신이 되는 데 도움이 될 테니까.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