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민하 /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부교수

[당신의 마음안전에 대해]

정신질환은 익숙한 질병으로 자리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편견 역시 가득하다. 이에 정신질환 중 우울증, 공황장애 그리고ADHD와 식이장애의 원인과 대처법을 알아보고자하며 이를 통해 우리가 더 마음안전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감기에 걸린 마음 ② 갑자기 찾아온 불편한 숨쉬기, 공황장애 ③ 그들의 주의산만에는 이유가 있다 ④ 식이장애의 괴로움

 

ADHD라는 이름의 병

홍민하 /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부교수

  요즘 일상대화 속에서 “나 ADHD 아니야?” 또는 “너는 ADHD 아니야?”라는 말을 드물지 않게 주고 받는다. 백발의 할머니가 이제 갓 초등학교 입학했을 만한 어린 손자의 손을 잡고 진료실에 들어오셔서 “그거 에이치 에이치 하는 거 아닌지 알아볼라고 왔어라”라고 말씀하신다.
  이런 상황들을 지켜봤을 때,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의 ‘소아청소년정신건강주간’의 대국민 홍보 사업이 성공했다고 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2004년 시작된 해당 사업은 ADHD를 비롯한 소아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학부모들과 교사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강연 및 홍보를 진행해 왔다. 이 덕분에 어린 시절 으레 거쳐 가는 장난기 가득한 시기쯤으로 치부되거나 됨됨이의 문제라며 혀를 끌끌 차고 넘어가 버리던 문제가 이제는 병이라고 인식 될 수 있게 됐다. 이와 더불어 어린아이에게만 ‘생긴다’고 여겨지던 ADHD가 성인기까지 이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뇌의 문제로 치료적 접근이 필요한 ‘질환’의 형태로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것이 가능해졌다.

 
 

산만함도 병인가

  “우리 아이는 좋아하는 레고블럭 놀이를 할 때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몇 시간씩 집중해요”라고 말하는 부모님이나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 혹은 긴 기간의 수험생활이 필요한 어른들도 ‘ADHD’를 진단받게 되면 당황한다. 그도 그럴 것이 ADHD는 영어로 “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이고, 우리말로는 주의력 결핍이나 과잉행동장애로 이름에 ‘집중력이 없다’라는 말이 떡하니 들어가 있기에 진단을 받게 되면 당연히 누구나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ADHD에서 말하는 주의집중(Attention)이란 내가 선택하거나 좋아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집중하는 것이 아닌 ‘제때 발휘돼야 하는 집중력’을 말하고 있다. 예를 들면 수업 시간이나 강연에서 돌아다니는 행동, 혹은 사담과 같은 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진행되는 것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이다. ‘제때 발휘되는 집중력’이 부족해 생기는 여러 가지 증상들이 한 개인의 학교, 직장, 대인관계, 결혼생활 등 여러 영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 것이 ADHD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는 것이다. ADHD는 전 세계적으로 약 5% 안팎의 유병률을 가지고 있다. 쉽게 생각해보면, 주변 모임 한두 개에 속해있는 사람 중 한 명은 볼 수 있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하지만 실제 병에 관해서 제대로 인식하고 이에 대해 도움을 찾는 사람은 그보다 훨씬 적다.

ADHD는 어떻게 알 수 있나

  우울증에서도 집중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큰 충격을 받아도 이와 유사한 증상들이 생길 수 있다. 어떻게 지금 보이는 ‘집중력 저하’를 ADHD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골절이나 감염 또는 암 등 다른 신체 질환은 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진단적 도구가 있는 반면에 ADHD는 이러한 진단적 도구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정신건강 영역에서 주로 사용하는 진단서인 미국정신의학협회가 출판한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DSM-5)》(2022)을 살펴보면, 주의력 결핍의 증상 9가지와 과잉행동·충동성 증상 9가지가 기술돼 있다. 먼저, 주의력 결핍의 증상으로는 ①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거나, 조심성이 없어서 실수를 잘함 ②일이나 놀이에 지속적으로 집중을 하기 어려움 ③다른 사람이 직접 말해도 듣지 않는 것 같음 ④지시를 따르지 못하며 학업이나 심부름과 업무 등을 잘 끝내지 못함 ⑤일이나 활동을 조직적으로 하기 어려움 ⑥지속적인 정신노력이 필요한 과제 참여를 기피 ⑦일이나 활동에 필요한 물건을 자주 분실 ⑧외부자극에 쉽게 산만해짐 ⑨일상적인 활동을 자주 잊음이 있다.
  과잉행동·충동성 증상으로는 ①손발을 꼼지락거리거나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함 ②가만히 앉아 있도록 요구되는 상황에서 떠남 ③안절부절 못하는 주관적 느낌 ④조용히 여가활동에 참여하지 못함 ⑤끊임없이 활동하거나 가만히 있기가 어려워 보임 ⑥지나치게 수다스럽게 말함 ⑦성급하게 대답 ⑧차례를 기다리지 못함 ⑨다른사람의 활동을 자주방해하거나 간섭함이 있다. 이 중 아이들의 경우는 6개, 성인의 기준으로는 5개가 넘는 증상이 6개월 이상 꾸준히 지속되며 ①직업·교육 ②대인관계 ③가정생활 ④사회생활 ⑤여가나 취미 ⑥자신감·자아상 중 두 개 이상의 영역에서 기능상의 장애가 나타나면 ADHD로 정의하고 있다.
  물론 기준이 참 모호함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 될 수도 있겠다. 그래서 ‘나’의 생활을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제삼자의 정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이들의 경우 생활기록부 혹은 학교 선생님의 의견이나 부모님의 관찰이 중요한 정보를 줄 수 있다. 반면에 성인의 경우는 찾기가 수월치 않다. 오래 사귄 친구나 배우자, 혹은 가족이나 직장동료 중 ‘나’와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사람일수록 의미 있는 정보제공자가 될 수 있다. 제삼자가 주는 정보와 더불어 표준화된 주의력 검사와 임상심리 검사가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단일 도구나 방법으로 확진을 내리는 방법은 아직까지 없다. 지금까지 개발된 도구 중에는 ‘성인 ADHD 진단을 위한 면담(Diagnostic interview for ADHD in adults, 3rd edition)’이 가장 세세하게 증상들을 살펴보고 진단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문가를 찾기 전에 세계보건기구에서 개발한 여섯 문항의 성인용 ADHD 자기-보고척도(ASRS v.1.1)를 이용하면 ADHD의 심층평가가 필요한지를 스스로 가늠해 볼 수도 있다.

산만함도 치료할 수 있나

  “완치가 가능한가요”는 진료실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단골 질문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ADHD는 주의력 부족과 과잉행동·충동성으로 인한 증상이 한 개인의 삶에 여러 형태로 나타나 어려움 또는 문제를 초래하는 것이 핵심이다. 산만함을 포함한 증상을 잘 조절해서 일상에서 적당한 형태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치료의 목표다. 질환에 대한 교육, 인지재구조화인 코칭과 인지행동치료를 통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변화시키고, 행동교정을 위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계획과 시간을 관리하거나 환경관리 및 정리 기술 등을 적용해 증상으로 인한 일상생활에서의 문제를 하나씩 줄여나가는 것이다.
  위와 같은 비약물적인 접근 외에 약물치료 역시 매우 효과적이다. 약물치료는 뇌에 작용하기 때문에 걱정과 불안이 앞서 치료에 대한 결정을 미루는 사람들을 종종 마주하기도 한다. 하지만, 약물은 열에 여덟, 아홉은 효과를 볼 정도로 그 결과는 매우 우수하다. 약물과 관련해 걱정과 불안을 야기하는 것들은 사전에 준비를 하고 면밀한 추적관찰을 통해 그때그때 조절을 하면 대부분 해결이 가능하다. 때문에 전문가와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
  ADHD는 그 자체를 조절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개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속적인 부정적 피드백과 좌절의 경험이 누적되면서 자존감 저하와 우울 및 불안 혹은 알코올 의존과 분노조절 등의 문제가 동반될 수 있어 조기치료가무엇보다 중요하다.
  미키 마우스의 창시자인 월트 디즈니, 백열전구를 발명한 발명가 에디슨. 그리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음악가로 인정받는 모차르트와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만능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산만함’을 갖고도 역사에 길이 남길 업적을 남긴 위인들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외 유명한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중에 과거 혹은 현재의 ADHD 치료력을 밝히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접할 수 있다. ADHD를 숨기고 덮으면서 개인이 혼자 겪으며 좌절하게 내버려 두기보다는 ADHD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창의성과 반짝임을 보다 아름답게 빛나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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