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 문예창작학과 교수

 


챗GPT와 다빈치 러닝

 

김민정 / 문예창작학과 교수

  챗GPT(ChatGPT)의 등장으로 미래 교육의 방향성에 관한 논의가 뜨겁다. 본교 역시 지난달 7일 ‘초거대 언어모델 챗GPT의 작동원리 및 활용방안’ 특강을 진행하며 챗GPT를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3월 본교에서 발행된 ‘중대신문’은 본교 재학생 및 휴학생을 대상으로 ‘챗GPT 사용실태 및 의식’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해당 설문은 대학 강의 과제와 학부 졸업 논문에서 챗GPT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찬반을 묻는 내용이었다. 이번 설문은 AI의 교육적 활용과 윤리 문제에 관해 교내 공론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평가할 수 있다.
  AI 상용화 시대를 맞이해 대학 교육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최근 GPT-4가 대규모 멀티모달역량을 기반으로 인간 수준의 성능까지 발휘할 수 있게 되면서 문예창작학과 교수로서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챗GPT의 언어 생성 능력은 단순한 텍스트 번역뿐만 아니라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생각됐던 창작 영역까지로 범위가 확장됐다. 그렇다면, 인간이 작성한 글은 AI가 작성한 글과 어떻게 차별화돼야 할까. 문예창작학과 커리큘럼에서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지적 훈련이란 과연 무엇일까.
  챗GPT의 운영원리는 간단하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토대로 딥러닝을 진행한 다음, 스스로 언어를 생성해 이용자를 위한 맞춤형 텍스트를 창작해낸다. 이제 단순한 지식 전수는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대학 교육은 사전 학습한 지식과 정보를 활용해 실습이나 토론과 같은 팀 프로젝트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다.
  AI시대의 차별화된 창작 역량 개발을 위해 필자가 담당하는 ‘스토리텔링과 문장기초’ 수업은 올해 1학기부터 교수학습개발센터의 지원을 받아 ‘다빈치 러닝’으로 교과목을 개편했다. 다빈치 러닝은 참여 활동 중심의 수업 진행을 위해 수업 전 미리 개념을 학습하고, 수업 후에는 심화활동을 수행하는 본교 고유의 교육모델이다. ‘스토리텔링과 문장기초’를 수강하는 학생들은 선행 콘텐츠의 서사 패턴과 캐릭터 유형에 대해 사전 학습을 진행한다. 그리고, 수업에서 하나의 설정을 두고 스토리를 다양하게 창작하고 서로 비교하며 스토리 다이어그램을 작성한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창작자로서 스토리의 확장성을 경험하고 스스로 자신만의 차별화된 스타일을 연구한다.
  독창성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타인, 혹은 타인의 작품과의 비교를 통해 완성된다. ‘과연 나의 글은 다른 사람과 얼마나 다른가’에 대한 정교한 비교와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결국, 독창성은 많은 작품을 읽고 쓰는 평범한 습관에서 탄생한다. 읽는 행위는 능동적인 창작의 일환이다. 그런 의미에서 챗GPT는 인간의 창작 활동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창작 활동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유용한 보조 도구가 될 것이다.
  다빈치 러닝으로 진행된 ‘스토리텔링과 문장기초’의 목표는 집단 창작 경험 그 자체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팀 단위로 번갈아가며 스토리 설정을 출제하고 스토리 다이어그램을 작성한다. 또한, 다른 학생들이 작성한 스토리와 비교하는 과정을 통해 AI를 활용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과의 경쟁이 아니라 협업이다. AI 상용화 시대, 인간의 창의성은 이제 새로운 변곡점에 도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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