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슬 / 토탈미술관 큐레이터

[예술_메타버스, 아트 플랫폼의 새로운 미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술계는 전례 없는 운영상의 위기를 맞이했으나,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난관을 빠르게 극복한 것을 시작으로 빅데이터, 머신러닝, 인공지능 등 고도의 기술이 계속해서 유입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메타버스’와 ‘NFT’는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하며, 이러한 플랫폼이 어떻게 미술계를 이끌어갈 수 있을지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메타버스의 개념과 미술계로의 확장 ② 메타버스를 활용한 다양한 실험과 지원 ③ 메타버스의 미래 ④ NFT아트의 예술적 가치

 

메타버스라는 공공공간에서 예술로 놀아보기

 

신보슬 / 토탈미술관 큐레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가상현실 ▲로봇 ▲IoT ▲클라우드 컴퓨팅 ▲메타버스 등의 용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기간 동안 우리에게 성큼 다가온 기술 용어들이다. HMD(Head Mounted Display)를 쓰고 가상현실 세계를 다니거나,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삶은 아주 오래전부터 SF 소설이나 영화에서 지겹도록 봐왔다. 다만 달라진 것은 이제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니고, 우리의 일상이 돼간다는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대면활동이 전면 중지됐던 순간부터 가속화된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우리의 삶을 총체적으로 바꿔가고 있다. 다시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그것이 과거로의 완전한 복귀를 의미하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새로운 일상. 뉴노멀의 시대를 보여주는 듯하다.
  메타버스는 뉴노멀 시대의 새로운 일상, 일상과 테크의 결합, 새로운 유형의 커뮤니케이션 등을 아우르는 또 다른 공간이자 플랫폼으로 중요한 의미와 역할을 가진다. 웹3.0과 연관된 많은 기술들 중에서 메타버스에 관한 관심이 유독 큰 이유는 무엇일까. 초기 메타버스의 등장은 NFT의 등장과 연계, 암호화폐, 상업화 가능성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만이 메타버스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껏 간과된 부분 즉 다양한 기술들을 수렴할 수 있는 플랫폼 공간으로서 기능하기 때문이다. 대면 만남을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보완재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학교, 전시장, 카페, 공연장이 만들어졌다. 다시 말해 메타버스는 태생부터 공공공간이었다. 그 안에서 ‘아바타’로 재현되는 사람들이 만났고, 연결됐고, ‘상호작용’했다.
  메타버스를 기술이 아닌 공간으로 이해하면, 메타버스의 기능을 단순히 상업적인 용도나 게임, 여가활동에 한정 짓지 않게 된다. 물리적인 공간에서 진행했던 많은 활동들이 메타버스 안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초대된 사람들은 물론 불특정 다수에게도 열려 있는 이 공간은 스쳐가는 공간일 수도 있고, 모임의 공간일 수도 있으며, 커뮤니티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메타버스 공간은 사적 공간이기보다는 공공공간에 더 가깝다. 메타버스 공간을 공공공간으로 간주하게 되면, 이에 대한 세심한 논의들이 필요하다. 현재는 메타버스가 열어주는 새로운 가능성에 집중돼 장밋빛 미래를 그리지만, 그 안에서도 물리적 공공공간에서 벌어지는 부정적인 문제들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리고 반달리즘, 언어 및 비언어적 폭력, 추행과 같은 문제들은 단순히 메타버스에 한정되지 않고, 실제 현실로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진지하게 논의돼야 한다. 메타버스에 대한 논의들이 새로운 경제활동의 측면에서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공공공간으로써의 메타버스에 대한 다양한 실험활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옐로우 아일랜드

 

  재작년 7월,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던 ‘세월호 기억공간’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로 인해 해체됐다. 유족들은 2014년 7월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단식농성장 천막이 설치된 지 7년 만에 광화문광장을 떠나게 된 것이다. 공공공간에 만들어진 추모공간은 언젠가 해체 및 철거될 수 있고, 팽팽한 입장 대립으로 인한 갈등을 빚기도 한다.
  중앙대에서 진행했던 ‘사진과 공공미술’ 수업시간에서, 광화문 ‘세월호 기억공간’의 해체를 바라보며, 추모공원을 메타버스 공간에 만들어보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메타버스 공간이라면 해체의 위기를 맞을 일도 없을 것이고, 언제든 찾아볼 수 있다.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벗어난 연대와 연계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었다. 팀원들이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를 다 심어가며 제페토 안에 ‘옐로우 아일랜드’라는 세계를 만들었다.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 배도 공원 안에 크게 설치했다. 세월호와 관련돼 지속적으로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을 진행한 노순택 작가의 사진 전시와 서영석 작가의 〈노란우산 프로젝트〉를 전시로 구현했다. 뿐만 아니라 노란색 스커트, 티셔츠, 머리끈 등의 아이템도 직접 제작했다. 아이템 판매 수익은 세월호 유가족협회로 보내질 수 있도록 했다.
  옐로우 아일랜드를 진행하기에 앞서 유가족협회와의 만남은 중요했다. 제페토 공간 안에 만든 세계는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공공공간이라는 점에서, 추모 공간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장점으로 작용했지만 이면에 단점도 있었기 때문이다. 물리적인 공간만큼은 아니지만, 메타버스 공간 안에서도 반달리즘을 비롯해, 추모의 공간에 걸맞지 않은 행위가 일어날 수도 있다. 실제로 옐로우 아일랜드 공간에 들어와 춤추고 시끄럽게 떠드는 아바타들을 보기도 했었다. 이러한 모든 가능성을 유족들에게 설명하고 옐로우 아일랜드에 대한 허락을 구했고, 흔쾌히 승낙을 얻을 수 있었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이뤄진 옐로우 아일랜드라는 작은 프로젝트는 동시대 추모의 방식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고, 기억을 나누는 ‘장소’가 됐다.


Between Particles and Waves

 

 
 

 

  ‘Between Particles and Waves(이하BPAW)’은 공공공간에서 예술활동을 해오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메타버스에서 새롭게 구현한 프로젝트이다. 얀 보만(Jan Vormann), 브래드 다우니(Brad Downey), 양자주 작가를 중심으로 진행된 BPAW는 마인크래프트 안에 28,000,000×280,000,000×256 블록 규모의 가상공간을 만들고, 실제 공공공간에서 작업해 온 작가들을 초대해 그 세계를 구현했다. 물리적인 공간에서 작업을 하다 보면 작품이 훼손되거나 노후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공공미술 작품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폐기될 운명에 놓여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메타버스는 물리적인 공간보다 안전하다고 생각된다.
  다우니의 멜라니아 동상작품은 물리적 공간의 작품이 훼손되는 것이 그 사례이다. 2018년 다우니가 슬로베니아를 방문했을 때, 멜라니아 트럼프의 고향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남편이자 전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의 공격적인 반이민 정책에 빗대어 모순된 현실을 기념하는 풍자적인 기념비를 만들려는 의도로 멜라니아 트럼프 조각상을 포플러 나무로 제작했지만, 누군가 그 기념비를 불태웠다. 브래드는 지역사회와 함께 조각상의 잔해를 정리하고 새롭게 동상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프로젝트 기획자이기도 한 브래드는 현실공간에는 사라진 멜라니아 동상을 마인크래프트 안에 다시 만들었다. 이렇게 잠시 있다가 사라져간 작품들, 실제로는 다른 나라, 다른 장소에 놓여 있는 작품이 BPAW를 통해 마인크래프트 상에 다시 모이게 됐다. 이로 인해 공공미술의 장소성을 생각할 때 작품의 원래 맥락이 사라진 상황에서 작품들이 하나의 공간에 모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어떤 새로운 의미가 생겨나는지 등 공공미술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BPAW는 메타버스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공공미술 관련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유의미 하지만, 메타버스라는 공간의 특징을 활용한 프로젝트 운영방식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메타버스라고 하면 시공간의 한계 없이 만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실제 시공간의 장벽보다 더 큰 언어의 장벽을 만나게 된다. BPAW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다양한 국가의 미술기관, 큐레이터를 초대해 그들이 직접 자신들의 언어로 가이드 투어를 진행할 수 있게 했다. 이 같은 운영방식은 시간대가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관객을 모으는데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이외에도 BPAW는 유명한 마인크래프트 전문 유투버인 수리(Surry)와 함께 월드를 건설해, 제작과정을 자신의 유튜브에 소개하는가 하면, 전시 이후에 작품을 NFT로 판매하는 등 기존의 현대미술 프로젝트에서 하지 않았던 새로운 형식적인 실험들을 진행해 왔다.
  메타버스 프로젝트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야 하고, 무엇인가 활동이 이뤄져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점이 메타버스 프로젝트와 웹사이트 프로젝트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각 플랫폼의 특징을 잘 파악해 그에 맞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메타버스는 이제 막 시작한 새로운 놀이터이다. 그 놀이터에 어떤 멋진 모험이 숨겨져 있는지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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