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엽 / MBC 스포츠국 PD

스 포츠를 향유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직접 뛰면서 땀방울을 흘릴 수도, 경기장에서 목청껏 응원하며 즐길 수도 있다. 본 특집에서는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만들어주는 ‘미디어’에 주목해보려 한다. 역동적인 순간순간을 화면에 담아내는 이들을 통해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지향점을 엿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포기하려던 순간, 기적을 보여주는 일상의 즐거움


이준엽 / MBC 스포츠국 PD


■ 본인의 업무에 대해 소개한다면

  MBC라는 지상파 TV 매체에서 스포츠 방송을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다. 최근에 있었던 2022 카타르월드컵부터, 작년 초에 있었던 베이징 겨울올림픽 등 빅 이벤트 방송이 가장 큰 업무 중 하나다. KBO리그와 같은 프로 스포츠 중계방송이라든지, 다양한 스포츠 관련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의 일도 스포츠국 PD들이 맡아서 하고 있다. 최근 연출한 작품은 작년 가을에 방영했던 카타르월드컵 특집
프로그램 〈김민재 더 몬스터〉가 있다.

 


■ 최근 스포츠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가 증가한 것을 체감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미디어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최근 미디어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로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들이 늘었는데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우리 스포츠국에서는 주로 중계방송을 위주로 하지만 예능 형식으로 풀어내는 방송이 늘어나면서 시청자들의 접근성이 더 좋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부분들이 일정 부분 실생활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예를 들면 SBS의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이 흥행하고 영향력이 커져서 여자 축구 동호회나 여성 직장인 축구 소모임 등의 활동이 활성화됐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했음을 체감할 수 있었던 순간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프로축구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과 흥미가 늘어나고 K리그의 흥행으로도 연결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골때녀’가 K리그의 인기를 높였다는 공식적인 자료나 통계는 아직 직접 확인하지 못했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미디어를 통해 스포츠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스포츠 예능이든 중계방송이든 더 많은 시청자들이 프로리그 관람이나 동아리, 소모임 활동 등으로 확대돼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미디어의 역할은 이런 대중들의 관심과 흥미를 확대시키고 실생활에서 친숙도를 높일 수 있도록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영상을 제작하는 데 있어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쓰는지 그리고 그 이유는?

  영상을 제작하는 데 있어 가장 첫 번째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스포츠 안에서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부분을 최대한 공략하는 것이다. 단순히 중계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포츠를 통해서 감동적인 부분들은 더 감동적으로, 재미있는 부분은 더 웃을 수 있게 만들어 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의 매 순간에도 여러 가지 감정들과 다양한 순간들이 존재한다. 어떤 순간은 가슴이 찡할 정도로 감동적인 부분이 있고 어떤 순간엔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이 있다. 그 부분들을 극대화해서 시청자들에게 잘 보여주는 게 스포츠 PD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카타르 월드컵 때 안정환 해설위원이 나온 콘텐츠를 예로 들면, 한 경기 안에서도 여러 가지 종류의 콘텐츠가 생산된다. 재치 있는 입담을 살려서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 때도 있고, 선수들이 전력을 다해 뛰는 순간을 해설위원의 멘트와 같이 편집해서 감동적인 영상을 만들기도 한다. 특히 월드컵 같은 전 국민이 지켜보시는 콘텐츠를 다룰 때는 시청자들의 정서를 순화하는 역할에 있어 제작자들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 최근 일부 스포츠 스타들의 논란(학폭, SNS 막말 등)이 있었는데, 미디어 제작자의 입장으로서 이런 사건·사고를 바라보는 입장은?

  스포츠 언론인으로서 민감한 이슈나 논란이 있을 때는 다 같이 고민하고 사회 분위기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미디어를 제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기자들이 조금 더 최전선에서 기사라는 형태로 이슈들을 직접적으로 다룬다면, 스포츠 PD들도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서 언론인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공론화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적절한 비판은 하되, 선수나 감독, 심판 등 개인에 대한 불필요한 비난은 하지 않는 것을 개인적인 원칙으로 삼고 있다. 논란이 될 만한 이슈가 있을 때 미디어에서 잘 다뤄져야 학교폭력을 비롯한 논란거리 등이 재발하지 않을 여지도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들이 건전한 비판을 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도 스포츠 미디어 종사자로서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 원칙을 잘 지킬 수 있어야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살리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논란 부풀리기에만 치우쳐서 다른 걸 생각하지 않고 자극적인 예능적 요소만 살린다면 스포츠 언론인으로서 사명감을 저버리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런 어떤 ‘선을 넘지 않으면서’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그만큼 쉽지 않기에 일을 하면서 매번 고민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 현직자로서 스포츠관련 미디어업계에서의 긍정적 측면과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요즘에는 지상파 채널들도 각자 스포츠 관련 유튜브 계정을 통해서 시청자들에게 많이 다가가고 있다. 지상파 채널이 관리하는 스포츠 콘텐츠 계정들도 적지 않은 구독자 수를 보유하고 있고 유튜브용 오리지널 콘텐츠들도 많아졌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빅이벤트가 벌어지지 않는 기간엔 시청자들의 스포츠 콘텐츠 집중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마련인데, 오히려 유튜브 등을 통해 평상시에도 시청자들에게 재미있는 스포츠 콘텐츠를 소개하며 소통한다는 부분에서 뉴미디어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약 3년 정도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스포츠도 큰 타격을 입었다. 2020 도쿄 올림픽이 연기되어 재작년에 개최된 것만 해도 상징적이고 큰 사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올림픽도 그랬는데 비인기 종목이나 평소에 상대적으로 관심을 적게 받는 종목들은 더 힘든 시기를 보냈을 것이다. 이제 코로나19 여파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으니 앞으로 더 다양한 스포츠 종목과 이벤트들이 미디어를 통해 노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포츠 관련 콘텐츠를 다룰 때 개선되거나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역시 과하게 자극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불필요한 비난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1인 미디어를 포함, 뉴미디어를 통해 워낙 다양한 스포츠 콘텐츠들이 존재하다 보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다루는 미디어부터 조회수나 수익을 위해 자극적이고 비난 일색의 콘텐츠들을 때때로 볼 수 있다. 스포츠 미디어들도 그런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워져서 건전하고 건강한 콘텐츠를 만드는 게 장기적으로 스포츠를 미디어로 다루는 사람들 전체에 도움 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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