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나 / 백석대 특수체육교육학과 교수

 스포츠는 비단 흥미와 여가의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 예로 후천적 장애에 대한 재활 프로그램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지만, ‘발달장애’ 재활 프로그램에 대한 사회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조금은 느리고 때로는 힘들지만 천천히 사회를 향해 한 발자국씩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과 프로그램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스포츠를 매개로 한 사람과 사회의 연결을 통해 스포츠가 가진 의미를 조명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한 걸음


양한나 / 백석대 특수체육교육학과 교수


  얼마 전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의 흥행으로 발달장애인, 자폐성 장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처럼 영화 또는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자폐성 장애인을 통해 장애에 대한 특성이 널리 알려지고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일부 개선되기도 한다. 다만, 모든 자폐성 장애인이 천재적인 지능을 가진 것은 아니기에 때로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오기도 한다.
  누군가는 ‘발달장애’라고 하고 누군가는 ‘자폐성 장애’라고 하는데 어느 표현이 맞는 말일까. 두 가지 모두 드라마 속의 우영우를 올바르게 표현하고 있다. 발달장애는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를 통칭하는 개념으로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그 용어가 명확해지고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 따르면 지적장애인은 “정신 발육이 항구적으로 지체돼 지적 능력의 발달이 불충분하거나 불완전하고 자신의 일을 처리하는 것과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상당히 곤란한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자폐성 장애인은 “소아기 자폐증, 비전형적 자폐증에 따른 언어·신체표현·자기조절·사회적응 기능 및 능력의 장애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다.
  통계에 따르면 전체 장애인 중에서 지적장애는 약 8.2%, 자폐성 장애는 약 1.2%의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발달장애가 절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을 아니지만 발달장애인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전 연령대에서 고르게 나타나고 있으며 무엇보다 정의에서 명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있어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 요구되고 있다.

 
 

발달장애인이 성인이 되면 어떻게 살고 있을까


  발달장애인들의 경우, 영유아기와 학령기에는 특수교육대상자로 지정돼 특수교육을 받고 주로 부모의 돌봄을 받으며 지낸다. 국내 발달장애인 지원 정책이 영·유아기나 학령기 발달장애인에게 집중돼 있어 다양한 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발달장애인은 성인이 돼도 자립 생활이 어렵고 사회 참여가 제한돼 있으며 이들의 성공적인 성인기로의 전환을 위한 지원은 미흡한 상황이다. 이에 성인 발달장애인 가족은 양육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으며 과중한 돌봄 부담은 생활고로 이어지고 결국, 발달장애인이 포함된 가족 전체의 삶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
  국내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원 정책은 ▲주간활동서비스 ▲방과후활동서비스 ▲발달재활서비스 ▲발달장애인 가족휴식지원 ▲발달장애인 부모상담지원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발달재활서비스는 만 18세 미만, 방과후활동서비스는 만 6세 이상 18세 미만의 청소년 발달장애인이 대상이므로 성인기 발달장애인이 직접 이용 가능한 정책은 주간활동서비스 뿐이다. 성인기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는 재활서비스 제공의 장이자, 가족에게는 낮 동안의 휴식을 제공해 양육 스트레스를 감소시켜주며 가족 회복의 기회가 된다. 또한, 장애인의 지역사회 내 통합을 도모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및 전문 지도자의 부재로 인해 본래 정책 의도와 달리 양질의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가로막는 주된 요인 중 한 가지는 도전적인 행동 특성이다. 예민하거나 둔감한 감각 이상으로 인해 가벼운 소음임에도 누군가에게는 고통스러운 자극이 될 수 있고, 반복적인 일상에 갑작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해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다. 또한 언어적 또는비언어적 의사소통 및 상징에 대한 이해에 어려움이 있어 그 답답함을 소리 지르기, 빙빙 돌기, 몸 흔들기 등과 같은 행동으로 표출할 수도 있다. 이때 우리가 고려해야 할 점은 이러한 행동을 할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이들의 입장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앞서 언급한 특성은 대표적인 특성일 뿐 이들은 개개인마다 매우 다른 독특한 행동패턴과 감각을 가지고 있으므로 쉽게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자신만의 루틴이 깨져서 당황스럽고 그 불안함을 소리 지르는 것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마주치게 된다면 그들이 편안하게 자신들의 방식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섣부른 판단으로 비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운동을 통해 사회 속으로


  특히 발달장애인의 건강은 삶의 질의 중요한 지표라 할 수 있다. 발달장애인은 인지적인 제한과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자신의 질병, 통증, 증상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차적인 건강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또한 건강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낮고 의료서비스 접근에도 제약이 있다. 그렇기에 비만율이 높고 우울감이 다른 장애인에 비해 높으며, 유전적 특성상 조기 노화로 인해 청장년기부터 건강한 노화를 위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학령기의 발달장애인은 학교 교육의 범위 안에서 정규체육교과목 시간을 통해 규칙적인 운동이 가능하다. 이와 더불어 방과 후 교육 및 치료 프로그램 경험을 경험하고 부모 주도로 다양한 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성인기 이후에는 더 이상 규칙적인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고, 주 돌봄자인 부모는 노년기가 돼 자녀와 함께 사회활동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거나 기능이 우수한 발달장애인들은 취업을 하거나 직업 관련 교육을 받기도 하지만 장애의 정도가 심한 발달장애인들은 대부분 비활동적인 생활습관을 갖게 되고 주간활동서비스를 이용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무료하게 가정에 방치될 수도 있는 것이다. 성인 발달장애인의 건강에 대한 선행연구를 분석해보면 비활동적인 생활습관으로 인해 만성적인 질환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건강 상태의 악화는 조기 노화로 이어진다고 한다.
  다양하고 꾸준한 신체활동은 이들의 체력을 증진시키며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고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삶의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성인 발달장애인이 스스로 자신의 건강 관리를 위해 지역사회 내 체육시설을 방문해 운동하고 그 과정에서 비장애인들과 어울리고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또는 주간활동서비스와 연계한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신체활동량을 높이고 저강도의 운동을 자주, 규칙적으로 하는 것은 물론, 가족이 함께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운동 프로그램에서 고려해야 할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장애특성을 고려해 흥미, 즐거움 유발에 효과적이어야 한다. 힘든 운동을 유익한 활동이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재미있는 움직임으로 구성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한 디지털 기술 활용 스포츠가 있다. 최근 AR·VR을 활용한 스포츠 콘텐츠가 다수 개발되고 있는데, 건강과 인지 및 사회성 향상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융·복합운동 프로그램을 권장한다.
  두 번째, 비장애인과 어울리고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돼야 한다. 장애의 정도가 심하거나 처음 운동을 경험하는 경우라면 장애인 전용 운동시설에서 전문 지도자와 운동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겠으나 장기적으로 지역사회 내 생활체육 시설 이용, 스포츠클럽 참여 등을 목표로 할 것을 권장한다. 특히 가벼운 등산 또는 트래킹과 같은 자연 친화적인 운동은 신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정
서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고 지역사회 시설의 활용, 가족 동반 운동이라는 측면에서 성인 발달장애인에게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여가로서의 가치를 포함해야 한다. 취업에 성공한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발달장애인들이 자신의 여가 시간을 건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여러 문화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한데 운동은 건강을 증진하고 사회 참여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가치 있는 여가가 될 수 있다. 성인기 이후의 발달장애인은 특수교육과 사회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일 위험이 있다.
  발달장애인의 삶의 질에 우리 사회가 더 관심을 기울이고 이들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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