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로 바라본 사회]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작년, 연말 가장 화제가 됐던 밈을 이야기 한다면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평균 기온 40도를 육박하는 중동 사막 한가운데서 개최된 첫 겨울 월드컵. 그리고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팀의 극적인 16강 진출은 하나의 서사를 완성하면서 온 국민을 뜨겁게 만들었다. 이번 월드컵이 그간의 대회들과 사뭇 달랐다. 그차이는 경기결과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표팀의 경기결과가 좋지 않으면 질타와 각종 비관적 분석을 내놓던 사회의 분위기와 달리 이번 대회에서는 모두가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승패의 결과에 상관없이 응원해주는 팬들의 목소리는 결국 기적과 같은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이것이 스포츠가 주는 울림이고, 사람들이 열광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처럼 스포츠는 승부를 향한 열정, 결과에 대한 승복, 새로운 목표를 향한 도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지향하면서 건강한 활력을 준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선조들의 말처럼 협동심과 성취감을 기르기 위한 일환으로 최근 영유아 및 청소년 필수 교육과정에 체육활동이 포함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체육계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지 최근 변화하고 있는 체육계의 흐름을 살펴보려한다. 또한 사회로 한 발자국 나아가려는 이들을 위해 체육은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마지막으로 이 모든 이들이 즐길 수 있도록 화면 뒤에서 고뇌하고 있는 이들의 삶을 엿보고자 한다.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 그 사이 어디쯤


  오륜기 아래 흩날리는 태극기, 광화문을 붉게 물든 월드컵의 함성. 관중들은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에 열광하기도, 안타까움의 탄식을 내뱉기도 한다. 국가대표라는 신분을 가지고 경기장을 누비는 그들을 통해서 우린 자긍심과 존경심을 느낀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체육계는 과거에서부터 최근까지 일부 특출난 인원들에게 지원해 주는 ‘엘리트체육’을 시행해왔다.
  소수의 선수가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전문 지도자로부터 집중적인 훈련을 받는 전문적인 체육 시스템을 엘리트체육이라 일컫는데, 쉽게 말하자면 온 인생을 경기장에 쏟아붓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시스템의 경우 경쟁적인 성격이 매우 강조되는데, 승자의 경우 명예와 부를 얻게 되지만 패자의 경우 그동안 흘린 땀방울에 상관없이 빈손으로 남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은 우리나라와 같이 상대적으로 인적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나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최적의 방법으로 채택됐으나, 점차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맹목적인 승자독식 체계를 탈피하고자 하는 목소리가 등장하게 됐다.
  이에 따라 주목되는 것이 ‘생활체육’이다. 이는 체육활동을 일상 생활 내용으로 녹아들게 하는 것을 말하는데, 영유아로부터 고연령층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주기동안 체육활동이 밀접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좀 더 확대해보자면,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일지라도 평소에는 본업에 충실하고, 대회에 맞춰 선수 생활을 하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실례로 지난 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컬링팀과 맞붙었던 일본 컬링팀의 ‘후지사와 사츠키’선수의 경우 비시즌에는 보험 설계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 중 어느 것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것일까. 엘리트체육으로 성장해 온 대한민국 체육계에 불어닥친 변화의 파도 속에서, 생활체육과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다.


사회로 돌아오기 위한 한 걸음


  영화 〈말아톤〉(2005)의 주인공인 윤초원(조승우役)은 “초원이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라는 유명한 대사를 남겼다. 영화 속 주인공 윤초원군은 실제 마라토너이자 철인3종 경기를 완주한 배형진씨를 모티브로 제작됐다. 2001년 19세의 나이에 42.195km의 풀코스 마라톤을 2시간 57분 7초라는 기록으로 완주한 배형진씨는 자폐증을 가졌지만, 운동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면서 사람들의 물음표 담긴 시선을 느낌표로 바꾸는 역할을 해줬다.
  이처럼 발달장애인들의 체육활동은 단순히 신체를 움직이는 것에 그치지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특히 성인 발달장애인들의 사회참여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그들의 돌발적인 행동 특성이다.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이들의 행동은 반복적이고 일관된 삶의 패턴에서 이탈된 상황에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일반 사람들에게는 가벼운 소음이거나 단순한 해프닝 정도의 사건일지라도, 그들에겐 고통스러운 자극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을 좀 더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체육활동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제대로 설계된 체육 프로그램은 발달장애인들의 흥미를 유발함과 동시에 지역사회 활동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체육활동은 이들의 수명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장애의 정도가 심한 발달장애인의 경우, 비활동적인 생활습관이 비만 등의 질병을 유발하게 된다. 이는 곧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로 확장되는데, 상대적으로 회복이 쉽고 빠른 일반인들과 달리 발달장애인들의 경우 자칫 잘못하다가는 만성질병으로 고착돼 결국 조기 노화로 이어지는 결과가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규칙적인 운동을 포함한 규칙적 생활습관은 비단 사회로의 진출뿐만 아니라 발달장애인 스스로의 건강 및 수명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발달장애인에게 적합한 체육프로그램이란 무엇인가. 이에 대한 고민은 그들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된다.


모두가 즐기는 스포츠를 위해


  〈골때리는 그녀들〉(2021)의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대부분 남성 출연진들이 등장했던 기존 스포츠 예능의 틀을 깨고, 남자축구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여자축구를 전면으로 세우자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시청자들은 그녀들에게서 열정과 노력, 진정성과 희열을 함께 공감했다. 특히 출연자들은 공을 차는 것 조차 서툴던 초보에서 시작했지만, 훈련을 반복하면서 점차 실력이 늘고 성장해갔다. 이에 더해 때로는 거친 몸 싸움으로 부상을 입으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진정한 스포츠 정신이란 무엇인지 보여줬다. 이는 비단 예능 프로그램에서 멈추지 않고 사회 저변의 확장으로도 이어졌는데, 실제로 여성 축구 동호회 확대, 여자 국가대표 평가전 흥행 등 부가적인 효과까지 이끌어 내고 있다.
  이처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미디어의 힘은 막강하다. 특히나 직접 뛰는 것이 아님에도 그들이 내쉬는 호흡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은 미디어 제작자들의 끊임없는 노력 없이 불가능하다. 화면의 뒤편에서 남몰래 땀 흘리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모두가 즐기는 스포츠를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알아가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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