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 법무법인 케이디에이치 변호사, 수의사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

현대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있다. 이에 관련 산업시장의 규모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그 범위가 펫보험, 펫푸드, 펫캉스 등으로 다양하게 확대되는 상황이다. 이렇듯 반려동물이 우리 삶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물복지, 반려동물 교육 등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미진하다. 이에 이번 기획에서는 관련 정책과 현황 등을 살펴보고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우리의 삶과 함께하는 ② 책임지지 못한다면 ③ 세상에 나쁜 반려동물은 없으니까 ④ 변화하는 일상

 

반려동물 정책의 현주소
 

이상민 / 법무법인 케이디에이치 변호사, 수의사

  반려동물 천만 가구의 시대라고 한다. 다소 과장된 수치일 수는 있겠으나 예전에 비해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만은 분명하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 간의 거리가 멀어진 채로 무려 3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반려동물은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삶 속에 깊숙이 자리하게 됐다. 그만큼 동물보호에 대한 인식과 관심도 달라지고 있다. 한 방송사가 극 중 낙마 장면 촬영을 위해 말의 다리에 밧줄을 묶어 넘어뜨린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이를 계기로 해외 드라마, 영화 촬영 현장 사례와 비교해 우리나라의 안이한 인식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이에 해당 방송사는 동물 출연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신설했다. 동물보호에 대한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예전에는 문제라고 생각지 못했던 것을 인식하게 됐을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개선방안을 도출하는 데까지 나아가게 된 것이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동물에 대해 달라진 우리 사회의 인식은 법과 정책에도 반영되고 있다. 법무부는 재작년 7월 19일 제98조의2(동물의 법적 지위)를 신설하는 「민법」일부 개정 법률안을 입법예고 했고, 이후 동물의 법적 지위를 물건과 분리하는 민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기에 이르렀다. 「민법」개정안 제98조의2 제1항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간결하고도 명쾌한 문장이다. 사법의 근간인 「민법」이 위와 같이 선언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1항을 통해 우리는 동물을 권리의 주체가 아닌 객체로 보거나, 재산의 일종으로 보던 안일한 시각에서 벗어나 적어도 물건처럼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되는, 마땅히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로 동물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물론 한계도 있다. 제2항에서는 “동물에 대해서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제1항을 통해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고 선언함에 따라 생길 수 있는 법규의 공백과 법적인 혼란을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면서도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라고 하는 것은 일견 모순처럼 느껴질 수 있다. 결국 추가 입법을 통해 ‘특별한 규정’을 만들지 않는다면 제1항은 무용지물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제1항으로 인해 간접적으로 동물보호를 위한 새로운 법률 제정이나, 기존 법률 개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추가 입법이 필요하지 않은 영역에서는 제1항의 직접적인 영향력 발휘도 가능하다. 법관의 재량이 작용되는 영역도 그 중 하나다. 별도 입법이 없더라도 법관의 재량으로 「동물보호법」이 금지하는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 양형이 강화될 수 있다. 또한 동물이 죽거나 다친 데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에서 위자료 액수가 국민감정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상향될 것이다.
  개정안은 국회에서 아직 통과되지 못했으나, 발의된 것만으로도 동물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알 수 있다. 차갑고 냉정한 법의 영역에서 동물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시도는 그 자체로 박수받아 마땅하다.

전부개정 되는 동물보호법

  그렇다면 입법 예정 이외에 현재 우리 생활에 적용되고 있는 동물 관련 법제도는 무엇이 있을까. 동물보호를 위한 기본법으로 「동물보호법」이 제정돼 있다. 「동물보호법」에서는 학대 행위를 유형화해 이에 대한 처벌 기준을 정했고, 실험의 원칙을 정해 과학발전이라는 미명하에 동물이 무분별하게 희생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다.
  특히 동물 중에서도 개, 고양이, 토끼, 페럿, 기니피그 및 햄스터는 “반려동물”로 정해 더욱 두텁게 보호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장묘, 판매, 수입 등에 관한 영업을 하려는 자는 일정 기준 이상의 시설과 인력을 갖추어 등록하거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받게 된다. 주택·준주택에서 기르는 개나 그 외의 장소일지라도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개는 “등록대상동물”로 정해 유실되거나 유기되더라도 보호자를 찾을 수 있게 하고, 보호자에게도 외출 시 목줄 등 안전조치와 배설물 수거 의무를 부여해 타인과의 공존을 도모하고 있다.
  작년 4월 26일에는 「동물보호법」이 전부개정 돼 오는 4월 27일과 내년 4월 27일 순차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전부개정법에서는 동물학대 행위자에게 수강명령이나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을 가능하게 해 재범을 방지하고자 했고, 맹견을 사육하려는 사람은 기질평가를 거친 후 허가를 받게 해 자주 반복되는 개물림 사고를 예방하도록 했다. 또한 ‘반려동물행동지도사’를 국가자격으로 신설해 반려동물의 행동분석과 훈련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 여건을 마련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직영·위탁 방식으로 운영되던 동물보호센터 외에 민간이 주도하는 사설 동물보호시설 신고제를 도입해 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이 가능해졌다. 장기입원이나 군복무 등으로 인해 사육을 포기하는 동물은 지방자치단체가 인수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무엇보다 동물수입업·판매업·장묘업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함과 동시에 벌금형만 가능했던 무허가영업에 대해 징역형도 가능하게 했다. 이와 같이 처벌 수위를 높임으로써 반려동물에 대한 보호를 한층 강화한 것이다.

반려동물 복지 증진을 위한 개선방향

  전부개정이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동물보호법」 개정은 기존 법의 일부 내용을 수정·보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허가제도를 도입하는 등 기존 법의 체계를 상당 부분 바꿔놓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전부개정 내용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물보호단체에서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해온 동물학대행위자의 동물 사육금지 제도 도입이 불발된 것이 대표적인 내용이다.
  이중처벌의 소지가 있고, 그 자가 동물 관련 영업에 종사하는 경우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침해받을 우려도 있다는 것이 이유였는데 다소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사육금지 처분은 행정처분 내지 보안처분의 일종일 뿐 형사처벌이 아니므로 이중처벌 소지에 대해서는 법리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 동물 관련 영업종사자는 비영업자에 비해 동물보호 의식 수준이 더 높아야 하므로 영업자가 동물학대를 했을 때, 사육금지 처분을 하는 것은 정당한 기본권의 제한이지 기본권의 침해라고 볼 수도 없다. 이에 사육금지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향후 추가적인 입법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울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더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의 동물보호센터 운영과 동물보호관리시스템 온라인 서비스가 시작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한 해 10만 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립 동물장묘시설은 전국에 1곳뿐이다. 유기동물의 입양을 위한 인식 개선과 지원, 장묘 및 추모를 위한 공간 등 종합시설을 갖춘 반려동물 문화타운의 조성 같은 동물복지를 위한 투자와 제도적인 뒷받침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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