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희 / 문예창작학과 석사수료

 


좋은 선택과 성장

 

김소희 / 문예창작학과 석사수료

  코로나가 막 시작되던 2020년, 나는 대학교 4학년이 됐고 배움에 대한 갈망은 어느 때보다 깊어졌다. 평소 체력이 강한 편은 아닌지라 주어진 양의 공부를 끝내면 쉽게 지쳤다. 학부 공부를 마친 뒤에도 내가 원하는 공부까지 할 체력은 없었다. 그러나 코로나가 발병하고 모든 수업이 온라인 강의로 전환되면서 시간과 체력에 여유가 생겼다. 그 때문이었을까. 4학년 1학기 시간표를 짤 때 청강과 전공 연계 교양을 포함해 21학점 중 18학점이 전공인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이고 말았다. 그런데도 부족함을 느꼈다. 더 깊이 공부하고 싶었다. 내가 하는 공부가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난 대학원에 가기로 결심했다.
  갑작스럽게 생긴 마음은 아니었다. 학부 2학년부터 대학원에 진학할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생각이 있는 것과 실현되는 것은 달랐다. 대학원에 가겠다고 마음을 먹음과 동시에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 난 항상 후회를 생각한다. 어떤 선택이라도 후회가 없을 순 없지만,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도 만족할 선택인지 고민하면 대체로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한 번의 휴학 없이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입학하는 길을 선택했다.
  선택에는 꼭 책임이 뒤따른다. 그러나 그 책임이라는 게 쉽지 않다. 대학원 입학과 동시에 설레는 마음은 부담감으로 바뀌었다. 흔히 ‘밈’ 화 된 노예 같은 대학원 생활은 나에게 해당되지 않았지만 다른 유형의 어려움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내가 처한 상황과 가장 잘 맞는 비유를 찾아냈다.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 여러 가지 맛을 맛보기 스푼으로 먹고 가장 마음에 드는 맛을 찾아서 “이 맛으로 주세요” 했을 뿐인데, 갑자기 그러기 위해선 그 맛을 만들 줄 알아야 한다고 공장으로 끌려간 기분이었다. 나는 겨우 1을 이해했는데 진도는 7까지 나가 있는 걸 보고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다. 그저 입맛에 맞는 아이스크림을 이제 막 먹으려는데 아이스크림 제조법을 배우는 듯 했다. 게다가 남들은 이미 아이스크림 이름만 들어도 배합까지 줄줄 외우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서 있는 나와 달리 주변 사람들은 멀찌감치 달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남들은 아는 내용인 것 같을 때 밀려드는 자괴감을 이기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을 돌려서 다시 학부 4학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이 선택을 망설이지는 않을 것이다. 기대와 다르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원하는 이유는 바로 성장이다. 나는 대학원에 와서 내가 사실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좌절은 ‘아는 줄 알았더니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에서 발생했지만, 나의 성장은 그 속의 ‘배움’에서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전제로 다시 배우는 순간,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학과 특성상 전공 수업뿐만 아니라 문화생활을 즐긴 뒤에도 함께 의견을 나눌 시간이 많았고,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다양한 사고를 나눌 수 있었다.
  이 성장은 또 다른 내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그 선택을 책임지기 위해 노력하면 다시 성장하고 다른 좋은 선택으로 이어질 것이다. 인생은 선택과 책임의 연속이다. 그래서 나는 질문을 남기고 싶다. 여러분은 좋은 선택을 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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