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 미술학부 교수, 한국박물관학회 회장

 흑석동에 대학미술관이 필요하다

김영호 / 미술학부 교수, 한국박물관학회 회장

 인공지능과 로보테크놀로지로 대변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며 대학의 기능과 역할이 바뀌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대학이 언제나 시대상의 변화와 맞물려 전개돼왔음을 고려할 때 자연스러운 상황이다. 그러나, 전과 다른 점은 변화의 방향과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본교 역시 불투명한 변화의 물결 앞에서 선제적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보테크놀로지 분야의 특성화 전략을 추진해 예술공학대학을 비롯한 AI학과, 소프트웨어학부, 융합공학부 등의 학문 단위를 신설한 것이 그 사례들이다. 기존의 학문 단위에서도 빅데이터·AI이미징·메타버스·알고리즘·3D프린트 등 디지털 기술을 핵심으로 내세운 커리큘럼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이러한 변화 과정이 설정한 목표는 ‘새로운 문화예술을 창조할 융합형 인재 양성’으로 요약된다.
 국내 최대의 종합예술대학임을 자랑하고 있는 본교는 이미 문화예술 분야의 인재 양성 실적을 유지해 왔다. 예술대학만 하더라도 6개 학부와 23개의 전공을 통해 매년 700명 이상의 졸업생들을 배출하고 있다. 일반대학원에 설치된 예술학과, 조형예술학과, 문화예술경영학과 등 그리고 예술대학원의 공연영상, 예술경영, 미술·디자인 등 3개 학과와 11개의 전공, 그리고 첨단영상대학원 예술 분야의 졸업생을 모두 합하면 10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시대 변화에 대응하는 학문 단위 재편과 인적 자원에도 불구하고 본교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는 다양한 교육 인프라를 견인할 열린 문화예술 플랫폼이 부실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한 가지의 예로, 본교에는 수도권의 경쟁대학들과 달리 대학미술관이 존재하지 않는다. 국내 최대의 종합예술대학을 자처하고 있으나 창작과 소통의 플랫폼인 현대 미술관은 없다. 1991년 제정된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은 국립·공립·사립과 더불어 대학미술관을 ‘중요한 교육시설’로 명시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정책을 전개하고 있으나 우리 대학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본교의 미술관 설립은 어렵지 않은 과제다. 중앙아트홀 2층에 전시관이 이미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상황으로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어 해당 전시관은 졸업식 등과 같은 대극장 행사의 준비실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전시관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전문 관장제를 도입해야한다. 그리고 일련의 준비과정을 거쳐 이를 대학미술관으로 등록할 필요가 있다. 이는 관장과 학예사 등의 인력 수급이나 시설비가 따로 드는 일이 아니며 학내의 인적 자원과 정부의 지원정책을 활용하는 지혜로 충분하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대학미술관의 설립은 특정 학문 단위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학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대학이 내세우는 “새로운 문화예술을 창조할 융합형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를 함께 실천하는 일이다. 대학이 자리한 지역의 주민들과 국가 공동체를 위한 시설이라는 차원에서 이 사업은 숙고 될 필요가 있다. 소통의 가치가 중심이 될 ‘문명사적 전환기’를 맞고 있는 지금, 대학의 청사진을 만드는데 중앙인 모두의 관심과 실천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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