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3.5.6 토 01:55
기획학술
[인터뷰]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시인)들에게 바치는 헌사황선희 / 국어국문학 박사
이소민 편집위원  |  sominsophia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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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1호]
승인 2023.03.05  11: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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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시인)들에게 바치는 헌사


■ 아이러니를 다룬 주요 이유와 그 의미는 무엇인가
  오랫동안 아이러니에 대한 설명은 중·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우는 ‘반어(反語)’의 의미에 멎어 있었으며 이는 중립적인 인지 원리 정도로 파악돼 왔다. 이에 비해 현대 철학에서는 아이러니를 중요한 정신이자 태도로 다룬다. 가령 철학자 리처드 로티(Richard Rorty)는 그의 저서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에서 ‘아이러니스트’를 “자신이 현재 사용하는 마지막 어휘에 대해 근본적이고도 지속적인 의심을 갖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그들은 스스로의 우연성과 취약성을 항상 의식하고 있으며, 자신의 용어로 자신의 삶을 요약할 수 있기를 원한다. 자기 비판적이면서도 자의식적인 태도, 자기-창조와 자기-파괴가 통합된 글쓰기는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시인들이 성실하게 보여 준 것이기도 하다. 이들은 아이러니의 정신이 중립적일 수 없음을 누구보다 선명하게 보여 준다. 이 지점을 파고든다면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더욱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여성시인들에게 학술연구의 형태로나마 아주 작은, 일종의 헌사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 김승희, 김혜순, 최승자라는 세 시인을 위주로 살펴본 이유는 무엇인가
  김승희, 김혜순, 최승자는 모두 1950년대 초중반에 출생하고 1970년대에 등단해 1980년대 이래로 한국 여성시의 대표 주자로 거론돼 온 시인들이다. 1980~1990년대라는 특정 시기의 시를 다루기는 하였지만 생존 시인들의 시를 연구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한국 현대 여성시를 ‘아이러니’라는 방법론으로 살펴본다면 세 시인을 경유하지 않을 수 없겠다고 생각했고, 이들의 문학적 성과는 삼자 비교를 통해 더 풍부하게 해명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보수적인 문단 내에서, ‘여성성’이라고 믿어지는 미덕을 거스르는 여성시인들은 꽤 오랫동안 해체적이라거나 과격하다거나 ‘여류 치고는 잘 쓰는 시인’ 정도의 평가를 받았다. 물론 지금의 담론장에서 여성문학은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인 연구와 재평가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말이다. 세 시인에게 과도하게 혹은 부당하게 덧씌워졌던 해석의 틀을 좀 흔들어 보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의 한 사람으로서 다름 아닌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했던 고난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의 경험이 세 시인의 시를 더욱 열심히 파고들게 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밖으로 나갈까’라는 김승희 시인의 자문(自問)은 괴로운 시기를 버티도록 하는 동력이 됐음을 고백한다.

계획 혹은 진행 중인 후속 연구가 있는가
  아이러니는 이중화의 원리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섬세한 독법으로 읽어 낼 필요가 있는 문학의 한 관점이자 철학이다. 아이러니라는 방법론을 가지고 여성시인들의 시를 살피는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 전개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있다. 특히 기존에 주목받지 못했던 시인들이나 특정 관점에 국한해 읽혀 왔던 시인들의 시를 다른 각도에서 읽어 내는 노력을 해 보고자 한다.
  최근에는 허수경의 전쟁시를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읽어 보고자 한 연구를 제출했고, 현재는 여성-증언시의 현황과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해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다룬 에밀리 정민 윤의 첫 시집 《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2020)을 검토하고 있다. 문학에서 증언은 주로 소설 장르를 중심으로 담론화돼 왔고, 전쟁은 남성시의 사례가 중점적으로 연구돼 왔는데 시 장르, 그중에서도 여성시인의 시를 경유한다면 전쟁과 증언을 새로운 방식으로 맥락화하는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지금은 ‘전쟁시’나 ‘증언시’라는 이름을 붙인 시들을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해석해 보는 중이고, 후속 연구에서는 1990년대 여성시에 나타난 ‘웃음’의 정치성을 살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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