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3.5.6 토 01:55
기획학술
[중앙아카데미아] 경제성장에 대한 사회자본론과 창조계층론의 화해천지은 / 행정학 박사
이소민 편집위원  |  sominsophialee@gam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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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호]
승인 2022.12.06  21: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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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조계층이 지역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사회자본의 조절효과』 천지은 著 (2022, 행정학과 행정학 전공 박사논문)
  본 지면은 학위 논문을 통해 중앙대 대학원에서 어떤 연구 성과가 있는지 소개하고, 다양한 학과의 관점을 교류하고자 기획됐다. 이번 호에서는 행정학과 천지은의 박사 논문 『창조계층이 지역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사회자본의 조절효과』를 중심으로 창조자본이란 무엇인지 살펴봄과 동시에 지역경제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경제성장에 대한 사회자본론과 창조계층론의 화해

 

천지은 / 행정학 박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지도자를 뽑는 모든 선거에서 ‘시민들을 어떻게 부유하게 해줄 것인가’에 대한 구호는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이는 경제성장의 실현이 그 자체만으로도 지역 문제의 상당 부분을 해결해줄 수 있을 만큼 시민 후생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변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이 지역의 경제성장을 가져다주는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은 학계에서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왜 어떤 지역은 성장하고 어떤 지역은 성장하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초기의 학자들은 돈, 시설 인프라, 인구의 규모와 같은 인적·물적 자본이 풍부하게 축적된 지역이 성장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한국과 같이, 전쟁 이후 피폐해져 맨땅에서 기적을 일군 나라가 등장하면서 논리적 한계에 부딪히게 됐다. 한국은 물적·인적 자본도 부족한 나라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사한 자본 수준을 가진 한 국가 내에서도 지역 간 다른 경제성장 수준을 보이는 경우들이 나타났다. 이런 현상들을 설명하기 위해, 기존의 주류 설명에 포함되지 않은 다양한 변수들을 검토하는 시도들이 이뤄졌다. 그런 이들 중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본을 주목한 대표적 학자가 바로 로버트 퍼트남(Robert Putnam)이다.

 

신뢰, 규범, 네트워크와 같은 시민사회의 역량

 

  퍼트남은 이탈리아의 남북부 지역이 동일하게 지방자치제도를 시행했음에도, 북부지역이 남부지역에 비해 훨씬 더 큰 사회경제적 성취를 이루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리고 그 원인을 남·북부가 경험해 온 서로 다른 역사적 전통화와 사회적 맥락에서 찾았다. 남부는 본래 강력한 군주제 하에 통치되던 지역이고, 북부는 여러 공동체적 공화국 체제를 경험했다. 이러한 역사적 차이는 시민성의 질적 차이를 가져왔다. 북부는 사회문제에 대해 보다 평등적이고 수평적인 네트워크 하에 문제를 해결해 온 경험을 가졌다.
  이로 인해 북부는 보다 발달된 사회자본을 보유할 수 있었고, 그 결과 경제적·사회적으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때 사회자본은 신뢰, 규범, 네트워크와 같이 사람들 간에 형성된 무형의 관계자본이다. 사회자본은 혼자서 해낼 수 없는 것들을 시민사회가 해낼 수 있도록 도우며, 불신과 무질서에서 오는 사회적 비용을 줄임으로써 효율적인 사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한다. 퍼트남은 이러한 사회자본이 경제성장을 이끌어내는 강력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성장 동력의 변화와 창조적인 계층의 등장

 

  그러나 도시경제학자 리차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는 산업구조의 변화로 인해 현대 사회에서 경제성장의 동력이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음을 지적한다. 이제는 단순히 돈과 시설이 많다고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 단언하기 어려우며, BTS와 같은 문화예술인이 국가적인 규모로 경제적 성과를 창출하는 경우가 흔해졌다. 즉 단순히 물적·인적자본이 중요한 게 아니라 “창조적인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경제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사회자본이 현대사회의 경제성장을 설명하는데 완전히 설명력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창조계층이 과거의 사회자본을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플로리다가 인터뷰한 창조계층들은 개성이 강하고 능력주의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공동체가 자신의 삶에 침습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그런 환경을 기피하고 준익명성을 추구한다. 반면 퍼트남이 말한 전통적인 사회자본은 이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창조계층은 오히려 그렇지 않은 지역에 입지한다. 특히 강한 유대감과 네트워크는 오히려 배타성으로 작용해 새로운 사람들과 아이디어의 유입을 방해한다. 그렇기에 사회자본은 경제성장 요인으로써 설명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창조계층이 원하는 사회자본과 경제성장

 

  이 연구에서 주목한 것은 옳고 그름이 아니다. 왜 이런 논박이 일어났는가이다. 신뢰나 유대감을 원하지 않는 인간이 존재할까. 대부분 그렇지 않다. 다만 ‘어떤’ 신뢰와 ‘어떤’ 유대감, ‘어떤’ 관계를 원하는지가 중요할 뿐이다. 그런데 플로리다는 사회자본의 층위를 매우 단조롭게 한정하고 있다. 퍼트남이 말한 사회자본의 한 측면, 즉 가족과 친구, 오랜 이웃 등 강한 유대를 토대로 논의를 전개해 나갔다. 반면 사회자본은 ‘사람 간 관계에서 나오는 힘’으로, 그 층위가 매우 폭넓다. 강한 연대 외에도 느슨하지만 폭넓은 연대도 존재한다. 플로리다의 표현을 빌리면, 다양성이 확보된 느슨한 연대는 오히려 창조계층이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회자본에 관한 연구들이 말하는 사회자본의 경제적 효과는 산업구조의 변화와는 관계없이 작동하는 성질의 것들이다. 서로 신뢰하고 상호 호혜적으로 접근함에 따라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며, 활발한 네트워크는 인적 교류를 통해 오히려 지식이전과 혁신이 증대된다고 설명한다. 수많은 후행연구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당연히 두 이론이 화해할 지점을 모색해야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래서 이런 연구가설에 도달했다. 창조계층이 원하는 사회자본이 형성된 지역이, 이들의 경제적 효과를 더욱 강화하지 않을까.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회자본을 창조계층론의 관점에서 다시 유형화하는 시도가 필요했다. 이에 사회자본을 퍼트남이 말한 전통적 사회자본과 창조계층이 선호할만한 형태의 창조계층형 사회자본으로 재분류했다. 그리고 총 3개의 모델, 즉 창조자본(창조계층)이 지역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과 사회자본이 지역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창조자본이 지역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에서 각각의 사회자본이 미치는 조절효과를 검토했다.
  그 결과 창조자본도, 사회자본도 지역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점은 유형별 사회자본의 조절효과에서 나타난 차이다. 창조계층이 지역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에서 전통적 사회자본은 조절효과를 나타내지 않았다. 반면, 창조계층의 선호를 반영한 사회자본은 이들의 경제적 효과를 더욱 강화하는 조절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이들이 바라는 다양성 측면의 규범이 강한 지역일수록 창조계층이 지역경제성장을 창출하는 데 분명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다시 말하면, 사회자본론도 창조계층론도 모두 틀리지 않았다. 다만 더 중요한 점은, 창조계층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창조적 사회자본”을 배태한 지역이 더욱 잘 성장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검토를 통해 본 연구는 사회자본과 창조계층의 화해를 위한 대안적 모델을 제시하게 됐다. 핵심은 창조적 사회자본에 있다.

 

지역경제성장을 위해 정부는

 

  이 연구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에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준다. 지금까지 지역균형발전 정책들은 비수도권 지방지역에 고급 인력들이 원할만한 정주환경 인프라를 구축하면 인력 유출을 막아 지역이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각 지방에 투자했다. 하지만 지역균형발전에 초점을 둬 온 지난 20년간 지방의 현황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이는 근본적으로 경제성장을 추동하는 창조계층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단순히 물적 인프라를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원하는 사회자본이 축적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물론 사회자본은 정부가 증진시키려고 한다고 해서 쉽게 증진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사회자본은 사람 간 관계와 사회적 맥락 하에 자연스럽게 배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경종을 울릴 시점이다. 새로운 경제성장동력인 창조계층을 지역에 착근시키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그들이 원하는 사회자본은 어떤 것인가. 이를 위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현 시점에는 창조계층과 사회자본의 관계를 이제 밝혀낸 수준이기 때문에, 정부의 실천적 노력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향후 보다 세밀한 후속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본 연구로도 어느 정도 추론 가능한 노력들이 있다. 창조계층이 선호하는 다양성과 관용이 증진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도록 정책적 메시지를 일관되게 가져가야 할 것이다. 사회는 정책메시지에 쉽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이 선호하는 분위기에서 네트워킹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넛지(Nudge) 정책을 고민해봐야 한다. 우리는 아직 더욱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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