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아 / 완주 복합문화지구 누에 단장


삶 속에 문화예술이 녹아들도록  ④ 모두 같은 선에 서기 위해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비슷한 수준의 문화예술교육을 받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자본에 따라 그 차이는 선명하게 드러나며 이로 인한 문화 격차는 사회적으로 해소돼야 할 문제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기획에서는 문화예술교육의 실태를 파악하고, 문화예술교육의 격차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지 논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이해와 표현의 영역 ② 문화예술교육, 왜 필요할까 ③ 수도권과 지방의 경계 ④ 모두 같은 선에 서기 위해

 

누구나 쉽게 즐기는 일상적 경험의 문화예술교육

김진아 / 완주 복합문화지구 누에 단장

  지난 몇 년간 우리의 삶에서 문화예술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재난 사회가 직면했을 때 가장 먼저 문화예술이 소외된 것이다. 많은 사람이 문화예술은 시급한 사항이 아니기에 나중에 다시 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문화예술이 사라진 우리의 삶이 얼마나 피폐해지고 불행해졌는지 들여다 봐야 한다. 이미 생계유지 곤란 사유로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현장을 떠났고, 문화예술의 지속성은 단절됐다. 궁여지책으로 진행된 비대면 온라인 수업은 그 효과성에 대한 의문과 해결해야 할 숙제를 남겼다. 문화예술교육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된 현실 속에서 문화예술교육 현장은 멈춰 버렸다. 이는 교육 관계자의 생존 문제와 연결된다. 기존 문화예술교육이 강사 개인의 역량에 지나치게 의존했기에 재난 상황에서 쉽게 무너져 버렸는지도 모른다. 다양한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틀에 짜인 교육을 하다 보니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었다는 반성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교육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위기 상황에서 더 발휘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의 회복탄력성

  복합문화지구 ‘누에’는 한 시대의 유물처럼 남은 폐산업시설 ‘유휴공간 문화재생’ 문화공간이다.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의 ‘폐산업시설 문화재생 공모사업’에 의해 현재는 완주의 문화예술교육 거점 공간으로 운영 중이며 지역 문화예술교육 확장 실현에 노력중인 문화예술교육 플랫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곳의 관련 종사자, 관계자인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예술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는 코로나 이전으로의 회복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때보다 더 나은 방향을 원한다. 재난을 겪은 문화예술교육이 새로운 대안을 찾아, 새로운 판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장르 중심으로 환경과 이슈에 보다 다양한 관점의 수용이 가능하도록 체질 개선을 먼저 해야 된다.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움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다양한 세대들이 기술 기반 사회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결과가 아닌 과정 중심의 교육을 수용해야 하고, 예술가 참여를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 그리고 다름을 인정할 줄 아는 열린 시스템으로 개선돼야 한다.
  문화예술교육은 개선이 아닌 혁신이 필요하다. 장르를 넘나드는 융·복합교육에 대한 벽을 허물고, 순간과 과정에 보다 집중하며 멋진 결과물과 완성품을 다그치지 않는 문화예술교육. 창의적인 예술 활동으로 또 다른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경험을 통해 삶을 예술처럼 창조해내는 그런 시간을 만들어가야 한다.

일상적 경험으로의 문화예술교육

  문화예술은 삶이다. 그래서 문화예술교육은 일상성이 중요하다. “요람에서 무덤까지(From the Cradle to the Grave)”는 익히 알고 있는 사회복지의 대표적 슬로건이다. 문화예술교육은 누구나, 함께, 일상에서 쉽게, 누리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생애주기별 특성에 맞춰 유아부터 청소년, 직장인,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확대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모두가 같은 기회와 혜택이 주어지는 ‘일상적 경험’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삶의 질과 만족감은 높아질 것이다.
  몇 해 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문화예술교육 효과 분석 연구〉를 보면, 문화예술교육이 모든 생애 단계의 참여자들에게 문화예술에 대한 감수성을 높여주고 삶에서 이를 친숙하게 받아들이게 해준다는 결과를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자신에게 나타난 유의미한 효과로 20~64세는 1위 자기 표현력, 2위 행복감, 3위 자아존중감이라고 말했고, 65세 이상은 1위 행복감, 2위 자아존중감, 3위 친밀감이라고 했다. 문화예술교육이 장년, 노년층에게 문화예술 감수성과 친숙성을 높이고, 감각의 흐름을 경험하고 문화예술로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행복감과 만족감을 경험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 중 생애전환기를 맞은 신중년 세대(50~64세)는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체험 형식의 프로그램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삶을 진지하게 바라보며, 보다 수준 높은 프로그램에 대한 욕구가 강한 편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매일 많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들이 돌아가고 있다. 예술교육은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부터 시켜야 한다는 일부 부모님의 굳은 믿음이 있듯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능적 문화예술교육 시장은 넓은 편이다. 개정된 누리과정은 ‘놀이중심, 예술중심’ 정도로 유아 청소년 대상의 프로그램은 질적·양적 성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백세 시대를 살고 있고, 신중년층이 새로운 소비자가 되면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다양한 수요와 욕구들이 곳곳에서 분출되고 있다. 일례로 문화센터, 문화원, 평생교육원과 같은 기관마다 상설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주부, 직장인, 은퇴자 등이 몰리고 있다. 여가를 즐기기 위한 단순 체험부터 본격적으로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배우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처럼 ‘아동부터 노년까지 맞춤형 문화예술교육’은 어린아이, 청소년, 청장년, 중년, 노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과 세대에 맞춰 우리 사회에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협업을 통한 실현

  “우리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적지만, 함께일 때는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라고 헬렌 켈러는 말했다. ‘코웍(Co-Work)’은 문화예술교육에서의 협업이 한 가지 관점이 아닌 다양한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오늘날과 같은 다변화, 다양성 사회에서 협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돼가고 있다. 학교 안팎을 넘나드는 예술가들과 교사들의 협업으로 새로운 문화예술교육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또한 결과 중심이 아닌 과정 중심의 문화예술교육 실현을 위해 많은 예술가들이 장르를 뛰어 넘는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듯 문화예술교육은 진화하고 있다.
  이에 예술가들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수준 높은 문화예술교육을 우리의 일상 속에 빠르게 스며들게 해야 하는 과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 또한 이를 통해 삶을 풍성하게 누리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삶을 재해석하는 경험을 제공해 주체적으로 문화적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수준 높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 끝으로 특정 연령에 치우쳐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전 연령과 세대에 맞춘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돼야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보편적인 문화예술교육이 실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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