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의 갈등]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신설

 

  지난달 15일, 교육부와 기획재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11조 2000억 원 규모의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이하 특별회계)’ 신설안에 관해 발표했다. 이는 학생 수 감소와 4차 산업혁명 등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 변화에 대응해 고등교육 재정을 확충하겠다는 목적하에 제안된 방침으로, 정부가 무너져가는 대학 재정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계는 첨예한 논쟁을 이어가고 있는데, 크게 본다면 고등교육과 초·중등교육의 대립이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대학은 간만의 희보에 기대감을 보인 반면 초·중·고 분야는 해당 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는 형편이다. 이에 본지 제380호에서는 최근 교육계의 화두로 떠오른 특별회계 건과 해당 논쟁에 대한 양측의 입장을 자세히 알아보고, 이를 기반으로 교육계가 걸어가야 할 길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3조 원의 예산

 

  초·중등 교육계를 대표하는 교육감들은 15일 국회에서 “정부 방침은 임시방편이자 반교육적인 행위”라고 반대 의사를 강하게 드러냈는데, 유·초·중·고 교육비 재원에만 사용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육교부금) 일부를 특별회계 예산으로 이관했다는 데 그 주된 이유가 있다. 정부의 차년도 특별회계 예산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학 경쟁력 강화 관련 사업에서 약 8조 원이 특별회계로 이관됐고 교육세 3조 원이 특별회계로 넘어왔다. 나머지 2000억 원은 일반회계 추가 전입분이다. 즉 정부의 발표대로 특별회계가 실시될 경우, 내년 고등교육 예산은 15조 3000억 원으로, 8월 발표된 차년도 정부 예산안인 12조 1000억 원보다 늘어나는 것이다. 반면 유·초·중·고 교육에 쓰이던 교육교부금은 77조 3000억 원에서 교육세를 떼어준 3조 원만큼 감소하게 된다.

  이에 교육교부금이 축소될 위기에 처한 초·중등 교육계는 양질의 교육을 위해선 예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11월 22일 국회 교육위원회 공청회(이하 공청회)에서 박종훈 경상남도 교육감이 “대학이 고사상태라는 것은 공감하지만, 해당 재원을 초·중등 교육비로 충당하는 것은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라고 말하며 초·중등 교육계의 예산이 넉넉하지 않다고 강변한 것이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이에 합세해 지방교육재정의 안정적 확보가 필요하다며 특별회계를 반대했는데, 공청회에 참석한 도종환 민주당 의원이 “(초·중등) 교육은 국가의 의무다. 고등교육과는 다르다. 국가의 의무이기 때문에 국가가 재정으로 뒷받침하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라고 말한 것을 들 수 있다.

  한편 대학 측과 국민의힘에서는 신속히 특별회계를 추진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홍원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은 “대학 등록금이 14년 동안 동결되면서 대학은 숨이 목까지 찬 상태”라며 “특별회계 신설을 계기로 고등교육 투자를 더 확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10년 이상 넘게 진행된 등록금 동결로 인해 대학 대부분이 재정난을 겪게 된 상황을 대변하는 동시에 하루라도 빨리 ‘숨통’을 틔워달라는 호소라고 할 수 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초·중등 교육을 교육청이 독점하는 구조를 타파하지 않고는 교육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라고 말하며, ‘아우 돈 뺏어서 형한테 주는 격’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아우 돈을 뺏어 형님에게 주는 게 아니라 아우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3조 원’의 예산을 둘러싼 교육계의 갈등이 정계로까지 이어지고 있으나, 양측 모두 한 치의 양보 없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처럼,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있어 교육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초·중·고 교육과 대학교육, 둘 중 어떤 것도 우열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현재, 각 교육의 중요도와 필요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들의 말에는 모두 일리가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예산이 한정된 만큼,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한다면 전체의 교육에 있어 가장 합리적이고도 효율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갈수록 증가하는 교육교부금

 

  현행 교육교부금의 책정 방식은 국세의 20.79%를 떼어 조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세가 늘어난다면 이에 비례해 교육교부금도 늘어나는 것인데,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교육교부금은 2013년 41조 원에서 올해 81조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는 국내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여러 분야에서 세수가 급격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즉 과거와 비교했을 때 자산 가격 상승, 세율 인상, 조세체계 개편 등이 일어나면서 세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으나, 20.79%를 가져가는 책정 방식에는 변화가 없었기에 교육교부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저출산으로 인해 학생 수는 점차 감소하고 있어, 교육교부금은 자연스레 ‘잉여 예산’이 돼 국고로 귀속되고 있다. 올해 9월 30일자 아시아경제에 따르면 전국 시·도 교육청의 작년 교육비 특별회계 예산(추가경정 기준 84조 9199억 원)에서 올해로 넘어오거나 소진하지 못해 국고로 귀속된 예산은 모두 3조 8341억 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교육부의 예산 관리에 문제가 생겼다는 방증이며, 예산을 소진하려고 해도 소진할 곳이 더 이상 없다는 문제를 드러낸다.

  이러한 문제는 ‘귀족 예산 편성’, ‘선심성 예산 편성’과 같은 문제로 더욱 확대되고 있다. 올해 11월 23일자 머니투데이에서는 일부 교육청의 ▲스마트기기 지급 ▲입학준비금 ▲수학여행비 지원 ▲호텔을 매매해 수학여행 숙소로 활용 ▲전자칠판 사업 ▲학생 교통비 지원 등의 예산 편성 및 사용이 드러났다. 이와 같이 무분별한 지출의 이면에는 교육감이 선출직이라는 점과 교육교부금 편성의 경우 교육청 내에서 자의적으로 이뤄져도 된다는 이유가 존재한다. 대학이 인건비와 연구비마저 줄이면서 ‘생존’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수학여행 숙소로 사용하려는 목적으로 114억 3860만 원의 호텔을 매매하려는 울산시교육청의 행위는 분명 경제적 타당성과는 거리가 먼 모습일 것이다.

  이에 한국개발연구원이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에 연동한 교육교부금 개편안을 제안하는 등 여러 경제전문가가 교육 현실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데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나, 교육청에서는 국가에 귀속시킬망정 대학에게는 줄 수 없다는 강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교육교부금의 뿌리는 분명 ‘세금’이다. 즉 초·중·고와 대학을 막론하고 우수한 미래 인재를 양성하라는 의도로 책정된 예산인 것이다. 이처럼 국민의 고혈에 본질을 둔 세금인 만큼 해당 예산이 특정 기관이나 영역의 소유가 아닌 ‘국민’의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하며, 나아가 대학생 역시 또 하나의 국민임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위기에 처한 대학들

 

  그렇다면 왜 대학은 본 예산에 대해 신속히 처리해달라는 호소를 이어가고 있을까. 이는 현재 대학이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으며, 지방대학의 경우 존폐를 우려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됐던 공청회에서 김병주 영남대 교수는 국내 학생 1인당 고등교육비는 OECD 평균 학생 1인당 교육비의 64%에 불과하며, 대학재정에서 인건비 비율 80% 초과 대학은 2019년 기준 55곳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는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대학 재정이 파탄에 이른 상황을 대변한다. 특히 등록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지방대학의 경우, 재정적 불안이 더욱 커져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그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처지다.

  이러한 현실 속, 지방대학이 지역산업의 활성화와 인재양성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정부의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방대가 무너질 경우, 단기적으로는 경제적·사회적으로 수도권 과밀 현상이 발생할 것이며, 장기적으로 봐도 국가 고등교육이 몇몇 대학에 의존하는 교육 불균형 현상까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이고도 신속한 대응이 필수불가결하다. 교육은 국가경쟁력을 만드는 핵심적인 요소다. 이에 전제해 교육교부금의 대학 지원 이슈를 단순히 ‘예산 싸움’의 도구로만 치부하기보단,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논의가 이뤄지길 바라본다.

 

안혜진 편집위원 | ahj3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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