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현 / 와이에스에이치 코퍼레이션 대표이사

 

[대학 교육, ‘이론’인가 ‘실무’인가]

최근 들어 국내 대학은 대학이 ‘이론’을 가르치는 곳인지, ‘실무’를 가르치는 곳인지 지식 전달의 방향성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고등교육의 현황과 실태를 주목하고, 현행 제도가 품고 있는 문제를 직시해 미래지향적 방식으로 해결해나가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청소년, 대학을 결정하면서 ② 고등교육체제의 현안 ③ 산학협력 촉진, 대학의 새로운 움직임 ④ 실무형 교육, 그 이후

 

 
 

 

변하거나, 죽거나

 

윤승현 / 와이에스에이치 코퍼레이션 대표이사

 

  현재 27살인 필자는 작년 3월 ‘창업’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직접 경험하게 됐다. 이후 삼 개월 동안 실무형 교육을 받고 세 달 후인 6월엔 창업동아리와 정부지원사업 등으로 도합 1,8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현재는 개인사업과 근로활동을 병행하며 월평균 500~600만 원의 소득을 창출하고 있다. 지방대학의 체육학과에 다니며 평범하게 취업 준비를 하던 필자의 인생이 단 삼 개월의 실무형 교육으로 완전히 바뀌게 된 것이다. 26년 동안 전통적인 방식의 교육을 받았던 필자가 실무형 교육을 직접 겪으며 나름의 성과를 내본 결과,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 사회엔 실무형 교육방식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아웃풋 없는 지식은 죽은 지식이다

 

  ‘인풋(Input)’과 ‘아웃풋(Output)’은 쉽게 말해 입력과 출력이다. 읽고 듣는 것이 인풋이라면 말하고, 쓰고, 행동하는 것은 아웃풋이다. 전통적인 교육은 인풋을 중시한다. 하지만 실제 변화는 아웃풋을 할 때 나타난다. 매달 백 권의 책을 읽고 단 한 가지도 행하지 않는 사람과 열 권의 책을 읽고 한 가지를 행하는 사람 중 누가 더 빠르게 성장할까. 답은 후자다. 온종일 다이어트 책만 읽는다고 해서 살이 빠지진 않는다. 적당한 지식을 습득했다면, 그다음부턴 얼마나 ‘행동’하느냐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다수 교육에서는 교사 또는 교수가 지식의 전달자가 돼 일방적으로 강의를 전달한다. 즉 교육자 중심의 강의로, 정해진 단위 수업 시간에 전해야 할 지식 내용을 학생들에게 학습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전통적인 수업방식은 짧은 시간 동안 다량의 정보를 전달(인풋)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보의 활용 방법(아웃풋)에 대해선 별도의 교육을 하지 않는다. 학업 성취도를 평가하는 시험도 주로 지금까지 전수했던 지식을 얼마나 잘 암기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식이다. 이런 인풋 위주의 교육방식은 성과, 한마디로 아웃풋을 내야 하는 사회에선 그다지 도움 되지 않는다. 반면 실무형 교육은 현장에서 지식을 습득해 서로 토론하는 등 ‘아웃풋’에 집중한 경험 위주의 교육방식이다.

  심리학자 아서 게이츠(Arthur I, Gates)는 초중고생 백 명을 대상으로 인물의 프로필을 외우고, 말하게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때 그룹마다 외우는 시간(인풋)과 연습하는 시간(아웃풋)을 다르게 배분하자, 외우는 시간에 약 30~40%를 할애한 그룹이 가장 좋은 결과를 냈다. 이는 인풋 중심의 교육에서 변화를 일으켜야 함을 시사한다. 실제로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은 대학과 산학협력을 맺고 졸업 후 해당 기업으로 바로 취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커리큘럼을 신설하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교육방식이 인재 공급에 충분한 역할을 했다면 기업들이 막대한 자본을 쓰며 취업 연계 커리큘럼을 지원하진 않았을 것이다.

 

코로나가 만든 빠른 세상

 

  코로나는 우리 삶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이미 진행되던 변화의 속도를 촉진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코로나 뉴노멀’의 양상 중에서도 일상생활에서 가장 크게 변화를 일으킨 부분은 ‘언택트(Untact, 비대면) 문화’의 확산이다. 이는 여러 기술의 발전을 촉진했는데, 대표적으로 유튜버와 인플루언서 같은 개인 크리에이터 전성시대가 열렸다. 2000년대 초반엔 일요일 밤이면 가족 모두 TV 앞에 앉아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곤 했지만, 그로부터 10년 후인 2010년대에는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각자 스마트폰으로 본인이 좋아하는 크리에이터의 영상을 시청한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바로 기술의 변화 속도가 이전보다 훨씬 빨라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번 흐름을 놓쳐버리면 사회로부터 도태될 위험 역시 커지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이야말로, 주도적으로 행동할 힘을 길러주는 실무형 교육이 필요하다. 발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행동력’이다. 트렌드나 기술의 변화 속도에 발맞춰, 사람들 역시 그만큼 신속하게 행동해야 한다.

  민첩한 실행력으로 시장을 선점한 사례는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 발전으로 정보 불균형이 해소되자 혹자는 중고차 시장과 같은 ‘레몬시장(Lemon Market)’이 쇠퇴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몇몇 중고차 딜러들은 자신들이 파는 중고차를 직접 촬영해서 영상을 제작하고 사고 이력과 가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식을 고안해내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로 사업의 규모를 키워냈다. 과연 이들이 처음부터 촬영 방법, 대본 작성법, 영상 편집법 등을 모두 공부한 상태에서 시작했을까. 이들에겐 ‘일단 해보는’ 행동력이 있었을 뿐이다. 이렇듯 빠르게 행동할 수 있는 결단력과 실행력이 중요한 시대가 왔다.

  이러한 행동력은 실무형 교육으로 단기간 내 그 역량을 키워낼 수 있다. 실무형 교육은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필자가 3개월의 실무형 교육 기간 동안 만났던 이들은 단 한 번도 투자금이라는 ‘물고기’를 직접 가져다주지 않았다. 대신 서비스 완성을 이루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고 이를 조달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엔 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판매할 것인지 등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줬다. 즉 방법은 알려줬지만 행동은 오롯이 필자의 몫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니 자연스레 행동력이 길러져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고여있는 물은 썩고, 실천 없는 지식은 죽어버리고

 

  누군가는 학문의 전당인 대학의 설립 취지에 맞게 순수학문 위주의 연구 중심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2022년 현재, 순수하게 학문을 배우러 대학에 오는 학생의 수는 과연 얼마나 될까. 취업을 위한 사다리로 학위를 활용하기 위해 오는 학생이 대다수인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작년 5월 25일,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대학 교육을 받고자 하는 이유로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56%)’가 가장 많이 꼽혔다.

  소비자의 니즈에 알맞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기업의 의무이자 책무이다. 학교법인 또한 소비자인 학생의 취업이라는 니즈에 부합하는 교육상품을 마련해야 시대의 흐름에 밀려나지 않을 것이다. 실무형 교육은 인풋과 아웃풋의 적절한 비율로 최적의 교육 효율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꼭 필요한 행동력 또한 효과적으로 키워준다. 실무형 교육이라 해서 우리가 배우는 지식의 근간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식을 어떻게 학습할 것이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빠르게 바뀌며 변화에 적응하는 집단만이 살아남아 왔던 과거를 돌이켜 보면, 지금 우리도 변해야 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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