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택 / KT IT컨설팅본부 상무

 

[반도체 위기 극복, 그 시작과 논의]

본 기획에서는 반도체가 무엇인지 그 개념과 정의를 명확하게 이해한 후, 반도체와 관련된 국내의 여러 논쟁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은 반도체 산업 및 우수 인재 육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기초적인 자료로 사용될 것이며, 협력과 상생에 기반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첫 발자국이 돼줄 것으로 기대되는 바이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반도체의 개념과 중요성 ②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갈등 ③ 기술경쟁과 특별연장근로제 ④ 과학기술강국으로 살아남기 위해

 

 
 

 

산업화의 쌀, 반도체 강국으로 가는 길목

 

오인택 / KT IT컨설팅본부 상무

 

  지난 2년간, 코로나와 동행하는 삶을 살며 우리는 항상 마스크를 사용했다. 그 결과 우리의 삶과 비즈니스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재택수업, 화상 회의 등 비대면 활동이 많아지면서 IT 기기의 판매 급증 및 급격한 수요 증가가 일어났고 팬데믹으로 인한 공장 폐쇄로 반도체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 그리고 긴 생산 사이클을 가지고 있는 반도체의 특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긴장, 코로나로 인한 중국 반도체 공장의 일시적 가동 중단과 운송의 제약으로 인해 반도체 공급망의 취약성 또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자동차 제조사를 포함해 전 산업에 걸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반도체는 한 물질이 어떤 조건에 따라 도체가 될 수 있고, 부도체도 될 수 있는 모든 물질을 뜻한다. ‘금속 산화막 반도체 전계효과 트랜지스터(Metal Oxide Semiconductor Field Effect Transistor)’, 줄여서 ‘모스펫(MOSFET)’이라고도 하는데 규소 베이스 물질이 현 사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물질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Gate라는 스위치에 전계를 통해 전류를 흐르게 하거나 흐르지 않게 하는 동작 원리이다.

 

반도체는 왜 중요한가

 

  반도체의 중요성에 대한 첫 번째 이유로는 경제적인 것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출비중을 살펴보면 반도체가 2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여러 반도체 대책 회의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미국이 21세기에도 세계를 이끌려면 반도체와 배터리 같은 첨단 기술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인프라를 수리할 게 아니라 반도체 칩, 웨이퍼와 배터리, 초고속 데이터 통신망 등 오늘날의 인프라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 “중국은 반도체 공급망을 지배하려고 공격적으로 계획하고 있다. 중국과 세계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등의 자국 반도체의 기술 역량을 강조하는 말들이다. 이러한 미국의 중국 제재로 인해 저가 자동차 반도체를 생산하는 SMIC(Semiconductor  Man-ufacturing International Corporation) 생산이 감소했다. 게다가 차량용 반도체 제조사인 일본의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Renesas Electronics)의 화재와 코로나로 인한 자동차 수요 감소 전망으로 반도체 재고는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러한 감산의 결과는 반도체 부족 현상을 일으켰고 중고차 가격이 새 차의 가격을 추월하는 기현상과 같은 여러 피해가 우리 일상에도 발생하게 됐다.

  두 번째로는 안보적인 이유이다. 반도체는 군사력과 바로 연결된다. 통신은 물론 군사 로봇과 드론 등 무인공격체의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즉 반도체가 전쟁 승패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최근 ‘경제안보법’을 제정해 자국의 반도체와 군사기술을 법으로 보호하는 추세이다. 이처럼 반도체는 산업적 가치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군사안보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재작년 1월 15일자 일본의 니혼게이자 신문에 의하면 미정부 관계자는 대만의 반도체 생산기업인 TSMC에 여러 차례 방문해, 군수용 반도체를 미국 내에서 생산할 것을 요구했다고 알려졌다. 그리고 현재에도 미국 반도체 회사인 자일링스(XILINX)로부터 최신 스텔스 전투기에 사용되는 반도체 생산 위탁을 받아 공급하고 있다. 이는 첨단 무기 기술에 적용되는 반도체를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리해본다면 새로운 무기체계를 마련하는데 직접적으로 반도체가 연결돼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안보에 직결된다고 여겨진다.

  세 번째는 정보산업화 관점이다. 우리가 말하는 반도체는 주로 반도체 칩을 얘기하는 것이며 반도체 칩은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칩과 정보를 가공하는 시스템 반도체로 구분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반도체가 정보를 가공 및 처리 보관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 관점에서 앞으로 큰 산업 동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는 빅데이터 시대에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아날로그 데이터의 양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아날로그 환경에서 생산되던 데이터의 규모가 방대해졌으며, 디바이스의 발전으로 인해 기존 아날로그 데이터를 디지털로 처리할 수 있게 돼 데이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두 번째로는 데이터가 증가하면서 이를 처리하고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 센터와 스토리지, 프로세싱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클라우드 게임, AI 비서 등 저지연(Low Latency) 커뮤니케이션이 증가하고,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셋(Dataset)도 엄정한 처리 속도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반도체가 가지는 ‘산업화의 쌀’ 역할은 점점 더 가속화될 것이며 정보산업화 시대에서 기술패권 경쟁의 거대한 물줄기가 될 것임이 자명해 보인다.

 

반도체의 한계점과 극복 방안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반도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현직에 있는 반도체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반도체로 만들어지는 집적회로(Integrated Circuit, 이하 IC)는 크게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로 분류할 수 있다. 한국은 모든 IC 중 메모리 반도체에만 총력을 쓰고 있으나, 시스템 반도체 IC에 비해 메모리 반도체 IC는 노력과 원가 대비 부가가치가 낮은 편이다. 우리가 시스템 반도체 IC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숙련된 기술과 인재 그리고 노하우가 없어서 많은 개발시간이 소요되고 개발 초기에는 많은 투자를 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제조/생산인 공정(Process)은 DRAM/FLASH Memory 등의 메모리 생산에만 관심이 있고 반도체 제작에 필요한 기반 시설, 즉 검증 소프트웨어·제조공정장비·측정장비 등에는 전혀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관련 역량이 축적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주로 대여를 하거나 외산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기만 급급한 상황이다.

  따라서 각 부처별·기관별로 진행하는 파편적이고 한시적인 정책에서 벗어나 국가 전체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반도체 R&D 및 산업 인프라 구축 전략과 기술 개발의 로드맵을 수립하고 반도체 인력 양성 사업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기존 팹(Fab) 시설들의 운용 효율을 증대시키고, 팹 간 연계를 강화할 전담 기관을 설계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즉 반도체 팹(Virtual Fab)을 구축해 각 팹의 문제, 요구사항을 정리하고 각 주체 간에 정보 공유 체계를 확보해 웨트(Wet) 기반 플랫폼의 설립 및 공정을 공유해야 하는 것이다. 덧붙여 웨이퍼 공유, 장비 보완 등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반도체 분야에서는 기술의 난이도가 상승될 것이며, 단일 기업의 역량으로는 고난이도의 기술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예상된다. 미국이 지난 40년간 조직하고 운영한 것처럼, 이제 우리도 민간 주도의 영속적 반도체 분야 기술 개발과 조직 운영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기업 기술 개발의 니즈를 파악하고, 학계의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관련 연구자 인력풀 및 핵심 기술 목록을 확보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반도체 산업을 위한 인력 양성이다. 재작년 반도체 산업기술인력 수급 전망에 의하면 2023년부터 2032년까지 약 6,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수급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선 기술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공식적이며 조직적인 기관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대학을 중심으로 업계별 요구 인력 경향을 파악해 팹리스, 메모리, 파운드리, 장비·소재 인력 양성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교수 확보, R&D 대폭 지원, 반도체 전공학과 신설 등이 필요하다. 이로써 반도체 전공 학생을 확보하고, 재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해 비전공자들도 반도체 인력으로 트랜스포메이션할 수 있게 도우며, 전문성을 지닌 석·박사급 인력 양성까지 목표할 수 있다.

  반도체 분야는 축적된 지식의 양이 이미 매우 커서 여기에 작은 지식 한점을 더하는 일조차도 매우 어렵다고 한다. 고로 최소한 석·박사급이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훈련이 뒤따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정부가 많은 연구비를 투입해야 한다. 대학에서 석·박사급 인재를 충분히 양성하는 것만이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기에, 이에 대한 적극적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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