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을 것인가, 묶일 것인가


  대한민국은 ‘잠시 멈춤’을 경험했다. 전쟁이나 전국적인 천재지변이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단지 판교에 위치한 SK C&C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함에 따라 카카오 그룹의 모든 서비스가 불능상태에 처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는 시초 사업이었던 메신저 ‘카카오톡’ 뿐만 아니라 이와 연동된 기타 생활 서비스 ▲카카오T ▲카카오뱅크 ▲카카오게임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지 등 187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그중 대부분의 계열사가 실사용자 4750만 명에 이르는 카카오톡의 계정과 연동해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급속한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에 취한 것일까. 이들은 예상 가능한 위험에 대비하지 않았고, 사고에 대한 피해는 오롯이 사용자들의 몫으로 돌아왔다. 주어진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이익만을 좇은 기업의 끝이 어떠한지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초연결 시대라 부르는 현재 사회는 모바일 기기의 발달과 인터넷망의 발전으로부터 야기됐다. 출근과 퇴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장소와 시간의 제약이 사라진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성장을 이뤄오던 산업들이 서로 얽히게 됐는데, 특히 서비스계통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다.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홈페이지 구축이나 유선 소통창구를 개설하기보단 손쉽고 편한 오픈카톡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관리비용을 최소화했지만, 결국엔 사고 발생 시 스스로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는 값비싼 청구서를 받게 됐다. 지난달 20일 기준으로 소상공인연합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화재로 인한 피해사례 접수가 780건에 이른다고 한다. 이 밖에도 ‘카카오톡 피해자 모임 카페’ 가입자가 5,000명을 넘겼다고 하니, 앞으로 관련 배상에 관한 문제해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함께 비상할 줄만 알았던 비행기의 항로가 어떻게 된 일인지 정처 없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찾게 되는 원초적 감정인 편안함과 익숙함을 지향하며 기술은 발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대가 거듭될수록 기술은 인간의 삶에 깊숙하게 파고들고 있다. 그러나 편리함에 속아 주도권을 잃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때다. 즉 기술의 ‘사용’ 주체가 인간임을 명확히 인지하고 ‘제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초연결 시대, 너와 나 사이의 ‘장벽’을 허물며 확장해나가고 있지만, 우리를 지켜줄 ‘방화벽’까지 하나씩 치워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서로를 연결하고자 함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일 뿐,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휩쓸려 스스로 발목을 동여맬 필요가 없다. 불타버린 서버와 잠시 동안 멈춰버린 일상을 통해 우린 무엇을 배웠는가. 연결된 사회를 자처하는 통신·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감을 촉구하며 소비자 또한 그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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