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일 / 단국대 취창업지원처 초빙교수

 

[대학 교육, ‘이론’인가 ‘실무’인가]

최근 들어 국내 대학은 대학이 ‘이론’을 가르치는 곳인지, ‘실무’를 가르치는 곳인지 지식 전달의 방향성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고등교육의 현황과 실태를 주목하고, 현행 제도가 품고 있는 문제를 직시해 미래지향적 방식으로 해결해나가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청소년, 대학을 결정하면서 ② 고등교육체제의 현안 ③ 산학협력 촉진, 대학의 새로운 움직임 ④ 실무형 교육, 그 이후

 

 
 

 

‘산학협력’에서 대학의 길을 찾다

 

조유일 / 단국대 취창업지원처 초빙교수

 

  기업에서의 인사, 특히 채용 관련 실무 경력을 포함한 여러 사회 경험을 통해 사회진출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대학의 취업지원 부서에서 일하게 된 기간이 어느덧 5년이란 시간을 넘어서게 됐다. 기업에 있었을 때도, 처음 대학에서 이 일을 하게 됐을 때도, 그리고 지금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첫째는 대학이 기업이나 기관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대학생들이 전반적으로 자신들의 시장가치를 과대평가함으로써 생기는 미스매칭의 원인을 정작 다른 곳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가 취업시장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킨 주요 원인임은 부인할 수 없지만, 사실 2010년대 후반부터 취업시장에는 이미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을 타고 기업마다 변화의 시류에 편승하면서, 대졸취업시장 또한 대규모로 진행하던 ‘공개채용의 방식’에서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인원을 적재적소에 충원하는 ‘수시채용의 방식’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연간 공개채용 횟수를 줄이거나, 동일한 횟수라도 채용규모를 줄이는 형태로 말이다. 이에 맞춰 대졸취업시장의 규모가 줄어들면서 취업경쟁은 더 심화됐고 이러한 현상은 기업으로 하여금 관련 실무경험이 없어도 잠재력이 충만한 인재들을 채용해 직접 교육하던 기존 방식에서, 이왕이면 실무경험을 가지고 있거나 적어도 지원분야에 관련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오랜 기간 준비해 온 인재들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변화시켰다.

 

대학의 존재 이유와 그 변화

 

  전에 몸담았던 대학에서 교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대학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관한 인식조사를 했었던 적이 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명문대학이었는데, 그 대학을 포함해 거의 모든 대학이 졸업할 때 취업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입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고 이 점은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정작 인식조사의 결과는 필자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어 놀라움을 떠나 절망감까지 느끼게 했다. 대학의 역할과 관련한 질문에, ‘학술적 가치 추구(전공지식 전수, 학술적 성과 창출)’라는 이론 중시의 답변이 상위권에 위치했던 것과 비교해 ‘사회에서 요구하는 취업역량 제고’라는 실무능력 중시의 답변은 거의 최하위권을 차지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른바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주요 대기업들과 다국적 기업들은, 기존의 ‘대학 교육’에 대해서 그다지 신뢰하지 않아 했다. 소위 대학에서 글이나 말로 배운 이론과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의 실무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었고, 그저 이론적인 바탕이라도 잘 배우고 오면 실제 ‘일다운 일’은 우리가 가르쳐서 활용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것이다.

  사실상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대학에 진학하는 시대이자 학령인구가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 지금의 대학은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신입생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지방에 소재한 4년제 대학들은, 졸업 이후 바로 취업이 가능한 직종의 실무 교육 중심 학과의 신설에 너도나도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대학, 각자도생의 시대

 

  많은 대학이 국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아 ‘대학혁신지원사업’이나 ‘산학연 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LINC)’ 등을 수행하면서 사업단, 산학협력단 등과 같은 별도의 조직을 구성해 기업 및 기관과의 다양한 산학협력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대학 자체적으로 가족기업이나 관련 지자체 등과의 협력을 통해 현장실습, 인턴십 등 학생들의 일경험 또는 체험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러한 산학연계 프로그램들을 기획하는 데 있어 대학에 가장 큰 어려움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기업이나 기관들을 확보하는 일일 것이다. 학교와 학생의 기준에도 부합하면서, 동시에 기업이나 기관의 입장에서도 같은 기준의 눈높이 조건을 충족하는 파트너를 찾는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계약학과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일부 일반대와 전문대에서 운영되고 있는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 대기업과 주요 대학들 간에 운영되는 ‘반도체 계약학과(석사과정 포함)’가 그 대표적인 예다. 지난 7월에 교육부에서 발표한 ‘반도체 인재 15만 명 양성’ 프로젝트가 구체화되며 이러한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이는 수도권 주요대학으로 인재들이 쏠리게 하는 현상을 더욱 가속화함으로써 지방대학의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방균형발전이라는 명목만으로 지방대학에만 인기학과의 정원을 늘려줄 수는 없다. 지난 과거에 공기업과 공공기관들을 기계적으로 각 지방도시로 이전했던 사례를 생각한다면, 인위적으로 특정 전공과 특정 지역을 연계해 특성화하는 방식마저도 지방대학의 생존을 담보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는 소재지와 관계없이 실무형 인재를 양성해 낼 수 있는 대학과 대학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문제해결을 위한 제언

 

  미래산업의 핵심이라는 반도체 관련 전공처럼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와 시장의 논리에 따른 수요공급에 따라 활발한 파트너십을 통한 산학연계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분야도 있겠으나, 그 외 다른 전공이나 학과들은 대학 스스로가 소속 학생들이 졸업 후에 시장에서 환영받을 수 있는 경쟁력(‘직무 적합도’ 내지 ‘실무 역량’이라고 흔히 표현되는)을 갖출수 있도록 각자의 상황에 맞춰 생존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에 크게 두 가지 정도 제언을 통해, 대학교육이 실무중심의 커리큘럼으로 체질 개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첫째, 계약학과나 표준현장실습과 같이 해당 기업과 직접적으로 연계하는 경우가 아니라 하더라도 전공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과정에 전공과 관련된 기업이나 기관의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그들의 의견 및 요구사항을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한다면, 매우 효율적인 로드맵 구축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둘째, 현장에서의 실무경험을 갖추고 있는 전문가들을 학교의 교원으로 유입함과 동시에 학문적 업적과 이론적 배경이 뛰어난 학교의 기존 교원을 일정 기간 현장에서의 경험을 체득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 수반된다면, 쌍방향으로 교원이 선순환되는 구조를 통해 학생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이론 및 실무 역량을 함께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시스템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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