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 문예창작학과 교수

 

소수자가 다수에 포함되길 바라며

 

이승하 / 문예창작학과 교수

 

  작년에 성 소수자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너에게 가는 길〉(2021)을 보고 적지않이 충격을 받았다. 아들이 반려자라고 데려온 이가 동성이었고, 딸이 수술을 해서라도 남자가 되는 길을 선택하는 상황에서 당사자나 어머니 모두 카메라 앞에 서서 자신의 태도를 당당하게 밝히는 모습을 담은 영화였는데, 커밍아웃하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의 성 정체성을 확실히 말하는 것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아들이 “나와 성이 같은 이와 한평생 부부로 살겠어요”, 딸이 “내 성을 거부하고 남자로 살겠어요”라고 밝히고, 그들의 어머니가 응원하는 모습이 내게는 감동으로 와 닿았다.

  한편 경기도 안성에 있는 본교 예술대학 3층짜리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재작년에 설치됐다. 앞으로 예술대학에 다니게 될 장애학생이 주로 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건물이 완공된 지 40년 만에야 엘리베이터가 만들어졌으니 그간 장애학생이 학교 다니는 게 얼마나 불편했을까. 누군가 업어줘야 계단을 올라갈 수 있었고, 누군가 휠체어를 들어줘야 강의실까지 갈 수 있었다. 이외에도 장애인에 대한 불편부당한 대우는 지하철역이나 광화문 광장에서 수시로 벌어지는 시위 현장에 가보면 알 수 있다. 국가정책과 조례 중 장애인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들은 시위를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인권 사각지대가 있으니 바로 소년원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19년에 발표한 「소년범죄자의 재범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범자의 비율은 해를 넘어 증가하고 있다. 구체적으론 1976년 7.8%에서 2016년 38.9%로 다섯 배가량 증가했으며, 특히 전과 3범 이상의 점유율이 같은 시기 5.2%에서 50.7%로 늘어났다.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고봉중·고등학교는 겉으로는 학교지만, 안은 소년원이다. 교문은 늘 닫혀 있고, 학부모가 면회 신청을 하는 경우에만 잠깐 열어준다. 나는 2년에 걸쳐 여러 차례 이곳에 가 시창작 실기 지도를 했는데 아이들이 쓴 시로 시집을 내고 시화전도 했다. 백일장을 열어 상장과 부상도 수여했다. 여기에 드는 모든 비용을 삼성꿈나무장학재단에서 댔는데 딱 두 해만 지원하고는 중단했다. 신문에 기사 한 줄 나지 않자 맥이 빠졌기 때문이다. 생색이 나는, 음악 신동에게 악기 빌려주기 사업은 지금도 하고 있다. 그때 한 소년이 이런 시를 썼다.

 

누군가에겐 그립고/ 누군가에겐 따뜻한/ 나에겐 가슴 아픈 한마디/ 내 아들 아프지 마// 지금은 듣지 못할 한마디/ 내 아들 아프지 마// 너무 아파서 하늘나라로 가버린 아빠/ 때늦은 지금/ 가슴 치며 외쳐본다/ 아빠도 아프지 마

 

  지금 이 세상에 없는 아빠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과 죄송한 마음을 가득 담아 쓴, 참 감동적인 시다. 아이가 이런 시를 쓸 수 있게 한 것은 내가 아니라 금전적인 지원을 해준 기업이었다. 기업들이 나서서 소년원의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악기를 다룰 수 있게 도와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야구나 배구, 농구 연습을 마음껏 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소년원 예산 중 요리사나 바리스타가 되게 하는 비용은 책정돼 있지만 예체능 쪽은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자체 예산으로 소년들의 꿈을 충족시켜 줄 수 없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대학이 이런 아이들의 꿈을 키워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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