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단비 / 약학과 석박사 통합과정

 

장래희망과 꿈

윤단비 / 약학과 석·박사 통합과정

  대학에 다니면서 “꿈이 뭐야?”, “나중에 무슨 일할 거야?”라는 질문을 종종 들었는데, 대학원에 입학하고 난 이후부터는 “학위 받고 나면 뭐할 거야?”라는 질문으로 바뀌었다. 중학교 1학년 초반까지만 해도 공부에 관심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던 내가 대학원에 입학하다니. 그것도 박사과정까지 밟는다니. 어렸을 때부터 나를 알던 사람들에게 정말 놀랄 노자였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 또한 왜 가방끈이 길어졌는지에 대한 이유를 아직 스스로 찾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정규 교육과정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학교에서 장래희망을 쓰는 칸에 무엇을 적을지 고민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는 딱히 잘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어렸을 때 흔히 장래희망으로 선택하는 교사·간호사·공무원 등을 적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직업들을 한 글자 한 글자 써넣을 때마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이게 아닌데’하는 생각에 회의감이 밀려온 적도 많았다. 그래서 장래희망을 적는 칸에 직업 대신 ‘모르겠음’이라는 글자를 채워 넣기도 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빈칸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하다가 결국 공무원이라는 세 글자를 장래희망 칸에 적었던 어느 날, 짝꿍이 “너는 공무원 되고 무슨 일할 거야?”라고 물어봤다. 그동안 장래희망을 적어 넣으며 그 직업을 갖게 되면 무슨 일을 할 것인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기에 질문 자체가 무척 생경하게 느껴졌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친구가 재차 물어봤을 때, 나는 “서울에서 일하는 공무원을 하고 싶어”라는 대답을 했다. 지금 생각해도 우습고 어이가 없는 말이었다.
  반면 그 친구는 관제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고, 자신이 무슨 일을 할 것인지 내게 꽤나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해줬다. 그때 그 일은 아직까지 기억에 남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자신이 꿈꾸는 직업으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목표와 목적, 소위 말하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어렸을 때의 나는 그런 친구가 굉장히 성숙해 보였고, 이 사건은 내가 구체적으로 어떤 장래희망을 갖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20대 초반이 될 때까지 나는 장래희망을 정하지 못했다. 아니, 아직까지 정확하게 정하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석·박사 학위 과정을 마치고 박사 후 과정을 밟아 학자로 남을 것인지, 기업에 취직을 할 것인지 나의 생각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하지만 장래희망을 생각하는 것에 있어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단순히 ‘어떤 직업을 갖겠다!’가 아니라, 내가 하고 있는 연구를 바탕으로 불치병과 난치병의 신약 개발을 하고 싶다는 목표, 돈을 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내 주변 사람들과 불우한 이웃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꾸준히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장래희망과 꿈을 고민하며 내가 잘 먹고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로 인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이 점점 퍼져나간다면 그게 멋진 인생이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가득 차올랐기 때문이다. 물 위에 파란색 물감 한 방울 떨어뜨리면 투명한 물이 어느 순간 파란색으로 물들여지듯, 나도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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