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준 / 공연예술학 박사

 

무용을 이해하는 데 의미 있는 참고자료

 

이문준 / 공연예술학 박사

 

  안현민은 사회와 예술의 발전 가운데, 인류의 이성이 아닌 육체(뇌)에 내재된 생리적인 의식 혹은 무의식적인 것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했다. 인류의 이성적인 사고와 시도로 사회와 과학기술은 앞으로 꾸준히 발전할 수 있는 반면, 문화예술 활동의 경우 인간의 이성에서 벗어나 탐색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다시금 사회와 기술발전에 수많은 창의성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전쟁의 고통과 절망을 겪은 예술가들은 합리주의와 기존 전통 체제에 대한 부정을 드러내며 다다이즘을 탄생시켰고 앙드레 브르통을 비롯한 다다주의자가 다다에 내포된 비이성적인 것들을 재정리하고 확장시켜 초현실주의가 등장하게 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약 백 년이 지난 현재, 우리가 평화로운 사회 환경에서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적 군사충돌이나 코로나와 같은 바이러스 등을 비롯한 현시대에 숨어있는 불안정한 잠재적 위협은 사회생활과 문화예술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게다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인공지능, 우주 탐색 등의 연구가 정교하게 이뤄지고 있어 자신과 외부환경에 대한 인류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기도 하다. 과거에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많은 상상들이 현실이 됐고 현재 불가능해 보이는 많은 것들도 미래에는 현실이 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초현실주의의 이념 및 탄생이 단지 우연에서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다이즘이 탄생한 시기의 다다주의자들은 전쟁으로 인해 항거할 수 없는 현실을 직면하게 돼 이성과의 경계를 그어 그동안 쌓아온 전통적 질서에 반항심을 드러냈다. 이러한 관점을 구체화시키고 정립된 초현실주의는 인간 존재의 권리를 이야기하며 문학·예술·미술 등 많은 분야에 영향을 끼쳤다. 문학과 예술 등의 분야는 인류 발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는 없지만 문학과 예술에 내재된 정신세계를 해석하는 철학적인 태도나 방법론이 간접적으로 인류 사회 발전에 많은 가능성을 부여했던 것이다. 즉 인류가 지구와 우주에 대한 꾸준한 탐색 과정에서 많은 실패를 겪었지만 인류의 정신세계에 비합리적이고 현실을 초월하는 상상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새로운 세계의 구축이 가능했으며 이러한 원동력으로 아직 현실이 되지 않은 것을 끊임없이 창출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초현실주의 사조의 가치라고 볼 수 있으며 시대가 변화해도 초현실주의 사조 안에 살아있는 의미, 즉 다른 시각으로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 다른 방법으로 희망을 찾는 것 등은 변하지 않았다. 더 구체적으로는 인류가 놀이를 통해서 우연을 찾아내고 기존의 현실이나 전통적인 관습에 반항하는 사고 등은 인류의 원시적 본능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식적이지 않은 정신과 행동이야말로 인류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게 했다. 따라서 초현실주의자들은 문학과 예술 뿐 아니라 사회의 많은 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눈에 띄지 않게 세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이때 안현민은 공연예술의 중요한 부분인 무용을 이해하는 데 의미 있는 참고자료를 제공했다. 또한 컨템포러리 댄스 작품에 대한 논리적인 분석으로 무용예술에서의 초현실주의 표현방법과 타 예술장르와의 분별력을 통해 무용만의 독특한 특징을 새로운 시각으로 소개했다. 자유로운 표현기법과 다양한 기술수단으로 창작한 컨템포러리 댄스는 관객에게 신선한 느낌을 선사하는 동시에 전공자뿐 아니라 일반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 수준의 새로운 도전을 행하고 있다. 창의성을 표면적으로 드러내고 관객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무용 작품은 행위예술과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진다. 이러한 작품들은 무용작품의 표현을 구성하는 퍼포먼스 작품에 가까운 것일까. 아니면 기존의 작품 스타일과 다르게 창작하는 무용 작품인걸까.
  무용의 가장 원시적인 특징은 즉흥성이다. 무용은 의도적으로 어떤 스토리를 전달하고자 하거나 더 정확하고 구체적인 이미지를 움직임으로 구현하고자 하기 때문에 안무라는 작업은 무용의 한 부분이자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한다. 안무는 무대 위에 올라가지 않고 외부의 시각으로 무용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안무라는 행위 자체가 무용의 한 부분으로 작용한다. 무의식적이고 자발적인 움직임을 아기가 옹알이하는 것으로 비유한다면 안무는 아기의 언어 시스템 발달이 완비돼 말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해주는 대뇌의 기능인 것이다. 안무와 무용작품의 밀접한 관계를 이해하게 된다면 컨템포러리 작품의 퍼포먼스식 표현 스타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컨템포러리 댄스 장르는 기술 발달로 인해 무용과 퍼포먼스 간의 관계가 모호해졌지만, 그것이 정체성을 흔들리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안무자가 단순하게 움직임으로 작품을 구성 및 표현하는 안무방식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수단과 요소를 활용해 새로운 안무형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안현민은 초현실주의 특성에서 출발해 컨템포러리 작품에 대한 논리적인 분석 결과까지 도달했으며, 결과적으로 안무가의 역할을 새롭게 인식하게 만들었다. 예술은 그 자체가 주관적으로 이뤄지는 것이고, 예술작품을 만드는 사람과 보는 사람간의 의사소통이 정밀하게 행해질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예술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에 주관적인 견해가 들어가는 것은 불가피하며 더욱 설득력 있는 예술분야의 과제를 연구하고자 한다면 과학적인 기술 관점으로서의 접근과 학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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