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2.12.7 수 12:08
기획사회
[사회] ‘장애’라는 개념은 진화한다강병환 / 진주교육대 강사
최예림 편집위원  |  choiyeahlee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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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호]
승인 2022.10.03  16: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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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가가기 위해 ② 편견 없이 이해하기

각종 이슈와 함께 장애인에 대한 의견은 양극화되고 있다. 드라마의 인기로 ‘장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극중 인물이 아닌 실제 장애인들의 현실과 사회 인식은 어떤지 정확하게 인지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획은 장애인들을 편견 없이, 현실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제안하며 일상 속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기 위해 우리가 어떠한 태도와 인식을 가지면 좋을지 고민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미디어 속 장애의 단면 ② 편견 없이 이해하기 ③ 기술로 좁히는 사각지대 ④ 함께, 한 발 더 내딛기 위해


‘장애’라는 개념은 진화한다


강병환 / 진주교육대 강사


  장애는 특별한 것이 아니며 질병도 아니다. 그것은 일종의 상태다. 질병으로 장애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장애 그 자체는 질병이 아니다. 장애는 누군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라 그 사람의 특징일 뿐이다. 마치 나이·성별·피부색 등 다양한 특징처럼 장애의 기준도 그렇다. 아직도 장애인을 시혜의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나 실제로 장애인의 기준은 그 관점에 따라 다르다. 장애는 없다가 생기기도 하고, 장애인이었다가 다시 비장애인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그렇기에 개념을 너무 좁게 설정하면 안 된다. 장애인은 그 사회가 처한 기준에 따라서 결정되는 다분히 광범위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장애인에 대한 한국의 인식은 다소 협소한 편이다. 어떤 신체적인 손상을 기준으로 대부분 표현되기 때문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거나, 다리를 쓰지 못한다거나 하는 등 주로 물리적인 능력을 상실한 사람들로 상정한다. 하지만 외국의 기준은 우리와 좀 다르다. 2021년 보건복지부 누리집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등록 장애인은 263만 3,000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5.1%로 확인됐다. 반면 국외의 경우 ▲미국 12.8% ▲호주 18.3% ▲영국 16.7% ▲스웨덴 16.1% ▲헝가리 25%가 장애인이다.
  국내 장애 인구가 유난히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국가별 장애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장애에 대한 범주가 다양할수록 규모는 늘어나는 법이다. 2017년 미국의 경우 장애의 범주에 알코올 중독, 암, 에이즈가 포함됐고, 호주는 당뇨가 추가됐다. 스웨덴은 의사소통이 힘든 외국 이민자도 장애의 범주에 속한다. 이들 국가는 우리와 달리 일시적 질병, 사회 환경적 요인 등 다양한 기준으로 장애를 분류했다.
  세계보건기구(이하 WHO)의 권유도 이에 부합된다. WHO는 정신질환, 만성 알코올 및 약물남용, 만성 폐 질환 등 다양하고 포괄적인 요인들을 장애 범주에 두도록 권장한다. 장애의 범주가 크게 노동능력의 장애, 사회적 의미의 장애, 신체·정신적 장애로 분류될 수 있는바, 국제기능·장애 건강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Functioning, Disability and Health, ICF)에서는 2001년부터 장애 개념에 대해 환경적 요인을 포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는 장애를 의학적 기준에서 발생한 개인적 요인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요소로서 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우리의 장애 범주는 일반적인 신체·정신적인 면에서의 손상에 대한 15개의 장애만 포함하고 있다. 신체적 범주 12가지는 외부 신체기능과 내부기관의 장애로 나뉘며 지체·뇌병변·시각장애는 외부 신체기능, 신장·심장·간장애는 내부기관의 장애에 속한다. 정신적 범주 3가지에는 지적·자폐성·정신장애를 포함하지만 이러한 우리나라의 장애 범주에서 사회적 의미의 장애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사회와 함께 변화하는 기준

  장애에 대한 개념도 변화하고 있다. 원래 ‘장애’라는 집단적 구분은 산업사회의 유물이다. 장애라는 단어 자체가 산업화 시대에 출현한 것인데, 산업화와 더불어 장애의 개념도 변해왔다. 1601년 엘리자베스 여왕은 「구빈법(Poor Law)」을 제정했다. 구빈세를 도입하며 복지비용을 마련해 노동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공공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찾아주고, 장애인, 노령자 등 노동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구빈세로 복지비용을 충당하고자 했다. 이는 빈민의 유형을 노동능력의 유무를 중심으로 분류했다는 것이다. ‘노동능력이 있는 자(Abled)’와 ‘노동능력이 없는 자(Disabled)’로 구분했는데, 이때 노동생산성이 기준이 됐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발생한 2차 산업혁명은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으로 말미암아 노동력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켰다. 이처럼 대량생산과 노동생산성이 중시되면서 장애인은 더욱 다양하게 구분됐다. 3차 산업혁명은 소량 다품종의 사회다. 이에 장애인에 대한 재정립과 재해석도 다시 대두된다. 이처럼 시대에 맞춰 각각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자, 장애인에 대한 의미도 재해석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현재 4차 산업혁명을 지나오고 있으며, 앞으로는 인간과 기계의 구분이 모호해져 갈 것이다. AI·드론·로봇·각종 첨단 보조기기가 등장해 인간을 대체할 것이며, 말 몇 마디면 다 해결해줄 로봇도 우리 곁에 올 것이다. 이때가 되면 각종 스마트 웨어러블, 로봇 인공 다리 등 첨단기술로 무장한 수많은 장애 보조 기기들도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양태로 등장할 것이다. 신체 기능성으로 노동생산성을 구분하던 것이 점점 무의미해지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제는 어떤 시대적 관점으로 장애를 보는가가 관건이 됐다.
  전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장애인에 대한 표현들이 지금 시대에는 문제가 되기도 한다. 가령 요즘 ‘장애자’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다. ‘놈 자(者)’라는 의미 때문이다. 정상인과 일반인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으로, 눈먼 돈은 대가 없이 받은 돈으로, 장애를 앓다가 아니라 장애가 있다는 표현으로 변화하고 있다. 장애우라는 표현도 그렇다. 벗이나 친구를 뜻하는 ‘우(友)’라는 표현은 친근해 보이나 사실 아무에게나 붙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노령의 장애인에게 사용했다가는 예의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당사자가 어떻게 불리기를 원하는가가 중요하다.
  2006년 유엔 장애인 권리협약은 사회 모델의 관점이 반영됐다. 사회 모델은 장애인의 근본적 억압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이다. 따라서 물리적, 비물리적인 환경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것이 장애인 권리협약의 핵심 원리다. 이렇게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시대적 관점에서 장애인을 보는가. 장애는 이제 개별적·의료적 개념이 아니라 사회적 개념으로 진화됐다. 더는 손상을 입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만약 사회적 의미의 장애를 포함한다면 비만, 임산부, 이민자도 장애의 범주에 속할 수도 있다. 장애는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됐다. 환경이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어떤 사회적 환경이냐에 따라 장애를 느끼는 정도는 분명 다르다. 우리는 어떤 환경을 원하는가.

우리가 사는 세상

  우리 사회는 나이·성별·피부색·장애 유무 등 다양한 특징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을 저해하는 크고 작은 일들 또한 아직 사회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수학교 설립 반대를 주장하는 주민, 무릎 꿇고 호소하는 장애 학생을 둔 부모 등 모두가 우리 사회의 슬픈 초상이다. 이렇듯 장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우리는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2017년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후천적 장애 발생률은 88.1%다. 50대 이상의 장애인은 76.9%다. 우리는 삶의 과정에서 여러 사고와 질병을 만난다. 재작년 보건복지부 누리집 정보에 따르면, 인구 고령화에 따라 65세 이상 노년층 장애인 수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장애 인구의 고령화가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전체 인구 대비 장애인 등록 비율에서 60대 이상은 46.7%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나이가 들수록 불의의 사고를 만날 확률은 높아지고 질병을 앓게 될 비율 역시 증가한다. 따라서 장애인의 비율도 나이와 비례한다. 장애는 더 이상 특수한 일부 사람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며 사회 환경의 문제다.
  최근 우리나라는 ‘직장 내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을 연 1회 이상, 1시간 이상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학교를 비롯해 7만여 개 기관이 참여한다. 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고, 차별과 편견 없는 직장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다. 여기에 더해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성 인지 감수성, 다문화 감수성, 장애 감수성 등 각종 감수성 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감수성은 평등한 관계에서 상대와의 차이를 공감하며, 일상생활에서 불평등을 민감하게 인지하는 것이다. 장애 감수성은 장애 또는 장애인에 대한 반응으로서 다름을 인정하고 이들을 존중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이다. 우리가 성별, 인종 등 모두 다르듯이 장애도 그렇다. 그저 그 사람의 특징일 뿐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더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당신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라는 교훈을 줬다. 장애도 마찬가지다. 장애인이 아프면 우리도 아픈 법이다. 장애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바로 우리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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