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 / 경희대 문화예술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삶 속에 문화예술이 녹아들도록 ② 문화예술교육, 왜 필요할까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비슷한 수준의 문화예술교육을 받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자본에 따라 그 차이는 선명하게 드러나며 이로 인한 문화 격차는 사회적으로 해소돼야 할 문제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기획에서는 문화예술교육의 실태를 파악하고, 문화예술교육의 격차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지 논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이해와 표현의 영역 ② 문화예술교육, 왜 필요할까 ③ 수도권과 지방의 경계 ④ 모두 같은 선에 서기 위해


삶의 본질을 찾기 위한 활동으로서의 문화예술교육

백령 / 경희대 문화예술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인 인간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부터 혹은 어머니 뱃속에 자리를 잡는 순간부터 성장한다.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많은 경험과 교육을 통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간다. 이 여정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드러내며, 판단하고, 결정하고, 다른 이들과 연대하고, 상실의 시간에 희망을 주고, 서로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지지대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을 살아간다.
  삶 속에서 인간은 누구나 예술가이며 예술적 감각, 감수성에 대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진다. 이를 어떤 시기, 어떤 방식을 통해 발전시켜 나갈지 그 기반을 만들고자 시작된 정책이 문화예술교육이다. 2003년부터 예술교육을 문화적 관점에서 보완·확장해 “표현기법만을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라 예술적 경험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사회를 이해하는, 보다 넓은 개인적·사회적 맥락의 새로운 교육”으로 보는 방향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예술의 힘과 창의성을 근거로 문화예술의 접근성과 문해력,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이 시작된 것이다.
  이에 문화예술교육은 장르 중심의 근대적 접근에서 벗어나 인간과 예술의 본질적 이슈부터 논의하고자 했다. 그렇게 해서 인간으로 존재하며, 자신의 고유한 가치를 드러내고,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건강한 모습의 근간으로 문화예술교육 정책이 자리매김했다. 1997년 프랑수아 마타라소(Francois Matarasso)의 ‘예술 활동 참여의 사회적 영향분류’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개인의 발전 ▲사회적 결속력 ▲공동체 의식 강화와 자기 결정력 ▲상상력과 비전 ▲건강과 웰빙으로 도출하고 있는데 이러한 예술 참여의 사회적 효과연구가 문화예술교육 출발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문화와 예술의 접점

  예술은 즐거움과 재미의 원천으로 자유롭고 자발적인 활동이다.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기회이며 과정 속에서 새로운 관계와 질서를 내면화하는 행위이다. 이를 통해 참여자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환경을 체험하며, 관계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문화적 행위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예술가로의 전문성과 수월성에만 집중하지 않는 여러 형태의 활동적이고 일관된 과정이며, 자신의 세계에서 세계로 확장하는 것으로 ‘예술’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자발적 참여이자 외부의 자극에 대한 새로운 사고의 기회와 다른 이들과의 협업을 통한 문제 해결인 예술은, 스튜어트 홀(Stuart Hall)의 ‘문화’와도 연결될 수 있다. 또한 인간은 끝없이 상황이나 여건과 상호작용하며 타자의 반응은 내게 자극이 되고 나는 그것에 반응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이 문화와 예술의 접점이며 삶과 예술의 접목을 가능하게 한다.

효과와 필요성

  문화예술교육의 효과나 필요성 혹은 왜 문화예술교육이어야 하는가 등을 고민하는 대부분의 연구는 학교에서 공교육과 연계하는 경우, 사회에서 진행되는 경우를 분리해 논의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지속성을 기반으로 한 예술교육의 효과에 대한 논의가 많지는 않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교과과정으로 연계하는 경우 인지적 역량 개발, 학습 효과 증진, 창의적 사고력 발달 등에 대한 연계성을 인정하는 학교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예술교육을 언어, 수리, 사회, 과학 교과에 비교해 소프트 스킬(Soft Skill)로 인식하고 있다. 소프트 스킬이란 연습, 반복, 교육을 통해 습득 및 강화되는 직무 기술에 반하는 것으로 ▲타인과 협력하는 능력 ▲문제 해결력 ▲감정을 조절하는 자기 제어성 ▲의사소통 능력 ▲리더십 ▲회복 탄력성 등을 말한다. 이는 진로의 분야별 전문성보다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량을 말한다고 판단된다. 이처럼 많은 연구에서 예술교육과 필수 역량의 연관성이 발견되고는 있으나 직접적인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교육은 학생의 모습을 변화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가진다.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예술을 매개로 하거나 예술과 연계하는 교과과정의 긍정적 성과에 대한 논의는 그 어느 때 보다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도 변화를 위해 다양한 접근들이 시도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문화예술교육은 학교와 연계하는 것 보다는 지역사회 속에서의 다양한 변화를 이뤄내고 있다. 최근 문화예술교육이 개인적인 자존감, 상황 대처 능력, 감정 조절, 문제해결 능력의 향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또한 동아리와 일상 속의 예술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청년들이 이제는 주도적으로 무엇을 배우고 학습할지, 그 주제와 활동을 직접 결정하고자 한다는 사례가 이야기되고 있다. 이는 스스로 주제를 찾아 문화·예술과 접목하는 과정을 설계하는 힘이 참여자들에게서 발견되는 순간이다. 본인의 삶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삶과 이슈를 연결해 주제를 발굴하고 표현의 과정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다양한 모습의 문화예술교육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논의된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재작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발표한 ‘학습나침반 2030(Learning Compass 2030)’은 문화예술교육이 새로운 담론과 지향점을 모색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식·기술·태도·가치 역량을 중심으로 기대 예측, 행위, 성찰의 방향이 제시됐는데 융합, 기계학습, 인공지능 등 조금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논점을 문화예술과 결합한 교육으로 구성하는 작업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예술 창작 시스템은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에서 기술 발달로 인해 형식적 변화를 겪고, 다양한 행위자들이 문화예술인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의 주체인 창작자·교육자·학습자 등의 역할이 재정립될 수 있으며, 이들 주체가 가진 새로운 역량이 주목되고 있다. 이에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새로운 기술과 예술적 상상력을 융합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에 관한 논의 및 창의력 강화, 치유 기능 등을 넘어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필요가 있다는 것 또한 논의되고 있다.
  지금까지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는 많은 일이 일어났고 긍정적 성과를 선보이는 일도 많았으나 한계점도 상당히 발견됐다. 그간 축적된 문화예술교육의 담론과 성과를 바탕으로 이미 다가온 디지털 세상에서 신 그리노믹스(Greenomics), 재해와 재난의 일상 속에서 새롭고 다양한 모습의 문화예술교육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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