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우 /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

 

[반도체 위기 극복, 그 시작과 논의]

본 기획에서는 반도체가 무엇인지 그 개념과 정의를 명확하게 이해한 후, 반도체와 관련된 국내의 여러 논쟁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은 반도체 산업 및 우수 인재 육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기초적인 자료로 사용될 것이며, 협력과 상생에 기반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첫 발자국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되는 바이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반도체의 개념과 중요성 ②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갈등 ③ 기술경쟁과 특별연장근로제 ④ 과학기술강국으로 살아남기 위해

 

 
 

 

반도체의 미래와 반도체 인재 양성 해법

 

이재우 /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

 

  초연결 사회가 심화하면서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뜨고 진다. 디지털 기술의 핵심인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데,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기술을 선점하고 독점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지난 8월 9일에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와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서명함으로써 2800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했고, 미국 의회는 8월 16일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을 통과시켜 미국산 전기차에 세액공제를 강화하고 전기차, 풍력과 태양광 등에 300억 달러를 지원했다. 이는 전기차에도 전장 반도체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자국 기업을 보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뿐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일본, 대만의 주요 기업을 압박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끌어내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를, SK하이닉스는 290억 달러를, 현대자동차는 조지아주에 100억 달러의 전기차와 배터리에 대한 투자를 약속했다. 이처럼 미국은 입법·외교 공세·개별 기업을 압박하는 방법 등으로 투자를 유치하고 자국 기업을 지원하는 법안을 속속 제정하고 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국내 대기업이 해외에 공장을 설립하는 등 고급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정부는 최근에 반도체 산업에서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핵심 전문인력 15만 육성, 디지털 인재 100만 명 육성 정책 등을 내놓았지만, 중요한 것은 경쟁국보다 한 발 더 앞선 과감한 투자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반도체 회사의 분류와 주요 기업들

 

  반도체 기업의 분류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설계 ▲생산 ▲패키징·테스팅 ▲판매·유통 등 반도체 전 분야를 담당하는 종합반도체회사(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IDM)가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마이크론 등이 대표적이다. 두 번째로 IP(Intellectual Property) 기업은 설계 전문회사로 특정 설계 블록을 IDM이나 팹리스(Fabless)에 제공하며 IP 라이선스료와 로열티만 받는다. 셋째, 팹리스는 반도체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데 외주 기업에서 제품을 생산한 후 자제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디자인 하우스(Design House) 기업은 팹리스 기업이 설계한 제품을 파운드리 생산 공정에 적합하도록 최적화한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파운드리(Foundry)는 실리콘웨이퍼 제조공장(Fabrication Facility, 이하 팹)을 갖춘 생산 전문기업으로 자체 생산보다 수탁 생산을 주로 하는 기업이다. 팹을 갖추기 위해선 대규모 생산 시설, 막대한 투자 비용, 고도의 생산 기술이 필요하다. 후공정업계는 OSAT(Outsourced Semiconductor Assembly and Test)이라 부른다.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 수탁 기업으로 반도체 후공정을 의미하는 것이다. 후공정은 크게 패키징과 테스트로 나눌 수 있다. 또한 반도체 제조를 위해서는 다양한 장비가 필요한데 그중 네덜란드 장비회사인 ASML은 수 나노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반도체를 제조하기 위해선 ①웨이퍼 공정 ②산화막 공정 ③포토공정 ④식각공정 ⑤박막 증착 공정 ⑥금속 배선 공정 ⑦테스트 공정 ⑧패키징 공정, 즉 8대 공정이 필요하다. 전공정은 웨이퍼 공정부터 금속 배선 공정까지를 말하는데 전체 반도체 산업에서 약 58%를 점했고, 나머지 후공정은 테스팅과 패키징 소재 산업으로 약 42%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는 메모리와 비메모리로 나눌 수 있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는 약 30%, 비메모리 반도체는 약 70%를 점한다. 그중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강국으로 올해 2분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램에서 약 71%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해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국은 작년 반도체 전체 시장 점유율에선 22%,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선 58%를 점유했다. 반면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3%에 불과했다. 특히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 58% ▲삼성전자 14% ▲UMC 7% ▲글로벌 파운드리 6% ▲SMIC 5%를 차지하고 있다. 즉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팹리스 ▲파운드리 ▲전공정 ▲후공정 재료 분야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매우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관련 인력을 양성할 때 메모리 반도체는 초격차를 유지하는 전략을 펼치고 파운드리, 팹리스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반도체 장비 및 재료 등도 마찬가지다.

 

비수도권 대학과 수도권 대학이 상생하는 방법

 

  이에 정부는 앞으로 5년간 15만 명의 반도체 인력을 육성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인력 육성은 대개 교육기관에서 이뤄지기에 관련 학과 설립, 정원 조정, 분야 선정 등에 논란이 예상된다. 일례로 비수도권 대학 총장들은 반도체 인재 양성 계획이 수도권 대학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교육부가 입법 예고한 「대학설립·운영 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반도체 등 첨단분야는 교원확보율만 충족하면 관련 학과 신·증설을 허용해주며 사립대의 경우 전임·겸임·초빙교원을 포함한 교원확보율을 100% 충족하면 정원 증원이 가능하다. 여기서 교원확보율에 겸임·초빙교원을 포함했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의 전임교수만 교원확보율에 포함한 것에 비해서 엄청나게 완화된 조건이다. 국립대 또한 전임교원 확보율을 기존 80%에서 70%로 완화했으며, 대학원도 교원확보율만 100% 채우면 석·박사 정원을 증원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정원을 늘리려면 전임교원 확보율 등이 모두 일정 기준 이상 돼야 했는데, 이제는 첨단학과를 신설할 때 오로지 교원확보율 기준만 충족하면 정원을 늘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완화 조치는 수도권 대학, 특히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국립대와 적립금을 많이 쌓아 둔 수도권 사립대학에 유리하다. 비수도권 사립대의 경우 10년 이상 등록금 동결과 신입생 충원율 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증원과 관련해 교육부의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 지방대학은 더욱 어려움에 부딪힐 것이다.

 

공유대학 인력양성

 

  그렇다면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이 상생할 방안은 무엇인가. 그 해답은 ‘공유대학’에서 찾을 수 있다. 공유대학은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이 학과 정원·인력·시설을 공유하고 두 대학의 학위를 동시에 수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도권의 A 대학과 지방의 B 대학이 연합해 첨단반도체 학과를 신설한다고 가정해 보자. A 대학은 전체 정원의 40%를, B 대학은 60%를 할당한다. 이 학과의 학생들은 A 대학과 B 대학의 교과과정을 절반씩 이수해야 하며, 졸업할 때 두 대학의 졸업장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또한 A 대학은 이론교육을, B 대학은 실습과 실험 위주의 교육을 담당하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할 수도 있다.

  이러한 공유대학 모형은 첨단분야에서 지방대학의 정원을 늘리고 그들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지방대학은 학생이 지역에 거주할 수 있도록 주거지 등을 제공할 수 있기에 이러한 장점을 살려 지방대학에 반도체 팹, 공정실습 등 실험·실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지역의 반도체 업체에서 현장실습, 인턴 등을 경험하게 할 수 있다. 이는 지역의 경제 활성화로도 이어진다.

  반도체는 다양한 분야가 결합한 종합적인 산업이므로 재료·공정·연구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해당 학과에서 모든 것을 다 가르치려고 하기보다는 물리학과, 화학과, 재료공학과 등 반도체 관련 학과와 함께 인재를 육성한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반도체 산업은 인력, 특허, 장비 등이 복합된 산업이기 때문에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분야를 발견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한국이 뒤처져 있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경쟁상대국보다 과감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팹리스 ▲파운드리 ▲반도체 전·후공정 ▲첨단반도체 장비 ▲뉴로모픽 칩 등 새로운 분야 ▲일부 핵심 소재 산업 등을 육성하려면 공허한 일반적 반도체 인력 육성사업을 부르짖기보다 자원을 집중해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서 첨단 인력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이 기초과학 육성에 과감한 지원을 하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지 숙고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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