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주 / 광주과학기술원 융합기술원 석사과정

본 지면은 교내·외 대학원생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소통의 장’을 열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됐다. 이번 호에서는 스스로에 대한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던 시절을 떠올리면서, 혼란한 사회에서 어느 누구도 아닌 스스로를 알아가기 위한 대학원생의 모습을 담아봤다. 미래에 대한 설계는 결국 ‘나’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나다운 게 뭔데


이형주 / 광주과학기술원 융합기술원 석사과정

 
 

  “나다운 게 뭔데” 보통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곱씹어보면 나다운 게 뭔지 참 헷갈린다. 필자 또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몰라서 대학 전공을 적당히 골랐고, 취업준비를 하면서도 자기소개서가 아닌 자소설을 써왔다. 생각해보면 내가 누구인지 안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오히려 요즘은 AI가 나를 더 잘 아는 세상이 되고 있다. 유튜브가 알고리즘으로 나를 파악하고 “너 사실 이거 좋아할걸?”이라며 난데없이 고양이 영상을 건네준다. 그러면 ‘오늘도 알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여기로 이끌었다’며 그들이 인도한 늪에 빠지게 된다. 편리하고 좋으니까 그만인 걸까. 과연 이대로 괜찮을까.
  스스로에 대해 알지 못한 상태에선, 앞으로 놓일 기로에서 불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나를 모르니 나만의 기준이 없고 가족이나 지인, 권위자, 인터넷 등 외부에 의존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선택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는 남 탓으로 돌리기 쉽고, 혹여 마음에 든다고 하더라도 계속해서 외부인에게 의존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결국 타인이 시키는 대로 살게 될지 모른다. 조금 불편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당신이 그저 그런 삶을 살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십중팔구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는 인공지능에 휘둘리기도 쉽다. 유튜브의 목적은 유익한 콘텐츠를 제공해주는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플랫폼을 오래 사용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내가 좋아할 만한 영상을 계속 추천해준다는 것은 흥미롭고 기분 좋은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결국, 유튜브가 권하는 자극적인 영상만을 편협하게 시청하게 돼 사고의 폭이 좁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스스로를 먼저 알자


  그렇다면 나다운 게 뭔지 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심리검사가 있다. 스트렝스파인더, DISC 검사, Big 5 검사, 태니지먼트 등 다양한 검사들을 인터넷으로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때 한 가지 검사만을 보고 판단하기보다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게 좋다. 다만 맹신해서는 안 된다. 나의 행동과 생각을 돌이켜보며 검사 결과와 연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나와 맞지 않음에도 그 결과에 끼워 맞춰 버릴 수도 있다.
  두 번째로 추천하는 방법은 일기이다. 특히 태어난 뒤 기억이 날 때부터 지금까지의 일기를 쓰라고 권하고 싶다. 즉 나만의 ‘빅 히스토리(Big History)’를 만들라는 뜻이다. 당연히 한 번에 몰아서 쓸 수는 없다. 하루 중 가장 정신이 맑은 아침이나 일과가 끝나고 가장 여유 있는 밤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일기를 쓰는 게 좋은데, 여기서 지켜야 할 점은 ‘꾸준히’ 써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 이틀 쉬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일주일 이상 중단하면 다시 키보드에 손이 쉽게 가지 않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니 하루 중에 일기 쓰는 시간을 정해두자. 너무 잘 쓰려고 할 필요 또한 없다. 누구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작품이 아니며, 머나먼 기억을 끄집어내서 기록하는 것이기에 그냥 편하게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글감이 떠오를 것이다.
  글을 썼으면 분석을 해야 한다. 키워드를 표시하고 자주 사용하는 단어를 파악하자. 내가 어떤 스타일로 글을 쓰는지 관찰하는 것도 좋겠다. 감성적인 사람은 글에 감정을 많이 드러낸다. 그렇기에 어떤 상황일 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패턴을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 그렇게 알아낸 성향, 글에서 자연스럽고 자주 나오는 감정의 형태는 당신의 강점일 확률이 높다.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알아두면 상대 또는 업무를 대하는 방향성을 설계할 때 정말 유용하다.
  세 번째는 지인과의 대화다. 가족이나 친구, 직장동료 등 가까운 사람과 조금 진지한 대화를 해보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나에 대해 물어보고 답변을 들어볼 수도 있다. 이때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는 게 좋으며 상대방의 주관이 개입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어느 정도 가려서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다소 뼈아픈 이야기에도 이를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나의 단점으로 인해 자존감이 깎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 단점이 무엇인지 알아야 다른 장점으로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필자는 의사소통 능력은 뒤떨어지지만, 분석력은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다. 그래서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분석한 뒤 의사소통함으로써 보다 좋은 결과를 끌어낸 경험이 있다.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데


  하루하루 살기도 바쁜데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 대해 안다는 것은 분명한 이점이 있다. 첫 번째로 목표와 목적이 명확해진다. 내가 어디서 열정을 얻고, 행동하는 이유가 주로 무엇이고, 어떤 생각을 자주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안다면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한층 쉬워진다. 그리고 더 깊게 파고들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도 있다.
  두 번째는 본인의 강점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같은 값의 노력을 입력했을 때 훨씬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그것이 바로 강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강점을 알게 되면 스스로의 시간과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활용해야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설계할 수 있다. 자신을 항상 한정적인 자원이라고 생각하자. 시간과 에너지, 감정 등과 같은 무형의 자원은 한정적이다. 무엇이든지 적게 쓰고 많이 벌어야 한다.
  세 번째는 잡음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필자도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뭘 좋아하는지도 몰라서 이것저것 아무거나 하며 살았던 때가 있었다. 당시를 돌아보면, 정신없이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는 게 별로 없었다. 마치 메뉴가 수십 가지가 되는 식당에서 음식을 골라야 하는 것과 같았다. 이것도, 저것도 괜찮아 보이는데 막상 직접 경험해보면 잘 맞지 않아 삐걱거리기 일쑤인 삶이었다. 하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되니 거꾸로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도 알게 됐다.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제거하다 보니 잡음이 서서히 사라졌다.
  네 번째는 위기 상황에 더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평소에 생각이 많고 여러 가지 정보를 종합해서 결정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상대방이 빠른 결정을 요구할 때는 이러한 특징을 설명하며 결정할 시간을 달라고 하거나, 때에 따라 믿음직한 사람에게 선택권을 넘겨줬다. 이를 통해 잘못된 결정을 성급히 내리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너무 빡빡하게 사는 것 같은가. 경영학의 아버지인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측정하지 못하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하지 못하면 개선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면 당신의 삶을 측정해 기록을 남겨라. 하루를 어떻게 사는지,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기록해라. 그것들이 쌓여서 당신만의 빅데이터가 되고, 이를 분석하다 보면 빅 히스토리가 된다. 당신만의 유일무이한 빅 히스토리를 만들어라. 80억 명 중에 오직 1명이 돼야 한다.
  돈을 관리하려면 가계부를 써야 하는 것처럼 인생을 관리하려면 삶을 기록해야 한다. 가계부를 쓰는 건 어느 정도 자동화할 수 있는 시대이지만 당신의 시간과 인생은 자동으로 남겨지지 않는다. 계속해서 노력해야만 한다. 익숙하게 체득한 습관을 만들어야 지속 가능한 기록을 할 수 있다. 의지가 부족하다고 생각된다면, 환경을 바꿔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고 때로는 스스로 상벌을 주거나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것도 지속성을 유지하는 데 유용하다.
  스스로를 알기 위한 여정은 쉽지 않다. 하지만 꼭 해내야만 한다. 내가 나일 수 있으려면 답은 그뿐이기 때문이다. 앞서 필자가 자신을 알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나열했지만 결국 스스로의 방법을 찾으라고 권유하고 싶다. 인생에 정답은 없고 해답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정의 중간중간마다 멈춰서서 계속 자신에게 물어보자.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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