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권모술수

  신생 채널 ENA의 폭발적 시청률을 견인하고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는 넷플릭스를 타고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가 대형 로펌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상황을 따뜻한 연출로 풀어낸 것이 흥행의 이유로 평가된다.
  이런 기발한 서사에서도 갈등을 고조시키는 악역이 등장하는데, 동료 변호사 ‘권민우’가 그 역할을 담당한다. 그는 본인의 입신양명을 위해 주인공 ‘우영우’가 취업 시 특혜 받은 사실을 유포하기도, 때로는 그녀의 능력이 투철하니 배려할 필요가 없다는 말까지도 서슴없이 내뱉는다. 시청자들은 ‘약자’로 그려지는 주인공에 감정이입해 ‘권모술수’라는 별명을 붙여가며 비판하곤 하지만 어쩐지 그의 모습이 낯설지만은 않다. 치열한 사회 속 자신의 몫을 위해 발버둥 치는 행동들에서 우리의 삶이 투영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MZ세대의 가장 큰 화두는 공정, 기회의 평등이 아닐까 싶다. 치솟는 물가에 힘들어지는 생활, 그로 야기되는 관계의 어려움과 미래 설계에 대한 불확실성. 이 모든 것이 그들을 혼란하고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유일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가치가 공정일 것이다. 정해진 기준으로 시행되는 평가와 그에 따른 결과는 예측 가능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하고, 당사자로 하여금 사건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근거와 정당성을 부여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시대의 모습은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작년 2월 실시된 한국리서치 등 4개사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공정하다”라는 항목에 부정적으로 응답한 비율이 60%에 달했다. 또한 취업에 대한 질문에서도 응답자 61%가 공정하지 않다고 답하는 등 청년들에게 중요한 항목들에서 몇 년째 부정적 지표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공정이라는 사회적인 문제가 지속적으로 해결되지 못 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에 더해 논문 표절, 부정 취업 등 고위 공무원 관련 이슈가 끊이질 않고, 심지어 ‘세무사 시험 논란’에서처럼 국가시험의 평가기준에 대한 공정성마저 흔들리고 있는 현실이다.
  올해 3월 출범한 새 정부는 “법치·공정·상식”을 가장 앞에 내세웠다. 6개월이 흐른 지금, 과연 이 세 가지 단어에 부합하는 사회가 만들어지고 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사회 구성원들이 생존의 경쟁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배려’는 상식적인 범주와 명확한 기준으로부터 기반한다. 때문에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말처럼, 단순히 눈앞의 문제가 아닌 보다 세심하고 철저한 입법·행정·사법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여유가 사라진 현시대에 또 다른 ‘권모술수’를 양산하지 않기 위해서는 강요된 배려가 아닌 정당한 기준에 의거한 공정,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노력한 만큼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명확한 시그널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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