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2.9.7 수 04:33
학내
[포커스] 전략과 공존 그 갈림길에서
이소민 편집위원  |  sominsophialee@gam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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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호]
승인 2022.09.06  11: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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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과 공존 그 갈림길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가속화를 가져온 것은 ‘반도체’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우리는 더 이상 반도체 없이는 살아갈 수 없게 됐으며, 반도체는 산업과 사회를 지배하고, 국가의 권력을 상징하게 됐다. 이에 따라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와 같은 핵심 전략기술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국가첨단전략산업법)」이 올해 2월 3일 제정돼 8월 4일부터 시행되기 시작했다. 8월 19일자 뉴시스에 따르면, 10월에는 반도체를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해 각종 인허가나 규제를 대폭 간소화하는 정책이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 반도체란 무엇인가. 지식백과에 따르면 “전기전도도에 따른 물질의 분류 가운데 하나로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영역에 속한다”라고 명시돼 있어 매우 복잡하고 어렵게 인식되지만, 사실상 우리의 실생활에 매우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반도체 수급 문제가 발생해 자동차 공급에 차질이 일어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상용화된 전기차가 인기를 끌며 주문이 급상승했지만,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동남아 지역의 공장이 문을 닫으며 수급 문제가 나타난 것이다.
  이에 국내에서는 지난 7월 1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방안」을 발표했다. 미래 산업의 주요 먹거리이자 국가 안보 자산인 반도체 기술의 초격차를 확보할 전문 인재 양성을 도모하고, 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해 인재육성과 산업성장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려는 목적으로 발표된 본 방안은 대학의 정원 확대, 전공 간 구분 없는 융합교육으로 질적 수준을 제고하며, 시설과 장비투자 등으로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정원 증원’ 정책을 두고 수도권 쏠림 현상과 관련해 비수도권 대학들의 적잖은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그렇기에 본지에서는 해당 방안의 내용과 문제점 등을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반도체 인재 양성방안

 

  이 방안에 따르면 현재 17만 7000명 정도 되는 반도체 관련 인력이 약 10년 후에는 30만 4000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맞춰 정부는 앞으로 10년 간 15만 명의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학과를 신‧증설할 경우 교원확보율만 충족된다면 지역과 관계없이 정원 증원을 가능토록 한 부분이 대표적이다. 또한 반도체 관련 학과와 기업과의 협의를 통해 계약학과 신설 시 이미 설치된 학과 내에서 별도 정원을 한시적으로 증원할 수 있는 계약정원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반도체 특성화대학원을 신규 지정해 교수 인건비·기자재·R&D를 집중 지원하고, 비전공 학생에 대한 반도체 복수전공·부전공 과정(2년)인 반도체 브레인 트랙(Brain Track)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민관 공동으로 내년부터 10년 동안 석‧박사급 인재를 육성하고자 3,500억원 규모의 관련 자금을 마련해 반도체 특성화대학원과 연계한 R&D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리고 기초연구에 대한 핵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를 중앙 거점으로 권역별 반도체 공동연구소를 설치하고 각 연구소별 강점 분야를 특화해 연구소 간 협업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이 방안의 후속조치로, 8월 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석·박사 정원 확대를 골자로 한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안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타 학과에 비해 첨단분야 학과의 정원 조정을 더욱 유연하게 만든 것이다.

 

비수도권 대학의 소멸 가속화

 

  이처럼 정부 단위에서 반도체를 경제안보의 핵심 전략 자산으로 삼고 다양한 방안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되나, 학계의 이야기를 반영하지 않는 등 깊이 있는 고민이 부족한 점은 다소 아쉽다. 문제는 반도체 관련 학과 신·증설이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에서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주로 수도권에 집중되는 현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비수도권 대학들은 수도권에 비해 반도체 관련 학과에 지원할 여력이 부족하기도 하다. 8월 2일자 한국경제에 따르면 “학계에서는 석·박사 정원 증원은 반도체 인력난의 핵심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라고 밝혔다. 학령인구 감소에 국내 최상위 대학들조차 대학원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 비수도권에서는 이 문제가 더 두드러질 것이기 때문이다.
  재작년 8월 및 작년 2월 졸업자를 대상으로 한 「박사조사(2021): 국내신규박사학위취득자 실태조사」는 한국직업능력연구원과 교육부의 공동 국가승인통계로서 2012년부터 매년 실시해 오고 있다. 작년 박사학위를 취득한 대학원의 소재지를 기준으로 권역별 비중을 살펴본 결과, 수도권이 5,915명으로 53.0%를 차지하고, 비수도권이 5,241명으로 4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수도권에서 절반 이상의 박사 인력이 배출되고 있는 것이다. 비수도권 중에서도 준수도권이라 할 수 있는 충청권에서 17.0%로 박사학위 취득자의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나 지방권역과의 격차가 심해짐을 드러냈다.
  계약정원제 도입 또한 수도권으로 편중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대체로 기업이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어 편의를 위해 수도권에 위치한 대학과 연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비수도권 대학의 위기는 더욱 극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학령인구의 감소로 비수도권 대학의 소멸 현상이 예견돼 있는데,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인해 비수도권 대학의 위기를 더욱 더 가중시키게 되는 것이다.

 

인문·사회계열의 몰락

 

  지방권 대학의 우려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인문·사회계열 학과 감축 문제까지 연이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방안」의 후속조치로 입학정원 범위 내에서 학과 정원을 자체 조정할 때 적용하는 교원확보율 기준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8월 17일자 경향신문에 따르면 “교육부가 대학의 총 입학 정원 내에서 각 학과 정원을 자체 조정하기 쉽게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에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은 늘어나는 반면 인문·사회계열의 학과 정원 감축은 쉬워질 것으로 보여 해당 학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라고 언급했다. 즉 인기 학과의 정원을 늘리고 싶으면, 비인기 학과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박사조사(2021): 국내신규박사학위취득자 실태조사」에서 전공계열별 박사학위 취득자의 비중을 살펴본 결과, 공학·제조·건설 계열이 28.7%로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보건·복지 계열이 13.9%, 자연과학·수학·통계학 계열이 13%, 예술 및 인문학 계열이 12.2%, 서비스 11.3% 순으로 차지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신기술의 발전과 함께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공학계열 박사급 인력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인문·사회계열의 박사학위 취득자는 공학계열에 비해 여전히 수요도, 공급도 낮다. 이러던 와중 정부의 계획으로 이러한 양극화가 더 극대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기술발전의 시대적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회는 여러 학과의 전문가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기반에는 기초학문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세계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8월 19일자 한국일보에 따르면, 최근 미국이 「반도체육성법」을 통과시켰다고 한다. 이는 반도체 관련 석·박사급의 인재에게 영주권을 줘 전 세계 반도체 우수 인력을 흡수하려는 계획으로 보인다. 또한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선두하고 있는 ‘TSMC’ 기업을 보유한 대만은 2019년부터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연구기관을 신설해 운영하고, 아카데미를 통해 반도체 인재를 공급하고 있다.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 하에 직접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본은 규슈지역의 고등전문학교에 반도체 교육과정을 신설할 예정이기도 하다. 이처럼 각국에서는 반도체 인재 확보를 위해 골몰하며,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와 같이 치열한 경쟁 속, 한국 역시 반도체 강대국으로서 이름을 떨치기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러나 세계에서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내부 구성원들이 힘을 하나로 뭉쳐야만 하기에 정부가 인문‧사회계열이나 비수도권 대학들의 의견도 세심히 들어주길 바라본다.

 

이소민 편집위원 | sominsophia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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