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2.9.7 수 04:33
기획사회
[사회] 아이들은 혼란스럽다남현주 / 하계중학교 교사
안혜진 편집위원  |  ahj3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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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호]
승인 2022.09.06  09:2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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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육, ‘이론’인가 ‘실무’인가]

최근 들어 국내 대학은 지식 전달의 방향성과 정체성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고등교육의 현황과 실태를 주목하고, 현행 제도가 품고 있는 문제를 직시해 미래지향적 방식으로 해결해나가고자 한다. 즉 학문연구중심대학과 취업실무형중심대학을 분리해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고등교육체제를 전면 개편하는 방식에 대해 이해한 후 교육과 관련한 논의를 이어가려는 것이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청소년, 대학을 결정하면서 ② 고등교육체제의 현안 ③ 산학협력 촉진, 대학의 새로운 움직임 ④ 실무형 교육, 그 이후

 

   
 

 

아이들은 혼란스럽다

남현주 / 하계중학교 교사

 

  대학의 설립 목적은 학생들이 고등학교 때까지 배운 지식에 더해 원하는 분야의 지식을 깊이 있게 연구할 줄 아는 교양을 가진 인간을 양성하는 것에 있다. 그렇기에 대학에서의 교육자는 그 명칭도 ‘교사’가 아닌 ‘교수’로 달라진다. 교사와 교수는 정해진 교육 내용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학생들의 배움을 옆에서 돕는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교수는 전공 분야의 이론과 기술을 ‘직접’ 연구하고 이를 교육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에 중등교육기관과는 다르게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은 연구와 교육이 맞닿아 하나의 학문을 주체적으로 만들 수 있다.

  이전에는 대학의 본래 의미에 따라 깊이 있는 학문 탐구를 원하는 소수의 학생만이 대학에 갔지만, 이제는 대다수의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대학에 간다. 작년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교육통계 서비스에 따르면, 27.2%에 그친 1980년대의 대학 진학률 대비 현재 대학 진학률은 79.4%에 이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대학에 진학하는지 현장에서의 목소리를 전달해보고자 한다.

 

극심한 취업난 속, 대학의 모순

 

  “공부 못하면 기술이나 배워라” 어릴 적 학교에 다니면서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지금의 학교 풍경도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중학교에 근무하는 필자는 성적이 낮은 학생에게 교사나 학부모가 직업계열 특성화고로의 진학을 자연스레 추천하는 장면을 많이 봤다. 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동료 교사에게도 성적이 좋지 못한 학생에게는 일반대학보다 전문대학을 추천한다는 말을 들었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낮은 성적으로 진학할 수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나 4년제 대학교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직업계열 특성화고나 전문대학은 실무적인 직업교육과 학생들의 취업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성적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는 일반 고등학교나 대학교와는 다르게, 학생만 원한다면 비교적 쉽게 입학할 수 있는 편이다.

  그렇다고 일반대학으로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정말로 학문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 진리를 파헤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일반대학의 진학을 염두에 둔 학생들이 입시를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한 결정 요인은 ‘대학의 이름’이다. 속칭 명문대인가 아닌가를 따져본 뒤, 전공은 취업이 잘 되는 학과로 선택한다. 이게 필자가 바라본 우리나라 학생들의 현실이다.

  만일 자신이 관심 있고 깊이 있게 탐구해 보고 싶은 전공이라 하더라도, 취업이 잘되지 않는 곳이라면 아이들은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들 중 대다수가 결국 부모님과 선생님의 뜻에 따라 원서를 접수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취업난이 극심한 현실에서 ‘안정’을 찾고 싶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학생들은 사회와 삶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아니라 안정적인 직업을 우선적으로 원하고 있다.

  결국 번듯한 대학은 이제 취업을 위한 하나의 ‘스펙’이자 ‘간판’일 뿐이다. 이것이 지나친 교육열의 근본적 원인이며, 현재 대한민국의 대학 진학률이 OECD 국가 중 최고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대학의 모순이 발생한다. 전문대학이 아닌 일반대학은 본래 학문을 탐구하는 고등교육기관이었지만, 취업률은 대학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가 됐다. ‘인 서울’이라 불리는 명문대학 또한 졸업생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혈안이 돼 졸업을 앞둔 학생이 취업계를 내고 수업을 결석하는 경우도 더러 볼 수 있다. 이는 실무적인 직업교육을 통한 직업인의 양성을 최우선적 목적으로 두는 2년제 전문대학과 학문 탐구를 목적으로 하는 4년제 일반대학의 근본적인 차이가 점차 사라져감을 시사한다.

 

대학의 정체성에 대한 증명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대학 진학을 앞두고 수많은 선택지를 마주한다. 사실 대부분의 학생이 성적으로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을 구분해 선택하지만 둘은 법령으로 정해놓은 설립 목적 자체에 차이가 있다. 전문대학은 각 직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실무 위주로 가르치고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전문 직업인을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생겨났다. 이는 학술적인 지식 배양을 목표로 하는 일반대학과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방향성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두 대학은 명확한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고등학교에서도 대학의 설립 목적과 학생들의 진로를 고려하는 대신 학생을 성적으로 줄세워 대학에 보낸다. 정부는 학업에 전념해야 할 일반대학을 연구 실적이 아닌 취업률로 판단해 평가하고, 대학에서조차 홍보물 표지에 취업률과 관련한 문구를 넣는 등 취업률을 의식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국제 시장 흐름을 따르기 위한 무의미한 영어 수업, 취업률에 따른 학과 통폐합 및 학과 교육과정 개편까지 해가며 이론과 실무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학문 탐구를 위한 고등교육기관이라는 대학의 본래 의미와는 맞지 않다. 물론 변해가는 사회에 발맞춰 대학교도 옷을 갈아입을 수 있겠지만, 대학 평가와 취업률에 따라 바뀌는 교육과정 개편과 구조조정은 학생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다.

  한편 전문대학은 “공부를 못해서 전문대에 간다”라는 통념적인 사회 인식에 맞서 전공심화과정을 개설하거나 4년제 산업대학으로의 승격을 요구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전문학사 학위가 주어진다. 이로 인해 4년제 일반대학에 학사편입을 하거나 졸업 이후 대학원 진학이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직업적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히 고학력자를 우대하는 사회적인 풍토와 전문대의 애매한 경쟁력에서 기인한다. 실무를 중심으로 하는 전문대학을 졸업하더라도 과잉 학력의 시대 속 명문대생들과의 취업 시장 경쟁에서 밀리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목적과 달리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전문 직업인의 양성은 아직 먼 나라 이야기인 것이다.

  이러한 전반적 상황은 아이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성적으로 진학을 결정하는 중·고등학교의 교육, 사회의 학벌 지상주의, 스펙과 취업을 위한 대학 진학 속에서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대학은 정체성을 잃어가고, 기업 입장에서도 대학들이 어떻게 다른 역할을 하는지 파악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따라서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사이의 중복 학과를 축소하는 등 역할 중복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고, 대학 스스로도 단순히 교육과정만을 개편할 것이 아니라 그전에 정체성 확립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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