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속 상상이 현실로]


기계의 판단에 나를 맡길까


  흔히 쓰는 컴퓨터(Computer)라는 단어는 “계산하다”라는 라틴어 동사 ‘Computo’에서 유래했다. 뜻에서 알 수 있다시피 탄생 배경이 수학적 계산을 목적으로 하는 장비였기에 초기의 경우 현재 쓰는 계산기와 크게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축적된 발전과 함께 기계·전자공학적 설계 및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의 수준이 급속도로 높아짐에 따라 컴퓨터는 이제 ‘계산하는 기계’의 수준을 벗어난 모습인 것처럼 보인다.
  오늘날 컴퓨터는 단순히 계산속도의 향상을 넘어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고 있다. 과거 입력값(Input)을 넣고 결과(Output)를 기다렸다면, 이제는 마치 컴퓨터와 소통하듯 우리들의 요청을 이들이 알아듣고, 답하며, 추천하고, 나아가 창의적인 방법을 모색해 준다. 전자식 컴퓨터의 토대를 마련한 앨런 튜링(Alan Turing)의 삶을 다룬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2014)의 초반부에는 ‘튜링 테스트’가 등장한다. 컴퓨터와 대화를 나눠 그 반응을 인간의 것과 구분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면 컴퓨터도 ‘사고’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영화 속 주인공 튜링은 “당연히 기계는 사람처럼 생각 못 해요. (중략) 사람과 다르게 생각한다고 해서 생각을 안 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죠”라고 말한다. 기술은 점차 인간의 삶에서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고, 이미 한편에선 기계의 ‘생각’에 인간이 따라가는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조용히 다가올 인공지능의 시대를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윤홍률 편집위원 | ryul0823@naver.com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