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2.11.2 수 16:45
기획
[IT] 의약의 뉴 패러다임: 디지털치료제와 전자약정재훈 / 전북대 약학과 교수
윤홍률 편집위원  |  ryul08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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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호]
승인 2022.05.31  19: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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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과 1로 바라본 세상] 

‘디지털’이라는 단어를 빼놓고 더는 이 세상을 설명할 수 없다. 무엇이 이토록 디지털을 부르짖게 하는 것일까. 과학기술 발달로 인해 과거엔 실현 불가능했던 것들이 가능하게 됐고, 사람들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으며 미래에 투자하려 하고 있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세계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디지털로 변한 오늘, 그리고 앞으로 만들어갈 세상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코인, 돈이 될 수 있을까 ②패러다임의 변화, 메타버스 ③운전면허가 필요없는 세상 ④의약의 새로운 도전, 디지털 치료제

 

의약의 뉴 패러다임: 디지털치료제와 전자약


정재훈 / 전북대 약학과 교수

   
 

  2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팬데믹은 사회 환경을 비대면 중심으로 바꿔 놓았고 이에 맞춰 보건과 의료 서비스도 ICT 매개 디지털헬스케어 체계로 전환되고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같은 기술들이 생명 기술과 접목되면서 만화나 영화에서 보았던 도구들이 현실에서 구현되고 있다. 예를 들어 휴대폰의 앱에서 제시하는 명령어를 따라하거나 게임을 하면 혈압이 떨어지고 통증이 사라지며 내 생리 상태가 모니터링 되는 식이다. 또한 웨어러블 기기나 몸속에 심어놓은 마이크로칩이 발작을 가라앉히고 암을 치료하며, 그에 따른 체내 모든 변화들이 정보화돼 현재와 미래의 개인별 건강을 지지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
  넓은 범위에서 디지털헬스케어는 이미 일반화됐다. 시장조사기관 GIA(Global Industry Analysts)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은 재작년 1525억 달러 규모에서 2027년 5088억 달러로 연평균 18.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지면에서는 디지털헬스케어 중 의약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은 디지털치료제(Digital Therapeutics)와 전자약(Electroceuticals)에 관한 짧은 소견을 나누고자 한다.

 

약인가 의료 기기인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디지털치료제와 전자약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디지털치료제는 “근거 기반의 고도화된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질병이나 장애를 예방하고 관리, 치료하는 기술”이며, 전자약은 “전기적으로 신경을 포함한 다양한 세포-조직-장기 등의 생명활동을 조절해 질병을 치료하거나 증상을 개선하는 기술”이다. 반면, 의약품은 “사람 또는 동물의 질병의 진단·치료·경감·처치 또는 예방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기구·기계가 아닌 것”이다. 디지털치료제와 전자약이 형식적으로 기구에 가깝게 보일 수 있지만, 분명히 질병의 진단·치료·경감·처치 또는 예방의 목적으로 사용되고, 사람의 구조·기능에 약리학적 영향을 미쳐 병리·생리 상태를 바꾸는 역할을 한다. 또한 기존 화학 의약품과 동일하게 전자약과 디지털치료제도 유효성과 동시에 위해성을 내포하고 있고, 그 작동 기전이 설명돼야 공공이 인정하고 사용이 허가되는 ‘근거 기반’의 형태를 가진다.
  최근 디지털치료제는 웹 기반의 건강 행동 관리 차원에서 생명현상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보조장치(웨어러블)나 자극장치가 동반된 적극적 자극차원으로 진화하고 있고, 그 자극 수단으로 빛과 소리, 자기, 전기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전자약도 이미 웨어러블-이식형 전자약(Wearable and Implantable Electroceuticals, WIE)으로 변신한 후 전기발생장치(배터리)를 활용한 전기 자극에서 빛과 파장 자극을 추가·혼합하는 방식으로 진화되고 있고, WIE를 초소형화해 시술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미 디지털치료제와 전자약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과거엔 필요한 전원으로서 배터리가 필수적이었지만, 최근 이를 대신해 생체 내 전기를 활용하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고, 이식형 전자약의 소재 또한 생체 내에서 자연 소멸 또는 흡수될 수 있는 소멸형 소재로 전환되고 있다. 주사하거나 간단하게 시술로 특정 부위에 이식한 전자약이 사명을 다하고 특별 처리 없이 소멸된다면 과연 이를 약이라 해야 할까, 의료기기라 해야 할까.

 

디지털치료제와 전자약의 실례와 한계

 

  2017년 9월 FDA는 최초의 디지털치료제로서 물질사용장애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리셋(Reset application, reSET®)’을 승인한 이후 2018년 12월 ‘기존 시장에 없는 신기술을 적용해 의료와 보건에 활용하는 기술들이 시장진입을 위한 제도(De Novo classification process)’와 2019년 1월 ‘Software Precertification Program’을 발표해 신세계의 선도를 지원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2017년 디지털치료제연합(DTA)이 창설돼 새로운 분야에 대한 글로벌 표준 및 협력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디지털치료제와 전자약은 우울증과 정신분열증, 뇌전증 등의 정신·신경 분야뿐만 아니라 당뇨병과 고혈압을 포함한 만성질환 및 암과 같이 거의 모든 분야의 질병에서 유효하다는 것을 많은 연구 논문들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예시를 살펴보면, 일본의 카즈오미 카리오(Kazuomi Kario) 연구팀은 2019년까지 시행했던 파일럿 연구에 기초해 2019년 12월부터 재작년 6월까지 고혈압치료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20~64세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디지털치료제 ‘HERB’의 효능을 시험했다. HERB 적용군 199명과 대조군 191명이 참여했고, 스마트폰을 통해 HERB 소프트웨어 방식이 적용돼 12주와 24주 간의 효과를 관찰했다. 결과적으로 디지털치료 12주 만에 아침 수축기 혈압이 10.6mmHg 감소한 것은 기존 치료법인 혈압강하제 복용(62.6일간)으로 11.5mmHg 감소한 것과 비교할만한 수준이며, 24주간의 시행으로 아침 수축기 혈압이 17.1mmHg 감소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사례로, 만성 상처는 4~6주 내에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말하는데 감염이 일어나면 세균의 생물막 형성 등으로 인해 그 관리와 치료가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박테리아가 상처 부위에 접착하기 위해 필요한 정전기적 상호작용 과정에 전기적 방해를 가하면 상처 부위에서 박테리아의 서식을 막을 수 있다. 이러한 원리로 FDA는 아스렉스(Arthrex)등의 제품을 승인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최근 마누 프라카시(Manu Prakash) 박사팀은 혁신적인 PED(Printed Electroceutical Dressing)을 고안해 이를 동물 상처에 적용하고 원격으로 관찰했다. 그 결과, 1년 이상 치료되지 않고 있던 상처가 PED 적용 2일째부터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해 10~17일째부터 그 크기가 유의적으로 감소했고 생검에서 감염이 감지되지 않았으며 47~67일째 완전히 치료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 의약의 한계를 극복하는

 

  기존 의약품이 화학적 변화를 통해 생체 환경을 조절했다면 디지털치료제와 전자약은 생활방식 또는 물리·전기적 변화로 생체 환경을 조절한다. 화학물질이 제한된 생체 환경에 적정 강도로 개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인위적 전기신호를 개입시켜 최적의 생체 환경을 형성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 ▲신호를 개입시킬 위치를 특정하는 것 ▲특정 부위에 제한적으로 신호를 부과하는 것 ▲최적 전기신호의 강도를 설정하는 것 ▲전기 신호의 시점·지속기간·빈도를 설정하는 것 ▲안전성·편리성·경제성을 확보하는 것 등과 같은 문제들을 풀어야 한다. 이러한 복잡한 난제들을 ICT 기술이 해소해 나가고 있다.
  디지털기술과 생체 기술이 접목하면서 생체의 변화를 미세하게 감지할 수 있으며 ICT마이크로 로봇 기술로 초미세 장치를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게 됐다. 웨어러블과 생체삽입 기술이 편리성을 제공하고 있고, 나노공학은 나노발전기 기반의 WIE를 현실화했다. 이에 더해 유연성과 안정성, 소형화를 가능하게 했다는 것에 머물러 있지 않고 자체 전원공급 기능의 탑재와 소재 혁신, 구조 공학, 오가노이드 기술의 발전으로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유효하고 안전하려면 자체로 전력 자급이 가능하도록 생체 에너지를 적절하게 수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되 크기도 더 소형화돼야 하고, 생체 환경에서 일어나는 반복적인 변형 작용으로부터 잘 견딜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생체에도 불필요한 자극을 주지 말아야 한다. 장기간 생체 적합성을 유지하되, 소멸성 생체 이식의 경우에도 거부 반응이나 간섭반응, 염증, 상호작용, 파편에 의한 독성 등이 없어야 한다. 침습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재와 장치 설계에 새로운 개념들이 도입되고, 소재의 유연성과 접힘성, 변형 시 안정성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이식된 장치는 표적 부위에 안정적으로 잘 접착돼 있어야 하는 경우도 있으며, 치료 목적에 따라 작동 기간이 제한된 경우들이 있어서 이에 맞춘 회수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이처럼 디지털치료제와 전자약이야말로 생체과학·ICT·나노·신소재 공학들의 융합을 거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머지않아 각자의 집에 개인 맞춤형 병원 또는 의약료 체계를 두는 것과 같은 세상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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