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2.6.2 목 09:52
기획사회
[사회] 홈리스를 대상으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황성철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손주만 편집위원  |  sonju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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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호]
승인 2022.05.30  23: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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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_K-방역 밖의 사람들]

코로나 팬데믹은 전 지구를 위협에 빠트렸지만, 그 충격은 사회적 약자를 비롯한 일부에게 더욱 가혹하게 작용했다. 누군가가 외출 때마다 마스크를 쓰고 밤 9시에 귀가하는 ‘불편’을 겪을 때, 다른 누군가는 기초적인 생활과 생존을 위협받기도 한다. 본 기획은 K-방역의 보호 안에 들지 못한 이들을 살피고, 그들이 처한 현실의 원인과 개선에 필요한 제도를 함께 생각하는 ‘더 넓은 방역’을 꿈꾸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거리두기를 지탱하는 배달노동 ② 팬데믹 속 장애인 인권 ③ 온택트라는 이름의 단절 ④ 시설 집단감염이거나 길이거나

 

홈리스를 대상으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

 

황성철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엔데믹 전환을 이야기하고 있는 요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가뜩이나 열악한 노숙인 복지제도의 허점들이 여실히 드러나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3년 동안 홈리스(Homeless)를 대상으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재작년 2월,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정부는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행동 지침을 발표했고 최대한 집에서만 머물 것을 권장했지만, 집이 없거나 공동생활을 해야 하는 홈리스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 우려했던 차별의 시작점은 ‘시설’이었다. 노숙인시설은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노숙인복지법’)」에 따라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제21조)”를 제공해야 하고, 노숙인 ‘자활’시설은 입소자가 머무는 동안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전문적인 직업상담·훈련 등의 복지서비스를 제공(제16조)”해야 한다. 하지만 규정이 무색하게도 감염 예방을 구실로 시설 입소인을 시설 밖으로 내몰았다. 지역사회 정착을 돕기보다 시설로 격리하려는 사회에서, 정부는 가장 보호가 필요한 시기에 입소인들을 시설 바깥으로 내친 것이다.


거리 홈리스의 소외

  불안정한 일자리를 가진 입소인에게 일과 시설 입소 중 하나의 선택을 강제하는 일은 노숙인 등의 자활을 목적으로 하는 자활시설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할 뿐 아니라, 입소인의 주거권·노동권을 위협하는 폭력적인 처사였다. 기자회견을 통해 국가인권위에 진정하고 시설입소자들의 긴급구제를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의 면회·외출·외박의 제한 조치가 더해질 뿐이었다. 이 조치는 ‘시설 내 간격 유지(거리두기)’, ‘이용(입소) 정원 조정’ 등 정부의 추가적인 대책들과 맞물리며 신규 입소를 제한하거나 기존 이용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방역을 빌미로 시설 입소인에게 제한적 조치들이 이뤄졌다면, 반대로 거리의 홈리스들에겐 별도 지침이 마련되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적절한 위생설비를 갖춘 집에서 생활할 것이 분명하다는 듯한 가정하에 만들어진 방역 대책은 그렇지 못한 ‘거리 홈리스’에게 더욱 가혹했다. 팬데믹 초기부터 마스크를 24시간 착용해야 했고, 갖고 있던 짐들은 싹쓸이 철거되고, 공공공간에서 쫓겨나기 일쑤였다. 게다가 방역 차원에서 급식지원이 중단되며 상황은 더욱 한계까지 내몰렸다. 민간이 운영해 왔던 많은 무료급식소들이 연이어 문을 닫았고, 그 여파로 공공급식소에 인원이 몰리면서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다. 서울시의 경우 무료급식장인 ‘따스한채움터’ 역시 민간단체를 통한 급식이 줄어, 그 공백을 자체 운영기관에서 대체 급식 형태로 메우고 있었다. 조식은 중단됐고, 점심이나 저녁도 빵이나 떡과 같은 간편식으로 대체되는 횟수가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민간 무료급식소의 중단이나 축소로 저소득층이 몰리자 노숙인을 구별할 수 있는 전자출입증(RFID)을 발급해 수요를 인위적으로 줄이는 꼼수를 부렸다. 「노숙인복지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설치·운영되고 있는 노숙인급식시설은 전국을 통틀어 네 곳뿐인데, 그마저도 ‘참좋은친구들’과 ‘살맛나는공동체’는 서울에, ‘안나의집 무료급식소’와 ‘사랑마루’는 경기에 있어 전부 수도권 지역에 위치한다.

  의료지원도 급식지원 못지않게 공적 지원체계의 한계를 드러냈다. 현행 「노숙인복지법」에 따른 ‘노숙인 등’은 지정된 노숙인진료시설만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전국에 64곳 있는 병원급 이상 노숙인진료시설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국공립병원들이 팬데믹 시기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하면서, ‘노숙인 등’이 진료를 받을 길이 막히는 소위 ‘의료공백’ 상황이 발생했다. 「2020년도 서울시 재난 상황에서 노숙인 등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상황에서 응급실을 이용하지 못하거나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한 다수의 사례가 발견됐고,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에 따른 병실 소개 조치로 치료가 끝나지 않은 홈리스 환자들이 퇴원당하는 일도 발생했다.
 

전 국민 밖의 사람들

  정부는 재작년 5월 11일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재난지원금 수령률은 99.7%로 나타났고, 수령하지 않은 0.3%는 기부로 처리됐다. 기부 처리된 재난지원금 중에는 신청조차 하지 못한 홈리스의 지분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의 절박했던 상황을 전하기 위해 그해 6월 3일,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제29회 무주택자의 날, 쫓겨나는 이들의 만민공동회’가 열렸다. 이날 만민공동회에 참여해 목소리를 보탰던 여러 사람 가운데, 아랫마을홈리스야학 학생회장 로즈마리의 발언 내용 일부분을 정리해 소개한다.

  “재난지원금 신청서를 쓰고 싶지만, 통장도 없고, 카드도 없고, 핸드폰도 없고, 거주불명이라 주소지가 없고, 또 주민등록증이 없어서 그들은 포기한다. 말소됐다고 포기한 사람도 있지만 어떤 이는 자기는 그런데도 받았다고 자랑하고 다닌다. 그래서 그 말 듣고 주민센터를 찾아갔는데 안 된다고. 그들은 일관성이 없고, 일률적이지 않다고. 한 분을 역사 2층에서 만나고 왔는데 주민센터 직원인지 복지사인지 그들이 문제라고. 받으려고 애써 봤지만 포기한다고.”

  결국 행정안전부는 거주불명등록자도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이 가능하도록 했지만, ▲등록된 주소가 서울시가 아니어서 ▲동주민센터에 가기 어려워서 ▲주민등록부와 달리 원가족과 떨어져 있어서 그마저도 신청하지 못하는 홈리스가 발생했다.
 

드러난 문제가 다시 묻히지 않도록

  코로나19 발 고용위기 상황에서 재작년 5월 26일, 서울시는 노숙인 공공일자리‘만’ 축소한다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은 노숙인 반일제 일자리의 근로시간을 종전 하루 다섯 시간에서 네 시간으로 감축해 평균임금을 월 64~81만 원에서 48~82만 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주휴수당 미지급 대상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정부는 55만 개의 일자리를 직접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추경을 통해 총 5만 1,00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노숙인 일자리만은 역행했다.

  이에 여러 사회운동단체 활동가들과 홈리스 당사자들은 편법적인 ‘쪼개기 고용’ 관행을 공공일자리에 도입하려는 서울시를 비판하며 개편안의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그리고 서울시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는 한편, 서울시의회를 대상으로 추경예산을 확보할 것을 주장했다. 홈리스 당사자들은 항의문과 육성·영상 발언을 통해 노숙인 공공일자리의 문제점과 확대개편의 필요성도 전했다. 그 결과, 서울시의회는 재작년 6월 17일 추경예산 심사 과정에서 노숙인 공공일자리 예산 증액을 결정했고, 서울시 인권위원회는 같은 달 23일 개편안의 조속한 철회는 물론, ‘노숙인 등’ 대상 공공일자리의 양적·질적 개선조치를 취하라고 서울시에 권고했다. 결국 서울시는 인권위의 권고가 나온 지 8일 만에 개편안을 전면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그해 12월, 서울시는 ‘노숙인·쪽방주민 겨울철 특별보호대책’을 내놓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제로 ‘노숙인 응급잠자리’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홈리스행동’을 비롯한 반빈곤 사회단체들은 감염에 취약한 집단밀집시설 운영을 반대했고, 독립적인 위생설비를 갖춘 개별 주거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보호대책을 다시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노숙인 응급잠자리는 운영됐고, 결국 시설 종사자를 시작으로 집단감염이 확산됐다. 최종적으로 100여 명의 확진자와 200명이 넘는 밀접접촉자가 발생하고 말았다. 집단감염 사태가 한창이던 작년 1월 30일, 서울시는 노숙인 등 지원기관 이용·출입 시 7일 이내의 PCR 음성확인서를 지참하도록 의무화했다. 지참하지 못할 경우, 급식 이용과 병원 치료는 물론 간단한 상담이나 세탁 등과 같은 단순 서비스조차 이용할 수 없었다. 한편으로 이는 복지서비스 접근성을 크게 낮추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리된 사건들은 대부분 재작년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2년이 흐른 지금, 열악한 홈리스 지원체계는 개선됐을까. 그렇지 않다. 단지 팬데믹의 압력 아래 숨겨져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을 뿐이다. 앞으로의 숙제는 수면 위로 떠오른 문제들이 다시 가라앉기 전에,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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