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가 되면

 

  4월 22일자 교수신문에 따르면 이직하고 싶은 교수 216명 중 78명(36.1%)이 그 이유로 ‘좋은 급여 조건’을 택했다. 타 직업과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급여가 업무 집중 및 역량 강화를 촉진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임에도, 교수가 연봉 인상 등을 바라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됐다. ‘학자’는 감히 돈을 논하지 말라는 것이었을까.

  한국고용정보원의 「2019 한국의 직업정보」에 따르면, 대학교수의 평균 연봉은 6975만 원이다. 그러나 다른 전문직과 비교해 보자면 상당히 적은 금액이다. ▲대기업 임원 1억4490만 ▲금융관리자 1억769만▲변호사 8707만 원 등 정량적으로 비교했을 때도 적으나, 교수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고려한다면 이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2015년 교수신문에서 조사한 전국 대학 신임교수 평균 연령은 43.6세이며, 세부적으로는 ▲인문학 45.8세 ▲사회과학 42.9세 ▲자연과학 41.5세였다. 일반적으로 40대 이상은 돼야 교수로 임용된다는 것인데 그전까지 소요된 시간과 비용을 생각해 본다면 암담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일부의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곤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박사학위가 필수적이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KRIVET Issue Brief〉(2013)에 따르면 박사학위 취득 기간은 평균 5년 1개월이었으며 가장 짧은 의약계열은 4년 1개월, 인문계열은 6년 4개월이었다. 학·석·박의 기간을 다 합친다면 평균 10년 이상이 훌쩍 소요된다. 게다가 그 기간에 들어가는 비용은 학비만 ‘억’ 소리가 나오는 금액이다. 국내와 해외를 막론하고 ‘억대’에 가까운 교육비와 10년 이상의 ‘청춘’을 쏟아부었지만, 타 전문직에 비해 적은 금액을 받으면서도 월급에 대해 논할 수조차 없는 것이 지금의 교수들이 처한 현실인 것이다.

  심지어 앞서 살펴본 대학교수의 평균 연봉은 교수의 직급과 임용 트랙을 취합해 나온 금액이다. 즉, 조교수와 비전임교수의 연구 여건은 훨씬 좋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재작년 기준 비정년트랙 교수 평균 연봉은 3871만 원이었으며, 조교수의 임용 직후 평균 연봉도 사립대 88곳 중 대부분의 평균 연봉은 3~4000만 원 대로 나타났다. 조교수와 비전임 교수들이 대부분 전임 임용을 목표로 하는 신진연구자들임을 감안할 때, 학계에서 신진연구자들이 처한 상황을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는 지금껏 교수들의 연봉과 연금에 대한 인상 요구를 ‘배부른 소리’로 취급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진 연구자들은 학계의 발전을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잠을 아껴 가며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학문은 돈으로 가치를 계산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그것이 신진 연구자들의 희생에 의존해야 한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3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물가상승률을 감안한다면 교수진의 월급은 사실상 후퇴에 가깝다. 생계를 책임져 주지 않는 연구, 우리는 정말로 후학들에게 “공부만 하면 다 해결된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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