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2.5.6 금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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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말말말] 생명의 본질을 바라보다신건섭 / 생명과학과 박사수료
윤홍률 편집위원  |  ryul08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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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호]
승인 2022.05.01  22: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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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의 본질을 바라보다

신건섭 / 생명과학과 박사수료

  생명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누구나 호기심을 가질 주제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내가 알고 있던 내용은 ‘빅뱅’을 거쳐 형성된 지구에서는 ‘어떤 이유’로 인해 LUCA(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가 만들어졌고, 많은 사건을 통해 현재로 변했다는 정도가 전부였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어떤 이유’와 ‘어떤 시기’가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해 알고자 노력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구에서 일어난 대격변은 대체로 열 가지에 이르는 진화의 발명에 의해 촉발되었다”라며 서문을 시작하는, 《Life ascending: The Ten Great Inventions of Evolution》(2010)이라는 제목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중 내게 가장 흥미롭게 다가온 주제를 꼽아 보자면 진핵세포의 진화를 다룬 부분이었다. 그 근본적 이유를 이야기하자면, 이를 통해 생명을 탐구하는 한 명의 연구자가 다소 낯선 ‘진화학’이라는 분야에도 굳이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명확히 얻었기 때문이다.
  현재 나는 세포핵의 구조를 연구하고 있다. 지난 4년간 거의 매일 생각하고 관찰해온 결과, 수많은 좌절과 환희를 ‘그것’을 통해 맛보게 됐고, 꽤 친해졌다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단 한 번도 핵의 ‘시작’에 대해 알고자 한 적이 없었음을 깨달았다. 환원주의의 추구라는 명목 아래 좁은 시야에 얽매여 연구하고 있었고,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 못했다. 자연과학에 있어 편협한 사고가 얼마나 위험한지 수없이 배워 머릿속에는 있었지만, 정작 나 스스로 적용해 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이러한 시선의 변화는 비단 나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현대 생물학은 분자적 패러다임이 지배적이라고 가히 말할 수 있지만, 운 좋게도 지금까지는 수많은 연구자의 노력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새롭게 개발된 첨단 도구들에 의해 자연 현상들은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조차 생생하게 꿰뚫어 볼 수 있게 됐고, 통신 및 전자기술 발전 그리고 저장매체의 진보는 방대한 자료들의 축적을 낳았다. 또한 우리는 식량과 에너지를 충분히 얻어내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기도 하고, 수많은 질병의 정복, 노화 방지와 불로장생의 꿈을 감히 꾸기도 한다.
  하지만 현대의 기술이 추구하는 가치에서 생명의 본질이 빠져서는 안 된다. 우주 궤도를 돌던 뜨거운 돌덩어리에 수많은 생명체가 살아 숨 쉬게 되는 과정, 그리고 개체, 군집, 생태계에 존재하는 복잡한 상호작용을 관통하는 자연선택의 기본 원리를 간과한 채 더 작은 것을 탐구하고자 몰두한다면 언젠가 환원주의가 주는 늪에 빠질지도 모른다. 수많은 생명체가 우리 옆에서 주는 단서를 외면한 채 즉각적으로 만들어지는 데이터에 모두의 시선이 뺏긴다면, 불가능한 일을 해내는 데 우리의 모든 노력을 쏟아야 할지 모른다.
  내가 읽은 책의 저자 닉 레인(Nick Lane)은 “오래전 과거를 해석하는 것은 과학의 몫이다. 그렇게 과학은 생명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더 풍성하게 한다”라고 말한다. 처음에 나의 시선이 그러했듯, 누군가에게는 따분하고 지루할지 모르는 ‘생명의 진화’는 우리와 상관없는 옛이야기가 아니라 과거로부터 이어진 현재 우리의 본질이다. 현대 생물학을 연구하는 우리가 이제라도 숙였던 고개를 다시 들고 생명의 증거를 마주하는 것은 과학의 도약에 대한 근원적인 동력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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