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2.5.6 금 11:00
학내
[포커스] 연구실 없는 연구자
이소민 편집위원  |  sominsophia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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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호]
승인 2022.05.01  1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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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 없는 연구자

 

  ‘연구’의 목적은 무엇인가. 새로운 과학적 발견 혹은 기술 개발, 사회적 현상에 대한 탐구 등 학문분야별 지적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다. 즉, 고도의 학술연구를 주요 목적으로 두는 일이다. 모름지기 대학원에 들어온 대학원생은 연구를 해야만 한다. 학습과 강의 중심인 학부 시절과는 달리 대학원 교육은 새로운 지식을 탐색하는 연구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만큼 대학원에서는 깊이 있는 학문을 탐구할 우수한 연구자가 중요하다.
  그런데 연구를 하기 위한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원우들이 있었다. 인건비, 비대면 교육 등 다양한 부분에서 문제가 도출됐으나 그중에서도 ‘공간’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원우들의 이야기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심지어는 도서관의 ‘대학원 열람실’을 사용하기 위한 학기별 눈치싸움도 있었다. 해당 기간을 놓치거나 정원이 다 차버리게 되면 갈 곳을 잃는, ‘연구실 없는 대학원생’의 슬픈 현실이기도 하다. 이에 본지에서는 연구실 없이 연구를 지속해 나가는 원우들의 고충에 대해 다뤄 보고자 한다.

 

   
 

 

학과별 연구실 보유 현황

 

  먼저 학과별 연구실의 현황 파악을 위해 조교들에게 지난달 5일부터 11일까지 일주일 간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총 86개 학과(98개 세부전공) 중 44개의 답변을 받았다. 인문사회 및 예술계열의 경우 67개 세부전공 중 29곳이 응답했다. 그중 한 개 이상의 연구실 보유 학과는 18개이고, 단 한 개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학과는 철학과, 동북아학과, 문화연구학과 등 11개 학과였다. 한편 행정학과가 총 11개로 가장 많은 연구실을 보유하고 있었다. 뒤이어 정치국제학과가 9개를 갖고 있다. 아쉽게도 인문계열은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술계열의 경우에는 연구실보다는 실기실을 주로 갖고 있었으며 몇몇 전공은 안성 캠퍼스에 실기실이 있어 교통문제 등으로 많은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공계열은 29개 세부전공 중 15개의 응답을 받았으며, 연구실은 모든 학과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연구실을 보유한 학과는 생명과학과로, 교수 연구실 20개, 랩 30개로 총 50개를 보유하고 있었다. 다음으로는 전자전기공학과가 38개의 연구실 및 랩을 갖고 있었다.

 

‘아고라’가 필요하다


  인문사회계열에서 연구실을 보유하고 있는 학과에 박사과정으로 재학 중인 A원우는 연구실이 있어 “박사과정에 있는 선배들이나 교수님으로부터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졸업 이후 진로 등에 관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어 의지가 된다”라고도 덧붙였다. 이처럼 연구실은 단순히 ‘독서실’ 개념만은 아니다. A원우의 말처럼 지도교수나 학과 내 선후배들 간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정보의 장’ 역할을 하며,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든 대학원 생활을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기도 하는 것이다. 과거 그리스 시대 ‘아고라’의 역할과 진배없다. 반면 연구실이 없는 인문사회계열 학과에 석사과정으로 재학 중인 B원우는 “출퇴근 개념이 없어 자율적으로 스케줄 활용 가능한 점도 있지만, 동료나 선배, 교수님으로부터의 도움을 받기 어려워 연구를 진행해 나가는 데 있어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알수 없고 혼자 헤쳐 나가야 하는 부분이 많다”라고 말했다. 석사과정생은 논문을 처음 쓰는 경우도 상당수이기 때문에 만일 지도교수나 박사선배들이 논문을 쓰는 법을 알려주지 않으면 ‘막막한’ 상황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이는 박사 1·2학차 등에게도 해당한다.
  예술계열의 연구실이 없는 학과에 박사과정으로 재학 중인 C원우 역시 “석사 졸업 당시에도 학회지 논문 발표 하나 없이 졸업했는데 박사과정도 비슷하다”라며 연구를 하고 싶어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가까이서 보고, 직접 들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고 입학 후 느낀 좌절감을 호소했다. 또한 “교수님이 안성 캠퍼스에 계시다 보니, 교수님에게 논의를 드릴 때도 수업 이후의 시간을 활용해야 한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연구는 지속해서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다. 연구 분야를 막론하고 새로운 주제들과 연구 방법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연구자 혼자서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즉각적으로 아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지도교수를 중심으로 신진 연구자들 간 회의나 스터디 등을 진행해야 하는데, 연구실이 없다면 그 기본적인 공간조차도 부재해 연구력의 약화로이어지는 우려가 발생한다.
  한편 이공계열의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D원우는 “이공계열은 실험 및 데이터를 정리하고 가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수적이다. 또한 논문은 대체로 실험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연구실의 중요도가 매우 높다”라고 연구실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대부분의 이공계열은 지도교수나 선배들이 점검 미팅을 매번 진행하기 때문에 함께 협력해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며, 인문사회계열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더 원활한 소통과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계열을 불문하고 요구되는 ‘연구공간’


  1999년부터 BK21이 시작되면서 대학에서도 연구과제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국가 또는 기업에서는 연구과제 공고를 내고, 경쟁입찰을 거쳐 선정된 연구실은 해당 과제를 수행한다. 따라서 과제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연구책임자인 교수를 중심으로 경쟁입찰에서 선정될 수 있을 만한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우수한 연구실적을 쌓아야 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문사회 및 예술계열은 왜 연구실이 없는 학과가 많은 것일까. 지난 해 11월 교수신문에 따르면 인문사회계열은 학술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기관도 없고, 전문법령도 없는 것이 현재의 실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계열과 무관하게 대학원생들이 안정된 분위기에서 자신의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대학의 기본 임무이다. 대학은 자신의 책무를 수행하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대부분 대학에서 온전한 연구공간을 지원받는 것은 아직도 먼 미래처럼 느껴진다.


원우들의 등록금은 어디에


  총학생회에서는 인문사회 및 예술계열의 연구실 없는 원우들을 위해 오랜 기간 문제제기를 해왔다. 지금까지의 자세한 현황을 듣고자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학생회장의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대신 본지는 과거 문제해결을 시도했던 총학생회 예술계열 대표 E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당시 100주년 기념관 개관을 앞두고 대학원 총학생회에서 예술계열 원우들의 실습실 공간 확보와 인문사회계열 연구실 확보를 학교 측에 강력히 요청한 바 있었다. 그러나 학교는 이미 기념관의 배정은 끝나 더이상 줄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답변을 전해 왔었다고 한다. 등록금을 내고도 누구는 연구실이 있고 누구는 없는 채로 대학원 생활을 지속해야 한다. 이에 학교 측의 의견을 듣고자 인터뷰를 진행했으나 대학원지원팀은 관련 문의를 회계팀으로 연결해 줬고, 회계팀은 “연구실의 유무에 따라 등록금을 책정하는 것도 아니며, 등록금은 심의위원회를 통해 합당하게 책정되는 것이다”라고 말할 뿐이었다.
  지난 2월 ‘2022년 고등교육 현안 토론회’에서 이석열 남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사회변화에 걸맞은 대학원 혁신 방안을 위한 발표에서 대학원의 연구공간, 학습공간 등 물리적 측면에서의 대학원 행정지원 개선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더불어 전국일반대학원장과 한국대학평가원 평가위원 중 101명이 응답한 만족도 조사를 분석했을 때, “대학원이 행정적인 측면에서 적절히 지원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학습공간의 충분성이 3.34점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고, 연구공간 제공도 3.40으로 낮았다”라고 말했다. 연구중심대학으로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대학은 연구실 하나 없이 도서관 열람실을 떠돌며 연구활동을 지속해 나가는 연구자들에 대한 실태파악부터 시작해 그들과 함께 연구환경에 관해 논의하고, 학습자의 발전에 더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
  연구의 몰입은 지식 생산의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물리적 연구 기반 마련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하고 필수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연구실에서 교수님과 그리고 선후배들과 함께 소통하고 교류하며 연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이소민 편집위원 | sominsophia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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