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2.5.6 금 11:00
기획사회
[사회] MZ세대가 원하는 '공정한 보상'신재용 /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이소민 편집위원  |  sominsophia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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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호]
승인 2022.05.01  14: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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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_MZ세대 이해하기]
기성세대는 집단주의와 소속감 등을 중시한다. 하지만 개인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MZ세대는 회식보다 혼밥과 혼술 등의 라이프스타일이 익숙하며, SNS로 자신의 의견을 과감하게 표출하기도 한다. 기성세대와의 이해 간극이 커져 가는 현실 속, MZ세대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개인주의가 등장하게 된 시대적 흐름과 이들의 특성을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로 ②기기와 친숙한 MZ세대 ③MZ세대의 재테크 방식 ④리셀과 명품

 

MZ세대가 원하는 ‘공정한 보상’

 

신재용 /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올해 1월도 성과급에 관한 기사가 넘쳐난다. 쉬쉬하던 기업의 성과급 문제가 이렇듯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SK 하이닉스 성과급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4년차의 한 MZ세대 직원이 전 임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공개적으로 성과급 지급규모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성과급 산정기준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했다. 이에 그룹 오너인 최태원 회장이 연봉반납을 선언하고 노조와의 전격적인 합의를 통해 영업이익 10%를 기반으로 성과급 산정방식을 변경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그동안 586과 X세대 구성원들은 성과급을 구성원에 대한 조직으로부터의 시혜 관점에서 바라봤다. 그러나 MZ세대에게 성과급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정당한 보상, ‘조직과 1대 1로 하는 거래’로서의 의미가 더 뚜렷하다. 그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공정이란 가치를 상대적으로 훨씬 중요하게 여긴다. 기성세대가 ‘이만하면 우리 조직은 공정해’라고 느낄 때, MZ세대가 성과 보상 등에 대해 참을 수 없이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것도 그 일환이다. 그들의 공정은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매우 실용적인 차원이다.

 

   
 

 

능력주의, 공정의 필요조건

 

  MZ세대는 ‘교환’이라는 틀로 세상을 본다. 공정함을 간절히 원하는 속내에는 ‘나는 그 누구보다도 많이 노력했으니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결국 MZ세대에게 직장에서의 보상이란 본인이 제공한 노동(시간, 노력, 기회비용)에 상응하는 대가이며, 그들은 이 교환관계를 공정하게 가져가고자 하는 바람이 있는 것이다. 능력주의가 이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공정의 필요조건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 MZ세대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어떤 길을 걸었는지, 특히 그들이 공통적으로 겪은 고등학교의 학력평가제도와 대학입시제도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현재 대기업의 화이트칼라에 있는 MZ세대들은 어떤 과정과 경쟁을 거쳐서 그 자리에 있을까.
  이들이 살아온 과정은 한마디로 연속된 토너먼트라고 할 수 있다. 2000년 중반부터 본격화된 수시 중심으로의 대학입시 변화, 특히 학생들의 학업성과를 서류에 근거해 종합적이고,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입학사정관 제도와 학생부 종합전형의 도입은, 수시중심 입시를 치러낸 MZ세대의 공정에 대한 요구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기존의 입학사정관 전형을 개선한 학생부 종합전형이 대세가 된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교과영역에서는 내신등급이라는 정량평가에 익숙해짐과 동시에, 학교 생활기록부를 중심으로 한 비교과영역의 종합적이며 장기적인 정성평가에도 익숙하게 된다. 경쟁은 치열했지만 ‘시험 한방’으로 대학에 입학했던 기성세대에 비하면, 어린 시절부터 강도 높은 평가로 인해 경쟁과 일상을 지속적으로 느낀 MZ세대들은 ‘공정성’의 중요성을 이른 나이에 깨닫게 된다. 대학 입학시험 훨씬 이전부터 교내외에서 학업, 봉사활동, 경시대회 등 각종 스펙을 쌓기 위해 불철주야 달려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국제중 입학, 특목고 입학, 명문대 입학, 그리고 대기업 입사까지 수많은 경쟁을 경험해 온 세대다. 여러 토너먼트를 거치며 MZ세대들은 자신이 투입한 시간과 노력을 올바르게 평가받기 위해서 본인들이 경쟁하는 ‘시스템의 공정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근로소득에 대한 무관심, 그리고 경제적 자유

 

  우리 모두 성과를 내고 싶어 하고 성공을 바란다. 성과는 노력과 재능 그리고 운으로, 성공은 시장이 특정성과에 부여하는 경제적 가치로 귀결된다. 성과와 성공을 결정하는 여러 요소 중에서 우리가 후천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아마도 노력 정도이지 않을까. 지능이나 재능은 보통 부모의 유전으로 물려받은 것이다. 그러면 ‘지능, 재능을 지속적으로 투입하는 과정’인 노력은 과연 후천적으로 통제 가능한가. 그렇지 않다고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 교수는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2020)에서 말한다. 노력을 위해 필요한 강한 의지, 고도로 집중할 수 있는 능력과 끈기마저도 물려받은 유전자와 주어진 환경의 조합이 이뤄낸 결과라는 것이다. 거기다가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또 다른 요소인 ‘운’은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2021)에서 죄 없는 사람들이 받는 ‘고지’와 같이 무작위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러면 성과를 좌우하는 모든 요소가 소위 ‘운빨’이 된다. 신분이나 능력이나 다 우연으로 타고나기 때문에 능력에 의한 차등이 세습신분에 의한 차등보다 더 공정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능력주의나 성과주의를 공정성의 필요조건으로 여기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능력주의가 세습신분주의, 연공주의보다는 노력 대비 보상을 더 잘 예측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은 기계적인 평등보다 노력과 능력에 비례한 차등분배를 선호한다. 선발 및 채용경쟁에서 시험기반의 능력주의를 선호하는 MZ세대의 공정성 인식은 진보교육계보다는 ‘대치동 엄마’에 가깝다. 시험 한방으로 인생을 결정하게 한다는 많은 비판이 있지만, 사실 시험기반 능력주의가 통하는 건 대학입시와 직업선택 즉, 근로소득 결정에만 적용될 뿐이다. 파이어족과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MZ세대들은 이제 근로소득에 큰 관심이 없다.
  기업의 MZ세대 직원들은 기성세대와 달리 조직 내 승진 토너먼트보다 사회의 계층 상승 토너먼트에 훨씬 더 관심이 있다. 사다리가 제거된 저성장 사회에서 믿을 것은 본인밖에 없기 때문에 이들의 주 관심사는 지금의 경험이 부의 축적을 통한 사회계층 상승에 도움이 되느냐이다. 토너먼트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계층 토너먼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렇기에 계층 상승에 도움이 안 된다면 회사에도, 내부승진에도 큰 관심이 없다. 주식이나 재테크 관련 책이 경영경제 베스트셀러를 독식하고 회사에서 젊은 직원들의 화제는 업무가 아닌 주식이나 코인과 같은 재테크가 된다. 많은 젊은이에게 한국사회의 학벌과 능력주의를 우회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에서의 성공, 즉 재테크를 통한 자산소득의 축적은 가장 중요한 관심사가 됐다. 나는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근로소득을 결정해 온 시험기반 능력주의를 돌파하려는 MZ세대의 반란이자 의미 있는 시도라고 본다. 이들은 의사와 교수를 때려치우고 주식으로, 코인으로, 부동산으로 경제적인 자유를 얻은 사람들, 그리고 학벌 따위 상관없이 성공한 파워유튜버에게 열광한다. “저는 학벌보다 돈이 좋습니다만”을 외치는 젊은이들은 이제 기성세대가 했던 좋은 일자리를 위한 시험기반의 능력주의 경쟁을 뛰어넘은 새로운 계층상승 토너먼트의 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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