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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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칼럼] 구조가 원인이라는 말이재호 / 철학과 부교수
이소민 편집위원  |  sominsophia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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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호]
승인 2022.05.01  14:4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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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가 원인이라는 말

 

이재호 / 철학과 부교수

 

  철수라는 고3 수험생이 입시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사건에 대해 영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젊은이가 참 나약하군” 그러자 이에 대해서 명수는 영수에게 이렇게 물어본다. “왜 이 사건의 원인을 개인의 나약함에서 찾으려고 하죠? 이 사건의 원인은 사회의 구조에 있는 것 아닌가요?” 아마도 여러 논의와 토론에 익숙한 많은 대학원생들에게 이런 종류의 논쟁은 꽤나 친숙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논쟁에 사용되는 핵심 개념, 특히 ‘원인’이라는 개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현대 철학에는 인과 관계에 관한 수많은 이론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사회적 구조가 원인이라는 주장에 가장 자연스럽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은 반사실적 인과 분석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a가 b의 원인이라는 것은 대략적으로 b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b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미가 된다.
  그런데 이 이론을 가정할 경우 위의 영수와 명수의 논쟁은 의미 없는 논쟁이 된다. 철수가 나약한 마음을 갖지 않았었다면 입시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그의 나약함이 선택의 원인이었다는 영수의 주장은 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가 입시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구조를 갖고 있지 않았더라면 철수는 그가 나약한 마음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명수의 주장도 참이 된다.
  그러나 아마도 명수는 이런 식의 화해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명수는 다음과 같이 말할 가능성이 높다. “내 말의 의미는 철수의 심적 나약함이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이에요”
  그런데 여기서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인가. 이 경우 영수와 명수의 논쟁은 서로의 다른 가치를 확인하는 선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지면의 제한으로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기에 간단히 설명하자면, 객관적인 것으로 생각되는 관계인 “인과”와 가치중립적일 수 없는 “중요한”이라는 개념을 연결시키기 위한 시도로 인해, 논쟁 자체가 구렁텅이로 빠져버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쩌란 말인가.
  우리는 “개별 사건의 원인 찾기”보다는 “사회적 통계에 대한 최선의 설명 찾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명수에게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을 추천한다. “우리 사회의 청소년 자살률이 다른 나라의 경우보다 확연하게 높다는 사실에 대한 최선의 설명은 우리 사회가 청소년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후에 전개되는 논쟁은 훨씬 더 생산적이게 될 것이다.
  어떤 화제성 강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개별 사건의 원인이 무엇이냐는 방식으로 논리를 전개하는 것은 종종 강한 레토릭(Rhetoric)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학자라면 레토릭을 위해 엄밀성과 객관성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개별 사건은 보통 다양한 요소가 작용해 발생하며 개별 사건의 원인 분석에서 어떤 문맥과 가치에 중립적인 결론이 나오기는 어렵다. “누가 철수를 죽였는가?”는 기자가 좋아할 질문일 수는 있겠지만 학자가 좋아할 질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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